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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야구에 빠진 대학생 자매

입력 : 2006.12.13 14:51

세계무대 1승 꿈꾸는 나주대 이유정·민정씨


"세계대회에 나가서 제가 선발투수로, 동생이 마무리 투수로 1승을 하는 게 꿈이죠"

여자야구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세계 무대 도약이라는 야무진 '사냥'에 나선 이유정(26)-이민정(24)씨 자매.

나주대학 동기생인 이들 자매는 '벽계투'를 꿈꾸며 겨울의 한 복판을  맹연습으로 달구고 있다.

꿈의 시작은 경호원 일을 하던 동생이 먼저였다.

지난 2004년 3월 민정씨는 '비밀리에'란 사회인 야구클럽에 가입했다. 언니인 유정 씨가 신문에 나온 클럽 소개 기사를 오려와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면서부터.

4개월간 클럽활동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느낀 그녀는 당시 단국대 체육학과에 재학중이던 언니 유정씨를 설득해 결국 함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야구의 문을 두드린 이들 자매가 야구에 눈을 뜨게 된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비밀리에' 선수로 2004년 7월께 일본에서 세계여자야구대회에 나갔던 것.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캐나다, 미국 등 8개국이 참가한 대회였다.

결과는 2전 전패.

특히 일본에 0-56이라는 믿기 힘든 쓰라린 패배도 맛봤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언젠가 멋진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의 씨앗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그들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  벅찼다고 민정씨는 회고한다.

이 같은 야구의 매력과 성공의 가능성에 빠져든 이들 자매는 '직업'으로서 야구를 마주보기 시작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클럽팀 '스윙'의 감독인 이경훈 감독이 나주대의 감독으로 부임했고 이 감독은 그들을 영입대상에 포함했다.

이들은 기쁜 마음에 'OK사인'을 보냈지만 곧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둘이나 야구부에 간다는 것을, 그것도 비기 종목에 '올인'한다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매는 부모님을 꾸준히 설득했고, 마침내 부모님의 허가를 얻어 올해초 나주대 사회체육과에 입학했다.

그렇다면 야구의 어떤 측면이 그들을 이리 내몰았을까.

"매력을 꼽자면 개인종목이기도 하고 단체종목이기도 하다는 거에요. 나 혼자 잘해서도 안 되고 남도 잘해야 해요. 개인 속에 팀이 있고 팀 속에 개인이 있는 묘한 상황이 재밌었습니다"  

민정씨는 이렇게 말하며 이 같은 용감한 선택을 했지만 사실 우리의 여자야구는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다.

여자야구가 클럽들을 토대로 생긴지도 2년 정도고 전체 14개 팀 중 그나마 정규팀으로 있는 것은 나주대학이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은 야구팀이 100여개가 되고, 미국과 대만의 인프라도 상당한 점을 비춰보면 한국 야구는 말 그대로 걸음마 수준인 셈.

한국야구위원회(KBO) 이광한 육성위원장은 "미국과 일본 등 여자야구 선진국은 지역별로 리그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발전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준이다. 여자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이 둘 자매는 끝까지 야구에 '올인'해 보고자 한다.

"'가끔 돈 벌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꿈을 찾아 여기 온 만큼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고 언니가 말하자 "나중에 실업팀이라도 생겨서 여자 야구가 팬에게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동생이 화답하며 웃었다.

(나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