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말 그대로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연말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 그 어느 때보다 순간순간이 소중해지는 때입니다. 오늘은 지난 2주 동안 숨차게 쫓아다녔던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들을 보고 느꼈던 감상을 적어봤습니다. 공연 자체의 감상이라기보다는 이런저런 잡생각에 가깝지만...
또 뵙겠습니다. 제 블로그(https://ublog.sbs.co.kr/shkim0423)로 놀러오셔도 좋고요.
지난 며칠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과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내한공연을 잇따라 보고 나서 떠오른 생각.
뉴욕 필은 최근 몇 년 동안 참 꾸준히 내한공연을 열어서 이제는 '신선감'이 확 떨어지는 느낌인데도, 아직도 객석이 꽉꽉 차는 게 신기하다는 것. 이에 비하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오케스트라의 실력이나 지휘를 맡은 정명훈 씨의 인지도를 감안하면, 공연장의 빈 자리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
내가 뉴욕 필의 공연을 본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아니 뉴욕에서 본 영 피플스 콘서트까지 치면 네 번째다. 솔직히 말하자면, 뉴욕 필의 공연을 보고 '엄청난' 감동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뉴욕 필은 연주를 잘 하는 단체이지만, 그냥 '괜찮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영혼을 움직이는 감동을 느낀 경우가 없었다는 얘기다.
한 주 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내한공연의 압도적인 감동을 가슴 벅차게 맛 본 뒤, 본 뉴욕 필의 이번 공연은 그래서 더더욱 이름값에는 못 미치는 연주로 들렸다. 뉴욕 필이 빈 필, 베를린 필과 함께 세계 3대 교향악단이라는, 이날 공연의 프로그램 북에 동원된 수사가 허무해지는. 그나마 앙코르로 들려줬던 바그너의 '마이스터징어', '로엔그린'이 아니었다면, 정말 섭섭할 뻔 했다.
뉴욕 필의 내한공연에서는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첫날 공연 끝나고 공연장 로비에서는 이들이 참석한 성대한 리셉션도 열렸다. 이 공연은 기업들의 단체 구매도 많았던지, 일찌감치 표가 동났다고 한다. 역시나 '뉴욕 필'이라는 이름이 매력적이었을까.
반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그 실력이나 전통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명도가 확 떨어져서인지, 공연의 만족도는 뉴욕 필 때보다 훨씬 높았지만 매표 성적은 그에 못 미쳤던 것이다. (아, 참고로 올해 서울시향과 베토벤 심포니 시리즈를 한 정명훈은 내년에는 브람스 시리즈를 한단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번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공연한 브람스 교향곡 1번, 4번이 좋은 '샘플'이 되고, '공부'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주에는 바리톤 브린 터펠이 협연하는 UBS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그리고 원전 연주의 거장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이끄는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쉔뵈르크 합창단의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이 열린다. 첫 내한공연이지만, 지금까지 예매 실적은 주최측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렵게 들리는 단체의 이름도 문제인 모양이다. '뉴욕 필', 하면 얼마나 단순명쾌하고 알기 쉬운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중심도시 뉴욕, 이 곳을 대표하는 필하모닉이라니. 이에 비하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도 그렇고, 아르농쿠르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도,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낯설고 어려운 이름인지.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취향까지도 미국에 경도됐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데, 이건 너무 비약인가.)
오죽하면 며칠 전 요즘 러시를 이루는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편집하려 할 때, 내가 녹음해온 오디오를 듣고는 영상 편집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을까.
"기사에 '아르농쿠르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이라고 돼 있길래,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이거 분명히 오디오 읽다가 씹겠구나(틀린다는 뜻) 생각했는데, 선배 한 번도 안 틀리고 일사천리로 읽어넘기네? 정말 신기해."
그나저나 아르농쿠르 내한공연은 출장 때문에 못 보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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