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주인공 폴 매카트니
영국 뉴스에서 요즘 마돈나와 함께 주요 인물로 떠오른 사람이 폴매카트니(Paul McCartney)다. 공영 BBC나 민영 ITV 화면에 큼직한 뉴스로 다뤄지고, 신문은 1면에 대서특필. 특히 타블로이드 신문은 물 만난 고기처럼 폴 매카트니에 대한 기사를 쏟아 낸다. 폴 매카트니를 보려면 비틀즈(Beatles)부터 살펴야 한다. 아마 비틀즈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굳이 60,70년대를 경험하지 않아 직접적인 추억은 없다 해도 비틀즈 멤버 4명이 남긴 음악을 접하며 감흥에 젖는 일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영국 출신 비틀즈의 수많은 노래 가운데, 가장 인상깊은 노래를 꼽으라면...
생김새 다르듯 취향 따라 갈리겠지만,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흥얼거리는 노래로 "어제(Yesterday)"를 꼽아도 무방할 듯 싶다. 나즈막한 기타 음에 실려 누에가 명주실을 뽑듯 부드럽고 감미롭게 읊조리는 풍의 [예스터데이]. 서정적이면서 인생을 관조(觀照)하는 듯한 분위기가 세월의 흐름에 대한 덧없음이나 인생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반추(反芻)하는 회한(悔恨)을 노래하는 듯이 들린다. 애조 띤 가락을 즐기는 한국인 정서에 무척이나 어울렸던 곡이다. 이 예스터데이를 작곡하고 직접 노래한 멤버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다.
| 폴매카트니와 아내의 이혼소송에서 불거진 가정폭력 부분을 다루는 뉴스 화면. |
인권이나 평화의 사상을 노래하다 1981년 암살이라는 비운으로 생을 마감한 존 레논(John Lennon)에 애착이 더 가는 팬들도 폴 매카트니의 예스터데이 만큼은 잊지 못할 명곡으로 간직한다. 폴 매카트니가 아직 지난날을 회고하기에는 어려보이는 23살(1942년생) 나이로 1965년 예스터데이를 세계적인 노래의 반열에 올린 지도 4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60년 결성됐던 비틀즈 자체가 1970년 해체됐고, 존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유명을 달리했다. 물론 살아 남은 2명은 영광의 나날이다. 특히 폴 매카트니는 "Sir" 칭호를 받은 것은 물론 엄청난 재산과 명예를 쌓아 올려 영국사회에서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이혼소송..."가정 폭력" 혐의
그런 폴 매카트니가 이제 모든 영광을 예스터데이로 돌려야 할지 모를 위기에 몰렸다. 2002년 재혼한 아내 히더 밀즈(Heather Mills)와 이혼소송 때문이다.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인기 가수이자 작곡가겸 명사인 폴매카트니의 재혼과 이혼 소송, 그리고 천문학적 위자료 분쟁등으로 이미 여러번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불거진 새로운 내용은 사건의 전개 방향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꿔 준다. 명사의 가정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발단은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아내 히더 밀즈의 일기가 언론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면서 부터. 일기에는 2002년 결혼 한 직후부터 이미 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며 갈등이 불거졌음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폴 매카트니가 음주상태에서 아내를 폭행했다는 대목, 마약을 복용했다는 대목에서 사안이 중대해진다. 한국사회도 그렇지만, 가정 폭력은 영국사회에서 심각한 명예 훼손일 뿐 아니라 실정법 위반이다. 공개석상에서 아내에게 모욕을 준 것은 물론, 포도주를 아내 얼굴에 쏟아 붓고 깨진 포도주 잔으로 찌르는가 하면, 임신한 아내를 목욕탕 욕조로 밀어 넣거나 심지어 목을 조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정도면 중증(重症)이다. 마약을 사용했다는 등 입에 담기 민망한 내용까지 구구절절한 사연에 담겨 폴 매카트니의 부도덕과 폭행을 고발하고 있다. 아내 히더 밀즈는 이런 내용을 날짜 별로 일기처럼 기록해 법원에 제출했다.
| 폴매카트니가 깨진 와인잔으로 찔렀다는 내용을 보도하는 신문을 TV화면에서 전하고 있다. |
우리 나이로 61살 환갑되던 해에 재혼 했으니 이제 격정적인 애정도 아닐 테고, 부와 명에를 한 손에 거머쥔 상태니 다른 무엇을 요구한 것도 아닐 테니... 그저 따뜻한 가정의 품이 그리워 딸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혼했을 폴 매카트니가 결혼 초기부터 이런 분쟁을 겪고 가정폭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데 많은 영국국민들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폴 매카트니는 아내 히더 밀즈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내의 주장에 크게 분노하며 자신은 아내를 폭행하는 치한이 아니라고 목청을 돋궜다. 진실은 둘만이 알고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지에 달렸지만...
이혼 소송 영향
이런 폭로가 이혼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폴 매카트니가 히더 밀즈에게 줘야 할 이혼 합의금 액수를 더 높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 반대라고 한다. 이혼 소송에서 둘이 합의금을 마련하는데, 평생 간직하고 무덤까지 가져가며 공개하지 말아야 할 내용이 많을 수록 더 많은 합의금이 나오는데, 이렇게 까발릴 대로 다 까발리면 그렇지 않다는 것. 폴 매카트니 입장에서 더 이상 숨겨야 할 내용이 없어져 많은 돈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다. 명사들의 이혼소송만 전담하는 변호사 알란 카프만(Alan Kaufman)은 "모든 게 공공에게 노출됐는데, 왜 많은 돈을 더 지불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모든 상황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는데 더 방해가 되고 있다. (Everything is out there in the public domain. Why would he now pay out millions for a gagging clause. All this is going to make it much more difficult to get what she wants."라고 말한다.
폴 매카트니가 그 동안 쌓아 올린 재산은 대략 10억 파운드, 그러니까 1조 8천억원을 넘는?고 한다. 그러나, 히더 밀즈가 가정 폭력 내용을 공개한 뒤로 진실 여부를 떠나 이미 명예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폴 매카트니가 격노하면서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금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 상황도 올 수 있다고 한다. 법정에서 최종 판결을 받지 않고, 원만하게 합의금 문제를 해결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폴 매카트니는 법정에서 아내 히더 밀즈가 주장한 가정 폭력 부분에 대해 증언해야하는 절박한 위기에 몰린다. 세계 팝뮤직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기게 될 이런 사태를 폴 매카트니가 원할 리는 없는 것... 히더 밀즈 역시 법원에 제출한 자신의 일기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심각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폭력에 대한 주의 환기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혼이란...둘의 이혼소송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사생활의 문제지만, 담긴 내용은 사생활을 벗어난다. 남녀가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지만, 불화를 겪고, 폭력이 자행되고 결국 이혼하는 과정, 특히, 여기서 경제적, 신체적 약자인 여성이 폭력에 노출되는 현상이다. 폴 매카트니의 경우 본인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법원에 출두해 진실을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 없이 영국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가정 폭력, 즉 남편으로부터 매 맞는 아내의 문제 또 아내로부터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당하는 남편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주의환기가 어느 때 보다 절실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폴 매카트니가 남긴 비틀즈 불후(不朽)의 명곡 [예스터데이]로 돌아가 보자. 노랫말이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자신의 신세를 41년 전 미리 알아본 점괘인가. 아니면 세상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대변한 회심곡(回心曲)인가. 1절만 들여다 봐도 이해가 쉽다.
Ye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Now it looks as though they're here to stay
Oh, I believe in yesterday.
(어제, 모든 근심걱정은 나와 무관한 것처럼 보였어.
그러나 지금 그 걱정 거리가 바로 내 곁에 와 머무네.
아! 어제를 믿고 싶다.)
Suddenly, I'm not half the man I used to be,
There's a shadow hanging over me.
Oh, yesterday came suddenly.
(갑자기, 나는 예전 나의 반쪽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네.
거기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나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야.
아! 어제가 갑자기 왔어)
Why she had to go I don't know she wouldn't say.
I said something wrong, now I long for yesterday.
(그녀가 왜 아무 말 없이 가야 했는지 모르겠네
나는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말했어. 어제가 너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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