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족과 함께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부산은 지금 올해로 11회를 맞은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3년전 찾았을때보다 규모도 커지고 열기도 뜨거워졌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출장을 계획했었는데 취소가 되고 출장을 예상하고 잡아놓은 숙소가 아깝다는 생각에 가족들과 함께 짐을 꾸려 2박 3일로 짧은 부산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영화제의 열기는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부터 뜨거웠습니다. 같은 칸에 탄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 10여 명이 스케줄을 짜는둥 영화와 영화제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더군요.
영화를 사고파는 아시안 필름마켓이 올해 새로 생겼고, 또 미국의 저명 매체인 버라이어티 지가 올해부터 부산영화제 데일리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버라이어티지는 칸과 베를린, 또 제가 얼마 전에 출장 다녀왔던 토론토 영화제에서만 데일리를 발간하고 있는데 이번에 부산에서 사상 네 번째로 데일리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그만큼 부산영화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산영화제의 한 행사에서 마침 우연한 기회에 버라이어티지의 한국 통신원인 달시 파켓(씨네 21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연재하는데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외국 영화 기자의 독특한 시각을 담고 있어 매번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버라이어티가 데일리를 발행하게 된 이유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영화제이고 힌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태국 등 영화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 중심이 부산영화제라서 라고 설명하고 LA에 있는 본사 인력의 대부분인 20여 명이 부산에 투입됐다고 하더군요.
칸이나 베를린도 마찬가지인데 영화제 기간에는 본사가 아예 통째로 출장을 가는 시스템이랍니다. 서투른 영어로 질문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유창한 한국말로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물었더니 '한국에 산 지 9년 됐어요. 한국말 조금 해요'라고 해서 참으로 머쓱했습니다.ㅋㅋ
한낮의 날씨가 예상 외로 더운 것만 빼고는 낭만적인 바다와 영화 축제가 어우러져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상영 외에도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를 구경하는 것과 평소에 보기 드문 영화배우들을 해변이나 식당, 호텔, 거리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곳의 시간대가 좀 독특한 것이 밤 늦게까지 또는 새벽까지 여기저기서 술자리가 이어지며 불야성을 이루고 오전에는 해변과 거리가 무척 한산하더니 오후 1-2시가 되면 해장국집이나 복국집에 모여든 어제의 취객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합니다.
아들 녀석이 뜬금없이 "아빠! 유괴범의 딸이 유괴됐대!" 해서 봤더니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잔혹한 출근'의 포스터 카피 문구를 보고 말하는 것이었고,
얼마 전에 같이 보았던 '라디오 스타' 덕택에 안성기 씨를 알고 있었는데 파라다이스 호텔 로비에서 컴퓨터를 보고 있던 안성기 씨를 마주치고는 쪼르르 뛰어와서 "아빠! 나 안성기 봤어"라고 자랑하더니 다음날 행사장 주변에 배우들 사진 수십 장이 걸려있는 곳에서 사진 찍자고 하니 기라성같은 배우들 다 제껴놓고 부득불 안성기와 최곤(박중훈) 사진 앞에서 찍어야 되겠다고 우겨 찍은 사진이 대문 사진입니다.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고 대부분의 영화들이 매진되고 현장에서 표를 사려는 경쟁도 치열해 내실과 흥행 모두 성공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해외 영화제와 비교해 볼때 젊은층으로만 구성된 얇은 관객층이 아쉽다는 견해도 있지만 바로 그 젊은이들이 세월이 흘러 반백의 머리가 될 때까지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제를 찾을 것 아니냐며 오히려 희망과 가능성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영화제 관계자의 의견에 동조하며 부산영화제가 더욱더 발전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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