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중심잡기'속 지역모임 활발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여당 내 논의가 '각개약진' 양상을 띠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질서있게 논의하자"고 분위기를 잡고 있지만 밑으로부터 펄펄 끓어오르는 논의의 흐름을 제어하기는 역부족인 분위기다.
특히 계파를 중심으로 전개돼온 이번 논의가 지역모임이나 친소관계에 따른 그룹으로까지 급속히 저변을 넓혀가는 추세여서, 당 전체가 정계개편론에 매몰돼있는 듯하다.
당 지도부는 일단 '중심잡기'에 나섰다.
적어도 정기국회 때까지는 '비상대책위원회 틀' 내에서 논의의 가닥을 잡아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대위는 7일 저녁 김근태 의장 주재로 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정기국회 회기종료일인 다음달 9일까지 정계개편의 '밑그림'을 마련, 의원총회에 보고한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8일 오전 국회에서 김근태 의장, 장영달 자문위원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문위원단 회의도 그 연장선이다.
자문위원단 회의에서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지금 다양한 논의가 있으나 정계개편 과정에서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은 개혁세력, 민주주의의 유지 발전, 서민과 중산층의 입장에 서는 정당, 남북화해와 평화라는 4가지 원칙"을 강조했고, 자문위원들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당 지도부의 소신있고 당당한 대응을 주문했다고 서영교 부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당 밑바닥에서 전개되는 논의의 흐름은 지도부와는 완전히 따로 돌아가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흐름은 통합신당 추진파들의 움직임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는 점이다.
전날 김한길 원내대표가 '새 아침론'을 펴며 통합신당 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선 가운데 '통합론의 전도사'를 자처해온 염동연 의원이 8일 낮 여의도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통합추진파' 의원 모임을 가졌다.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염 의원이 올 1월 '범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을 기치로 내걸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임종석 후보를 도울 당시 통합론을 적극 지지한다고 서명한 초·재선 의원들이다.
회동에 참석한 염동연 임종석 김낙순, 김영주, 최재성 의원 등 의원 23명은 통합신당 추진에는 완전한 의견 일치를 봤으나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을 놓고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고 염 의원이 전했다.
이들은 특히 현 당 지도부가 정계개편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논쟁을 잘 조율하지 못하고 있고 통합과 관련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내년 초까지 가부간 논의를 마치기 위해서는 통합서명파 의원들이 물밑에서 충분한 준비를 통해 지도부를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염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합 추진에는 100% 의견이 일치했다"며 "다만 정통성을 부여받은 새 지도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과, 반대로 새로운 전대는 '분당대회'에 불과하다며 무용론을 제기하는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또 노무현 대통령을 정계개편 논의의 중심에 끌어들이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나 대통령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으나 통합신당 추진시 노 대통령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의원은 2-3명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충청·수도권 등 이른바 '서부벨트'에 속한 지역모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통합논의에 적극적인 지역 내 여론을 의식한 이들 의원은 다양한 형태의 소모임을 통해 서로 '주파수'를 맞추고 행동을 통일시키고 있다.
광주와 전남출신 의원들이 7일 각기 오찬모임을 가진데 이어, 충청권 의원 10여 명도 7일 저녁 이용희 국회 부의장 주재로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청권 의원은 "세부적 논의는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전했다.
전북 출신의원들은 15일 정례회동을 가질 예정이며 수도권 남부지역 의원들도 내주 중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당의 진로에 따라 거취에 대한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우리당 비례대표 의원들도 오는 14일 오찬 모임을 갖고 정계개편의 방향과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그룹별 모임이 잇따를 전망이다.
한편 비대위원인 정장선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노 대통령의 최근 정치 행보와 관련해 "지금 경제적, 외교안보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신당창당에 참여하거나 정치적 행위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국정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런 문제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국정 전념'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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