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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민주주의창-북핵보도: 데일리 텔리그라프②

김문환

입력 : 2006.10.28 09:38


사설... "중국, 미국 일본과 손잡고 북한 제어해야"
10월 10일자 데일리 텔리그라프의 19면 사설을 보자. "중국이 북한의 고삐를 죄야 한다. (China must rein in North Korea)"라는 제목아래 "올 줄 알았지만 그래도 충격이다(We knew it was coming, but it is a shock none the less)"라는 첫 문장에서 벌써 많은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사설에서 데일리 텔리그라프는 단언한다. 일부에서 미국 부시정책의 실패(America's fault)라고 떠들어 대겠지만(bleat),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북한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핵무기를 준비해 왔고, 북한 김정일이 국민을 위한 핵개발이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위한 핵개발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 정권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북한 국민들이 굶어 죽을 때 화려한 생활을 멈추지 않은 김정일 개인비난에서 시작해 북한 정권을 마약 거래, 위조지폐와 연계시키며 범죄집단(criminal regime)이라고 몰아 부친다. 미국이 북한에 특별히 압박을 가한 것도 없으며, 어떤 국제법도 북한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결론에 데일리 텔리그라프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효한 대체물은 중국의 손에 달려 있다. 과거 자신의 괴뢰이던 북한에 배신당한 중국은 이제 미국, 일본과 지난날 가졌던 사소한 앙금을 털어 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어깨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2차 세계 대전의 그림자가 동(東)중국해 양측에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과거의 적대감은 현재의 필요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 북한 김정일의 모험주의는 그 필요에 포함돼야 하고 중국이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Betrayed by its former puppet, China must now forget past squabbles and stand shoulder to shoulder with Japan and America. For this to happen, the shadoe of the Second World War must be addressed on both sides of the East China Sea. This will be difficult. Yet past antaganism is overshadowed by present need: Mr. Kim's adventurism must be contained, and China must do the containing)".  

김정일이 모래사장에서 공놀이를 하며 미국의 부시 얼굴에 모래를 뿌리고 지나가는 장면의 데일리 텔리그라프 만평.

흔히 말하는 부시정부의 대변언론(mouthpiece)을 무색하게 하는 내용으로 일관하며 미국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대북 외교 정책에 잘못이 없으며 오히려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것. 과거사 문제(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같은 것 이제는 떨쳐 버리고 미국, 일본의 대열에 동참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라는 주장에서 영국 보수신문의 논조가 읽힌다.     

18면 해설기사, "불량국가 핵 파괴할 용감한 국가 있어야"
사설에 이어 데일리 텔리그라프의 보수적 세계관이 그대로 전달되는 기사다. 텔리그라프가 자랑하는 논객이자 국제문제 특히 중동문제 전문가인 콘 커플린(Con Coughlin)이 썼다. 제목은 "서방세계는 불량 적색국가들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에 너무 늦게 일어났다.(The West woke up too late to the nuclear threat of rouge states)". 뭔가 불만이 가득한 투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상황을 더 악화시킬 어떤 행동도 중지하라(stop any action that would worsen the situation)"고 요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처럼 워싱턴부터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를 거쳐 델리나 런던까지...세계의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게 된 점을 반긴다. 부시대통령이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3대 악의 축 가운데 하나라고 했을 때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또, 이라크 전쟁을 개시할 때, 이란 문제에서...미국과 의견을 달리하던 국가들이 이번에는 이구동성(異口同聲)이라고 흡족해 한다. 

비정상적 행동의 소유자 김정일이 핵무기를 갖게 된 끔찍한 상황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됐다고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북한은 그 동안 핵무기 뿐 아니라 미사일 기술을 이란에 확산시켜 왔다면서 이런 전례로 볼 때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이란으로 확대될 경우 일본이나 한국은 물론 이집트, 사우디까지 핵무기를 갖겠다고 요구할 것이고, 결국 핵무기 혼돈의 시대(nuclear Armageddon)로 돌입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란의 지도자나 북한 김정일을 정신병 폭군(paranoid tyrant)로 묘사하면서 이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이 가져올 재앙을 걱정하는 충정으로 가득하다. 더구나 UN이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힘을 상실한지 오래 돼 염려가 더 커진다는 논지를 편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된 한국 외무장관이 테헤란이나 북한의 독재자들을 어떻게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역량과 역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북한과 이란을 맹 비난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현 세계를 바라보던 커플린은 마지막 문장에 그가 주장하고픈 요지를 정리한다. "분명한 것은 그렇게 위험한 국가의 손에 세계의 안전이 놓여 있다 해도, 영국이든 지구상 그 어느 곳에 불량국가의 핵 억지력을 파괴해 버리겠다고 주장하는 용감한 정부가 있을 것이다. (Certainly, with the world's security in such a parlous state, it would be a brave government that today advocated getting rid of its nuclear deterrent, whether in Britain or anywhere else)"                 

미국의 힘을 그리어 하는 시각의 백미(白眉)로 손색없는 문구다. 힘의 숭배요 찬가다. 이 마지막 문장은 영국이나 미국의 보수 언론들이 세계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지 한눈에 확인시켜준다. 미국식 정의에 굴복하지 않는 약소국가와 이슬람국가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 그리고 힘에 의한 제압을 강조하는 국제질서를 그리는 관점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 있다. 대화를 통한 데땅뜨(detente, 긴장완화)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와 김정일, 이란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과 미국식 힘에 의한 굴복을 강변하는 보수논리의 진면목이다. 

더 선, 더 타임즈, 데일리 텔리그라프의 차이
대표적인 3개 보수지, [더 선], [더 타임즈], [데일리 테레그라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디 있을까. 원색적이며 이정적이지 못한 감정적 용어와 문장, 시각으로 북한 비판과 국제사회 대응으로 일관한 [더 선]과 달리 [더 타임즈]와 [데일리 텔리그라프]는 현지 르뽀 기사와 상황 개괄 기사에서는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두 신문도 사설과 해설로 들어가면 여지없이 극우적 시각, 다시 말해 미국위주 힘을 숭배하는 세계관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러면서 [데일리 텔리그라프]와 [더 타임즈]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더 타임즈가 핵실험의 규모나 향후 국제 정치에 미칠 영향, 각국의 반응등을 자세히 전달한 반면 데일리 텔리그라프는 북한이 왜 핵실험을 했는지 그 본질을 전달해 주는데 좀더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