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기능도시로 개발 계획… 세입자 갈 곳 잃어
<8뉴스>
<앵커>
6~70년대 구로공단 여공들의 보금자리가 됐던 '벌집' 기억하실 겁니다.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기도 했던 가리봉동 일대 벌집 동네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19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산업화의 핵심이었던 서울 구로공단.
근로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먼지 가득한 작업실에서 일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즐비했던 재래 공장은 2002년 이후 디지털 산업단지로 변모해갔지만, 공단 배후 주거지역이었던 가리봉동 일대는 여전히 옛모습이 남아있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좁은 방.
일명 '벌집', '닭장집' 으로 불리던 이곳에서 당시 근로자들은 고단한 몸을 달래며 쪽잠을 청했습니다.
[김준희/80년대 초 봉제공장 근무 : 다닥다닥 붙어서 사람 사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원해서도 아니고 불가피하게 받은 월급은 적고, 집들이 그렇게 생겨 있었으니까...]
세월이 바뀌어 지금은 뜨내기 공장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곳을 차지했습니다.
[세입자 : 교포, 파키스탄인이 많아요. 한 달 살다가도 가고, 잠만 자고 새벽에 나가고...]
디지털 단지에 둘러싸여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있던 가리봉 일대 8만 2천평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갑니다.
구로구는 주상복합빌딩과 상업유통시설 등을 갖춘 복합 기능 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한주택공사가 개발 사업시행자로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곳 주민의 92%는 영세 세입자입니다.
열악하지만 저렴하게 방을 얻어 생활했던 이들에게는 머물 곳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3년 후부터 철거와 이주가 시작됩니다.
[주민 : 방이 IMF 후로는 꽉꽉 차요. 노숙자로 전락할 사람 수두룩이 많을 거예요.]
40년 넘게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왔던 쪽방촌은 역사의 흔적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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