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숙명의 라이벌' 김근태-정동영, 손잡은 이유

입력 : 2006.12.29 00:10

위기의식 공유…노 대통령과 '각'세우기 측면도


열린우리당의 지분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김근태(金槿泰) 의장과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신당 추진을 위한 `김.정' 연합체를 구축하고 손을 잡았다.

창당 이후 두 사람은 여당의 대선주자임을 공개적으로 표방하면서, 수차례의 전당대회를 통해 세싸움을 벌여왔고, 정책.노선을 놓고도 '실용'과 '개혁'으로 나뉘어 건건이 충돌하면서 앙숙처럼 지내왔다.

특히 지난 2.18 전대 때 당 의장 자리를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 숙명의 라이벌이 손을 잡은 것이다. 왜 일까.

우선은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신당을 지역당으로 규정하면서 당내에서 신당 추진의 동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해 가기가 어려워 진다는 판단인 것이다.

당이 살고, '세력'이 살아야 자신들의 존재가 의미있게 된다는 점도 이들이  공동전선에 나서게 된 이유다.

당 지지율이 10%를 오르내리고, 자신들의 지지율도 1-5%의 무의미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판을 흔들고 새로운 판을 짜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와 함께 공동 합의문에 "우리당에 무한책임을 갖는 우리"라는 표현 그대로 당의 최대주주인 두 사람이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비겁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생각을 양측이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사람이 뭉친 것은 "당에는 우리가 있다"는 존재감을 노 대통령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의 정치관련 언급들이 나올 때 마다 당의 판도가 요동치는 상황은 새로운 판을 모색하고 있는 여당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데 두 사람이 인식을 같이 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합의문에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독립적으로 국민의 품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노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로 까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측이 서로 미묘한 견해차를 갖고 있다. 정 전 의장측은 신당에 노 대통령을 참여시키는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이롭지도 않고, 정서적으로도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회동 직후 정 전 의장이 홈페이지에 "회동의 성격을 대통령과의 결별 선언으로 해석하고 갈등 구조를 심화 왜곡하고 확산하려는 센세이셔널리즘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와 함께 평화.미래 세력의 정통성을 갖는 정부"라고 해명성 글을 올린 반면, 노  대통령의 '신당은 지역당' 발언에 대해 '제2의 대연정'이라면서 강도높게 노 대통령을 비판했던 김 의장측은 이번 기회에 노 대통령과 분명한 선을 긋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향후 신당 추진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양측이 갖고 있는 입장차로 인해 이들의 '밀애'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날 회동이 있기까지는 김한길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 추진론자인 김 원내대표는 최근 두 사람을 만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양자가 신당 추진에 손을 잡고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도높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전 의장과 김 의장은 가장 신뢰하는 인물인 박영선(朴映宣) 이인영(李仁榮) 의원으로 사실상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양측의 신뢰를 받고 있는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을 참여시켜 회동의 구체적 일정과 공동 합의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합의문에 '우리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문구까지 넣어야 파괴력을 높일 수 있는 것 이라는 의견도 개진됐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반론에 부딪쳐 이 부분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