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발생한 충남 공주 정신과병원 화재는 병원 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불길이 치솟은데다 입원환자들이 거동불편자나 중증 정신지체자 등으로 대피에 어려움이 커 인명피해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자체진화하다 신고 늦어져 = 이날 병원직원 유 모(38)씨가 119에 화재신고를 한 시각은 오전 5시56분께.
당시 유씨는 앞서 병원 내 치료실에서 발생한 작은 화재를 자체진화한 직후였다.
유씨는 경찰에서 "화재가 나 일단 급히 자체진화를 했는데 곧바로 병원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통해 다른 곳에서도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발견돼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건물 2층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조모(27)씨도 "화재 비상벨이 울려 3층에 올라갔더니 병원직원이 `별일 아니었다'고 말해 내려왔으나 조금 뒤 벨이 계속 울렸다"며 "다시 올라갔을 때는 이미 연기가 자욱해 나도 급히 탈출했다"고 전했다.
화재가 난 병원은 소방서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으나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해 화재가 크게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대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화재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다"며 자체진화 과정에서 신고가 다소 늦어져 불길이 커진 것으로 파악했다.
◇ 환자 가스질식에 인명피해 커져 = 이날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로 화재시 발생한 유독가스를 흡입해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발생한 뒤 환자와 직원 등 40여 명은 모두 소방대에 구조돼 모두 건물 밖으로 나왔으나 병원이송 과정에서 연기에 질식한 환자 5명이 차례로 운명을 달리했다.
경찰과 소방대는 화재 목격자들이 "연기가 심하게 났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병원 내부 내장재 및 기자재들이 불에 타면서 배출된 유독가스가 인명피해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사고 병원에는 치매환자, 정신지체환자, 알코올중독환자 등이 많아 화재대피를 위한 통제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피해규모가 더욱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일부환자 "비상구만 열었어도.." 주장 = 화재가 난 병원이 3층에 위치한데다 외부 창문은 방범용 창살로 가로막혀 있고 병원 출입구도 1곳에 불과해 탈출이 어려웠던 점도 인명피해가 늘어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화재로 부상한 최 모(42)씨는 "문을 열어달라는 부탁에도 당직근무자는 `불 꺼졌으니 모두 방으로 들어가라'며 열어주지 않았다"며 "뒷쪽에 있던 비상탈출구만 열어줬어도 인명피해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환자 이 모(40)씨도 "병원구조가 문만 열면 바로 다른 생활실과 연결된다. 당직자의 판단만 빨랐어도 신체건강한 우리가 모두 구조해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임 모(52)씨도 "당직자가 소화전 비상벨소리가 울렸을때 열어줬어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검증 및 CCTV 화면분석을 통해 정확한 화인을 찾는 한편 병원장과 관리자 등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병원 운영 및 환자관리에 문제점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공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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