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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례로 본 '싸늘한 음주운전 처벌'

입력 : 2006.12.05 10:51

공익 우선해 엄단…개인 사정은 '무시'


경찰이 연말 연시를 맞아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에 돌입한 것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법원의 처벌 잣대가 관심을 끈다.

법원은 통상 범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나 처벌을 받았을 경우 생계에 미칠 악영향 등을 감안해 선처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얼음장처럼 싸늘한 잣대를 들이대 엄단하는게 최근 추세다.

순간적인 음주운전 유혹을 참지 못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나중에 법정에서 눈물로 딱한 사정을 호소해도 좀처럼 구제받기 힘든만큼 모든 운전자들은 송년회와 신년회가 잦은 연말연시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 '부득이한 사유' 법정서 안통해 = 음주단속에 걸리면 온갖 '부득이한 사유'를 제시하며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나 면허 취소 등 '불이익'을 피하기란 좀처럼 힘든 실정이다.

법원은 운전거리가 짧거나 잠시 주차 목적이라도 '주취 상태를 무릅쓰고 직접 운전해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없다면 운전자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창원지법은 지난해 직장 송년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으나 "연말이라 혼잡해 고객을 찾기 힘드니 주차장 입구에 차를 대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듣고 상가 주차장에서 벗어나 주차장 밖 도로까지 5m 운전했다가 단속된 조 모씨가 낸 면허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거리가 짧아도 운전 장소가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많은 곳이고, 당시 송년회 등으로 혼잡해 사고 위험이 높았던 점 등을 보면 원고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회식을 하다 주차단속반의 경고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옮겨두기 위해 14m를 주행하다 단속된 이 모씨가 낸 면허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고, 친구의 빌라에서 술을 마시다 거주자 차량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차장에서 차를 빼 달라는 연락을 받고 차를 주차장 밖에 세우기 위해 5m가량을 몰다 적발된 박 모씨가 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 '당사자 불이익'보다 '공익상 필요' 중시 = 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의 적정성을 따질 때 취소로 인해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과 교통사고를 방지할 공익상 필요를 비교해 판단한다.

대부분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중시해 면허를 취소한 행정기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술에 취해 개인택시를 30m가량 몰다가 단속된 운전기사 강 모씨가 "면허가 취소되면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수단이 없다"며 낸 면허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면허 취소는 적법하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고, 부산고법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면허 취소가 행정청의 재량행위라 해도 음주운전 사고의 증가 경향 및 그 결과가 비참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사고를 방지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는 매우 크고,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사고 방지라는 일반 예방적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음주 뒤 대리기사를 이용해 차를 몰고 집 근처 200m 지점까지 왔다가 차량정체가 심해 기사가 짜증을 내자 대리기사를 돌려보내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된 양 모씨가 낸 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특수한 사유가 인정돼 관용을 베푸는 사례도 극히 예외적으로 존재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직장 동료와 회식을 한 뒤 10시간 가량 지나 상사를 태우고 가다 적발된 운전기사 이 모씨가 낸 소송에서 "음주 후 비교적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거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고, 면허가 취소되면 직장에서 퇴직할 수 밖에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처분은 가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 단속불응 처벌도 간단치 않다 = 음주단속에 불응하거나 단속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가는 처벌된다.

광주지법은 술에 취한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의경의 음주단속에 걸리자 친구에게 음료수를 먹이고 제지하는 의경을 때린 김 모씨에게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경찰의 음주측정을 받자 "봐 달라. 갑상선 질환이 있다"면서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어넣는 시늉만 하고 측정에 불응한 나 모씨에게 지난달 벌금 350만 원을 선고했다.

부산지법은 화물차를 몰고가다 음주단속을 받게 되자 1시간 가량 버티면서 측정 요구를 거부한 조 모씨에게 벌금 180만 원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