SBS뉴스

뉴스 > 생활·문화

[성한표 뉴스비평] 노대통령 발언과 언론

입력 : 2006.12.30 13:12

동영상

"내가 이런 소릴 했다고 신문이 보도하는 것을 보고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7일 부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긴 연설 중 한 두 문장만을 떼어 내어 보도할 수밖에 없는 뉴스의 특성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이해 부족을 드러낸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만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보도하면서도 연설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내야 하는 것이 뉴스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한 주일동안 노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을 보도한 SBS 8시뉴스는 그 발언의 취지를 비교적 잘 살려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에서도 그의 연설을 거두절미하는 과정에서 무슨 말인지 모를 내용으로 만들어 버린 경우가 발견됩니다. 지난 21일 SBS는 노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70여분동안 행한 연설을 단 3분의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노 대통령은 전직 국방장관들이 작전 통제권 전환을 반대하는 등 보수진영이 반대로 일관해 왔다고 공박했다고 전하면서 그의 육성을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작통권 환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작통권 환수 반대가 직무유기라고 비난하는 것처럼 들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 인터넷 신문에 게재된 이날 발언 전문을 보면 노 대통령이 무엇을 가리켜 직무유기라고 한 것인지 분명해 집니다. SBS 뉴스가 인용한 이 말 앞에 "작전통제권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는 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21일 SBS 8시뉴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머리기사에 이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긴장한 정치권의 분위기와도 맞지 않고, 정치적 쟁점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뉴스라고 하기도 어려운 홍보성 활동을 보도하는데 그쳤습니다. 정부의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는 25일 뉴스도 정치쟁점과는 상관이 없는 움직임을 전하는데 치중했습니다. 반면에 "집권 초기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통치권이라고 해도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의 반응은 뉴스가 다루지 않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25일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범여권의 통합을 촉구한 것과 노 대통령 발언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뉴스는 언급해야 합니다.  

고 전 총리의 견제에는 의기가 투합한 듯 했던 두 전 현직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어디까지 함께하며, 어디서부터 갈라지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선이 1년 가까이 남아 있는데도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보도하는 것은 재고해야 합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추상적인 덕담이나 사진거리를 만들기 위한 활동은 뉴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듭니다.

지난 25일 SBS 8시뉴스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벤트에 뉴스시간의 큰 부분을 할애한 것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광활한 우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뉴스는 우주인 보도에 배정한 긴 시간을 알차게 만드는 내용이 부족했습니다. 뉴스는 한국 첫 우주인 후보로 뽑힌 고산 씨와 이소연 씨에 대한 설명, 이들과의 인터뷰, 이들이 앞으로 1년 동안 받을 훈련과 이들 중 첫 우주인으로 선택되는 한 사람이 우주공간에서 과학실험들을 하고 돌아오는 과정, 첫 우주인이 받게 될 대우, 중국과 일본 우주인들의 소개 등 관심거리들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우주인 보도가 반드시 짚었어야 할 핵심 사항을 뉴스는 빠뜨렸습니다. 이날 뉴스는 "우주를 향한 한국인의 원대한 꿈이 그 첫발을 내디뎠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딘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반도체 일등 국가가 된 것도 시작은 라디오 조립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뉴스는 첫 우주인 탄생에서 우리의 독자적인 우주선으로 우주여행을 하게 될 시대까지의 머나먼 과정을 함께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항공우주기술은 아직 무인 위성을 제작하는 수준이고, 이를 쏘아 올리는 기술도 없는데, 무인위성과 유인 우주선 사이에는 또 엄청난 거리가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이나 러시아의 우주선에 동승하여 여행하는 것은 이제 갑부들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 등장할 정도로 쉬워졌습니다. 우리의 우주인이 수행할 과학실험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큰 것이지만, 항공우주기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입니다. 뉴스는 이런 현실도 구체적으로 짚어가면서 미래의 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반찬은 많은데 정작 먹을 것은 없다는 말처럼 기사는 넘쳐나는데 우리의 생각을 풍성하게 만들고 미래를 전망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는 부족했던 것이 한 해를 보내는 지난 주 뉴스였습니다. 대선관련 기사는 주자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쫓아다니기보다는 정치적 쟁점을 만들어 이를 풀어나가는 주자들의 태도와 능력을 추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과학기사는 철저히 현실의 분석을 토대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