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관련기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폴매카트니(10월 21일자 취재파일)에 대해 그보다 3살 아래 친구인 로드 스튜어트(Road Stewart, 80년대 우리에게 패션, Passion, 세일링 Sailing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출신 가수)가 충고를 했다.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로드 스튜어트는 그녀와 문제가 없던 "어제(Yesterday)"를 그리워 하는 폴 매카트니에게 "언론 보도에 신경 쓰지 말라"(Ignore the press)면서 비틀즈의 또 다른 히트 곡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렛 잇 비(Let it be, 내버려 둬)".
런던 집값 가파른 상승
그러나, 내버려 둘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집값.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가 다시 신도시 정책을 꺼내 들었다. 수도권에 분당급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분당보다 더 뛰어난 입지조건에 더 살기 좋다는 판교를 분양하고도 잡히지 않은 집값이 어떻게 인천에 만든 신도시로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 상황에서 서민들 가슴은 더 답답해 진다. 그렇다면 집값 문제가 과연 우리만의 고민인가. 몇 년 사이 급등하던 미국의 집값이 최근 폭락한다지만, 영국의 집값 상승은 런던의 일부지역에서 한마디로 한국의 강남 못지않다. 올 9월에서 10월 사이 한 달만에 호가(呼價)가 9만 파운드(약 1억 6천만원)가까이 치솟은 지역도 있다. 전달보다 10% 가까이 오른 가격으로 1년치로 환산하면 집값이 두 배로 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영국의 심장부, 런던의 집값 변동 실태를 들여다 본다.
인구 7백만의 런던은 32개 자치구 격인 보로우(Borough)로 나뉜다. 이를 대런던(Greater London)이라고 부른다. 32개 자치구(실질적인 자치시) 가운데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의 강남구에 해당하는 켄싱턴 앤드 첼시(Kenshington & Chelsea)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2번 연속 우승한 첼시 구단이 있는 곳으로 영국 최고의 부자들이 몰려 산다. 이 곳의 집값이 호가(呼價) 기준으로 9월 평균 90만 8천 파운드(약 16억 5천만원)에서 10월 99만 9천 파운드(약 18억 1천만원)으로 10% 올랐다(Rightmove House Price Index. 출처). 물론, 호가이기 때문에 실거래 가격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를 반영한다. 높은 집값은 스타도 힘들게 하는 모양이다. 이번 시즌부터 첼시에 스카우트돼 뛰고 있는 독일 국가대표팀 주장 발락(Ballack)이 집값 무서워서 못살겠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한 달에 무려 52만 파운드(9억 5천여만원)를 버니 두 달만 뛰면 첼시에 한채 살수 있는 능력에...
켄싱턴 앤드 첼시에 이어 두번째로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런던 관광의 심장부인 웨스트민스터 (City of Westminster)다. 웨스트민스터 성당과 국회 의사당, 빅벤(Big Ben)등이 있는 웨스트민스터의 집값은 9월 평균 63만 9천 파운드(약 11억 6천만원)에서 69만 2천 파운드(약 12억 5천만원)으로 호가가 8.4% 올랐다.
부익부 빈익빈
그렇다면 런던 전체의 집값이 이렇게 급등하는 것인가. 아니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집값이 비싼 지역의 상승률은 가파른 반면 집값이 낮은 지역은 인상률도 높지 않다.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리치몬드(Richmond upon Thames)의 경우 9월 41만 4천파운드(약 7억 5천만원)에서 10월 43만 7천 파운드(약 7억 9천만원)으로 5%, 타워 햄릿(Tower Hamlets)의 경우 9월 33만 5천 파운드(약 6억 1천만원)에서 10월 35만 파운드(약 6억 3천만원)으로 3.3% 오르는데 그쳤다. 32개 자치구를 모두 합한 대런던 지역의 평균 9월 집값 상승률은 호가 기준으로 2.1% 오른 33만 5천 파운드(약 6억 1천만원)선이다. 집값이 낮은 지역 일수록 상승률도 낮아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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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 집값 상승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분석이다. 주택잡지인 유어 모기지(Your Mortgage, 당신의 주택융자라는 뜻)가 지난 9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앞으로 4년간 2010년까지 런던의 집값이 평균 28% 오를 것이라고 내다 봤다. 현재의 평균 28만 5천 파운드(약 5억 2천만원)에서 36만 6천파운드(약 6억 7천만원)으로 뛴다는 전망이다. 런던 집값 상승의 원인은 영국경제가 좋은 데다 정부와 런던시가 개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낙후된 시가지 재개발과 올림픽 경기장 주변 지역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0년까지 집값이 가장 높은 비율로 오를 지역으로 올림픽을 맞아 집중 개발되는 런던 동부지역이 꼽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작용 우려
전세가 아니라 월세 제도인 영국에서는 부유층이 여유 돈으로 집을 사 세를 놓아 큰 자산소득을 올린다. 또 집을 리모델링해 자산가치를 높인 뒤 되팔거나 집세를 인상해 소득을 늘린다. 최근 집 증개축 규정이 대폭 완화된 점도 집값 상승을 이끄는 한 요인이 된다. 그런데, 이런 집값상승이 좋을 리 만은 없는 법. 집값 상승이 소득상승을 넘을 경우 발생할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는다. 한국과 달리 영국인들은 집값의 95%를 융자내서 집을 산 뒤 평생 월급타서 갚는다. 그런데, 집값이 소득상승분을 초과해 오르면 결국 정상적으로 돈을 벌어 집을 사는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사회가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자율을 높여서 집값 상승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아직 영국에서는 집값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폭등이 진행되지는 않아 우리처럼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집값안정은 사회정치 논리서 풀어야
여기서 다시 한국문제로 돌아가 보자. 영국사회의 사례를 통해 한국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강남구나 서초구, 송파구, 목동을 비롯한 일부지역은 이미 평균적인 사람들이 돈을 벌어 집을 살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다. 주민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던 특권층의 주거지로 변모했다. 물론 주민 잘못이 아니다. 영국보다 국민소득이 평균 2.5배 낮으면서 집값은 런던보다 더 비싼 강남의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까. 그리고, 이런 천정부지(天井不知)의 강남 집값 잡는다고 판교 만들고, 다시 인천 검단에 신도시 만드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1989년 신도시 정책이후 서울 주변을 신도시로 채워 가고 확인하게 된다. 강남은 지속적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집값은 영국서 보듯이 비싼 지역부터 큰 폭으로 오른다. 영국에서 경제가 좋고 올림픽 특수가 있어 오른다지만,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수혜자는 올림픽 개발지역이 아니다. 서울로 치면 강남에 해당하는 켄싱턴 첼시와 웨스트민스터 같은 부자동네다. 분당이나 판교, 인천 검단 신도시에 건설붐 일으켜 놓으면 강남의 집값이 더 큰 폭으로 오른다.
물론 신도시 건설은 아직 살만한 주택의 절대량이 모자라고, 또 건설경기 활성화의 측면도 고려해야 하므로 다양한 각도에서 장점을 따져 추진할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집값안정과는 거리가 멀 것이란 점이다. 만약 집값을 잡는 게 목표라면 공급이나 경제논리가 아닌 교육이나 사회의 각종 특혜구조 해체 같은 사회, 정치적인 논리와 결단에서 답을 구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본질은 옆에 두고 자꾸 표면적인 대증요법(對症療法), 그나마 약발도 없는 정책만 추진해서는 상처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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