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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독수리떼, '양계장 습격사건'

심영구

입력 : 2006.12.22 22:21|수정 : 2006.12.22 21:46

조류 일플루엔자 여파…먹이 대폭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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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조류 일플루엔자 때문에 호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굶주린 독수리가 먹이를 얻기 위해서 양계장까지 습격하고 있습니다.

심영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계장.

지붕 위 차양막이 갈가리 찢겼습니다.

온전하게 남은 환기통이 하나도 없습니다.

굶주린 독수리 떼가 한 짓입니다.

드문드문 날아오던 천연기념물 243호 독수리.

어제(21일) 오전 이 양계장에만 한꺼번에 백여 마리가 몰려들었습니다.

[곽경신/양계장 주인 : 아침 8시 10시면 꼭 여기 앉아요. 닭 냄새를 맡고 그 쪽에 유일하게 공기가 통하는 자리니까 거의 뜯는 거죠.]

차양막이 다 찢어지고, 환기통 10여 개가 망가졌습니다.

그제 출하를 마치고 양계장에 남아있던 닭 사체를 먹잇감으로 노렸습니다.

[한갑수/조류보호협회 파주지부장 : 그 속에서 닭이 썩는 냄새를 맡고, 독수리는 후각이 발달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농가에 내려온 것 같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를 독수리떼가 옮길 수 있다는 뜬소문에 먹이 후원이 줄었고, 닭 대신 값비싼 돼지나 소고기 먹이를 주면서 먹이 주는 횟수와 양도 감소했습니다.

또 북으로 가는 고압 송전선 때문에 월동지를 옮기는 바람에 먹이 주는 시기도 한 달가량 늦어져 이래저래 독수리는 굶주리게 됐습니다.

주린 배를 달래려 양계장을 습격하는 신세로 전락한 천연기념물 독수리, 어느 해보다 춥고 배고픈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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