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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민주주의창-북핵보도: 인디펜던트②

김문환

입력 : 2006.11.08 10:14|수정 : 2006.12.12 15:41


워싱턴 특파원 분석기사 "미국,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

가디언에서 킬리 대학 연구원 단 플레쉬(Dan Plesch)의 "북한의 핵정책은 절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North Korea's nuclear policy is not irrational at all)"라는 기고문이 북핵 문제를 객관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살펴봤다. 인디펜던트에서도 객관적이면서 앞날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있는 분석기사가 눈길을 끈다. 워싱턴 특파원 루퍼트 콘웰(Rupert Cornwell)이 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평양에 대한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America is stretched in the war on terror, and its options over Pyongyang are limited)"라는 제목의 기사다. 5면에 실린 이 기사는 지난 글에서 보았듯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북한과 김정일에 대해 평가하는 인디펜던트의 잣대를 잘 보여 준다.    

콘웰의 분석기사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 밤 10시 소식을 가져온 국가 안전보좌관 스테판 해들리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는 지에 대한 대한 기록은 없다. (It is uncorded whether the famously early-to-bed US President had to be woken from his sleep when his national security adviser, Stehhen Hadley, brought the news at 10pm on Sunday)"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세계를 뒤흔드는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이미 밤 10시에 깊은 잠에 빠져 있다는 놀랄 만한 정보에서부터 일단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다. 콘웰은 그러나 잠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아닌지보다 부시가 그런 종류의 소식에 놀랄 것이 없다는 게(sure have come as no surprise) 더 중요하다고 짚는다.    

'외교의 실패'로 핵실험 예견 가능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단기적인 이유.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이미 지난 화요일(10월 4일)에 천명한 데다, 미국 군사 위성이 이상 징후를 포착해 외교적 추측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장기적인 이유가 있다고 덧붙인다. 외교적 실패. 다시 말해 "지구상 유일 강대국과 편집증적이며 비밀스런 체제 유지에 골몰하는 한반도 북쪽의 정권 사이에 펼쳐진 외교적 실패의 세월(years of failed diplomacy between the world's lone superpower and the paranoid, obsessively secretive Communist regime that governs the northern half of the Korean peninsula)"이다. 콘웰은 외교적 실패에 이르게 된 오랜 시간을 간결하지만 핵심을 짚어 정리해 준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 금지조약(NPT, Non Proliferation Treaty)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자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골몰해 왔다는 말로 시작한다. 고심하던 클린턴 정부는 북한에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는 동시에 발전소 완공 때까지 원료로 중유를 제공하는 등의 유화책을 써 북한으로부터 핵개발 프로그램 동결 약속을 받아냈다고 보도한다. 1999년에는 각종 대북 제재도 완화해 주고, 2000년에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미국 역사상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상황이 개선됐다고 전한다. 그러나, 2001년 들어선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각종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포기하기 전에는 대화란 없다면서 상황을 경색시켰고, 마침내 9.11 뒤에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고 소개한다. 필자가 볼 때, 2000년 당시 올브라이크 국무장관은 물론 클린턴 대통령까지 방북을 추진하던 터였기에 만약 200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부시 대신 부시보다 실제 국민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었던 민주당의 고어가 당선돼 클린턴의 정책을 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 일에 대한 가정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지만...

북한 "예방 전쟁 차원의 핵개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예방전쟁 차원에서 각종 조치를 취했다(North Korea staged its own pre-emptive strike)"고 글을 잇는다. 핵시설을 감시하던 UN관리를 내쫓고, NPT에서 이번에는 엄포가 아니라 아주 탈퇴해 버리고 만 조치다. 이어 이번 핵무기 실험에 이른 북한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에 의해 조율되는 일련의 조치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의도로 간주한 평양측의 거부를 증명하는 것으로 논리적인 결과물이었다. (A North Korean nuclear test, demonstrating Pyongyang's refusal to capitulate to what it saw as a US-orchestrated campaign to destroy its regime, was logical outcome)".    

콘웰은 북한의 태도가 왜 논리적이라고 평가한 것일까. 그는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조약과 상당한 수준의 원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고, 먼저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백지화해야 양자 회담을 통해 경제지원은 물론 체제보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The North insisted that the US must sign a non-aggression pact and a comprehensive aid package before it ended its nuclear programme. For Washington, it was exactly the other way around; first the North had to scrap its quest for weapons, and only then would it hold bilateral talks about an economic and security package)"고 말한다.

콘웰이 이런 문장을 쓴 이유를 생각해보자. 협상이란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북한더러 가진 것을 무조건 포기하고 그 다음에 양자회담을 하자는 것은 협상을 안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핵을 포기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까. 별로 없다. 미국의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혀 합리적이거나 상식적이지 않다.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거나, 북한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북한이 백 번 잘못했지만, 기본적으로 '대화'라는 것에 대한 전제조건은 서로 주고 받을 게 있을 때 성립된다는 것이다.

"중국, 북한 핵보다 북한 붕괴 더 두려워해"

콘웰의 기사가 돋보이는 이유는 냉철한 분석에도 있지만, 이런 분석에 근거해 예리하게 앞날을 내다본 데서 찾을 수 있다. 클린턴 정부가 북한 핵시설 공격을 포기했듯이 부시정부도 "군사적 선택은 전혀 없을 것(there is no good military option)"이라고 확신한다. 백20만 북한 군대와 65만 남한 군대가 대결하고 있는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치과적으로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 (Seoul, the South Korean capital, is within artillery range of the border, and would be effectively impossible to defend in the event of attack by the North)"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또 하나 군사적 선택의 가능성이 적을 때 취할 의미있는 방법은 제재이다. 여기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핵을 가진 북한 보다도 북한의 붕괴를 더 두려워 하기 때문(Beijing fears more than a nuclear North Korea, it is failed North Korea)"에 제재가 힘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화 이외 택할 선택의 여지 없어" 예견

그러면서 콘웰은 결론을 내린다. "결국 부시 행정부에게는 자신이 그렇게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대화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In the end there may be no alternative to what the Bush administration has said it will never do-negotiate". 그러면서 기사 맨 마지막을 부시행정부 1기 국무장관을 맡았던 베이커 전 장관의 말로 마무리 짓는다. "베이커는 '대화하는 것이 적과 타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말에 말했다. 이 말은 이란과 시리아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It is not appeasement to talk to your enemies' James Baker said at the weekend. Mr Baker was referring to Iran and Syria. But His words could apply equally to North Korea.)"   

콘웰의 기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미국의 환영이 나온 뒤, 요즘 쓴 게 아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하고 전 세계 언론이 혼돈에 빠져 있던 10월 10일자에 정확히 미래를 예측한 기사다. 흥분이나 감정 없이 냉철한 이성과 합리에 기초해 결론을 도출해 낸 기사로 평가된다. 부시 행정부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고, 외교적 수사 뒤에 숨겨진 미국 외교와 정책의 현실적인 한계 등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앞날을 정확히 짚어 내는 정교함을 선보인다. 영국의 보수신문에서 보기 어려운 논조다. 참고로 콘웰이 예측한 대로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말이 6자회담이지 실질적인 미국과 북한간 대화다. 이는 잡시 뒤 결과가 나올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지 부정적인 방향으로 겉돌 지 방향성과 수위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