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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민주주의 창-보수당과 언론⑥

김문환

입력 : 2006.10.17 10:07


인디펜던트 논조의 특징

개혁 지향언론의 미래는 무엇인가. 영국의 예를 먼저 들여다 보고, 한국으로 눈을 돌려 보자. 흔히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다. 인디펜던트는 진보적인 성향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이념적으로는 노동당과 가깝지 않느냐고 여기는 게 일반적 견해다. 그러나, 인디펜던트를 꼼꼼히 들여다 보면 결코 특정 정당에 매몰되는 정파적인 신문이 아님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게 된다. 영국에서 대부분의 보수 언론들이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며 영국사회 중산층 이상의 기득권층 이익을 대변하며 보수당이나 보수당 정치인에게 우호적인 관점을 갖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후발 언론으로 1986년 뒤늦게 출발한 인디펜던트는 철저하게 정책과 사안별로 현실 정치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사...가치 중립

노동당 블레어와 보수당 카메론의 전당대회 연설을 다루는 방법과 시각, 그리고 논조를 보면 탈 정파성(脫政派性)이 쉽게 이해된다. 인디펜던트는 블레어의 노동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1면에 "멀고 먼 작별(The long goodbye)"이라는 제목과 사진을 싣고, 속지에 2개면을 할애해 연설 내용을 다뤘다. 보수당 카메론의 전당대회 연설에 대해서는 1면에 기사없이 속지에 2개면에 다뤘다. 1면에 카메론을 다뤄 주지 않은 면에서는 블레어 때보다 양적으로 다소 차별을 뒀다. 그러나 질적으로 들어가면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블레어 때 1면의 제목 "멀고 먼 작별"은 무척 냉소적인 제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하단에 블레어의 연설이 무척 훌륭했음을 언급하는 부제(副題)를 넣어 균형을 맞췄지만, 일단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하면서 그 시기를 1년 뒤로 잡는 모습, 그러니까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제목이어서 결코 블레어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인디펜던트. 기사와 사설에서 가치중립적이고 분석기사에서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카메론에 대해서는 1면 없이 4,5면 2개면에 통으로 제목을 달아 소개했다. "카메론, 권력을 다시 쥐려면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을 삼켜야 한다고 보수당에 경고하다. (Cameron warns Tories to swallow painful medicine to regain power)". 보수당 일각에서 감세같은 인기있는 정책을 취하라는 요구에 대해 카메론이 장기적으로 봐야지 당장 눈앞에 인기를 끄는 정책을 취할 수는 없다고 못박은 것을 정리한 제목이다.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말 그대로 담담하고 냉정한 제목이다. 권력을 쥘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또 그러려면 국민을 위해 더 필요한 정책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사에서도 보수당이 대중적이지 않은 정책(unpopular policy)을 취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카메론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고, 평소 인디펜던트가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사설...역시 담단한 전달

신문의 논조를 전달할 수 있는 사설에서도 비슷한 논조다. 인디펜던트 34면의 사설.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카메론) 첫 번째 계획을 제시하다(A Liberal Conservative presents his first draft)"라는 아주 담담한 제목에서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본문으로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수가 된 뒤 "카메론이 1년간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이 남았는지 잘 보여 줬다. 또, 아주 강렬한 연설이었는데, 정책보다는 그 동안 별로 호감을 주지 못하던 보수당에 아주 멋지다는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한 의도가 담긴 연설이었다. (David Cameron demonstrated both how much has been achieved since last October, but also how very much more there is to do. It was a vigorous speech, clearly designed more to complete the rebranding of the Conservative Party from 'nasty' to 'nice' than to introduce policies)".

이보다 더 차갑고도 냉정하게 주제 전달에만 충실한 기사를 더구나 사설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냉정하게 가치 중립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만 공과를 정리한다. 사설 어디서도 긍정이나 부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카메론이 행한 연설을 더하지도 않고 덜지도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내렸다. 굳이 전체적인 인상을 정리하자면 성공적인 출발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도 무방한 정도로 표현한다. 좌파 신문으로 흔히 인정되는 인디펜던트가 이런 입장을 견지한 것은 최근 보수당이 왼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현상에 대한 긍정적 평가란 의미를 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보수당 카메론의 전당대회 연설에 대한 찬양조라는 느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다른 보수 신문들과는 칭찬과 비판의 격이 다르다.    

해설 기사...논조 바꿔 비판

물론 비판도 있다. 35면에 배치한 분석 기사. 방송기자로 출발해 BBC에서 일하다 현재 인디펜던트에 정치전문 칼럼을 연재하고 BBC TV와 라디오에서도 활약 중인 스티브 리차즈(Steve Richards)가 쓴 해설기사를 보자. 기사나 사설과 달리 개인의 의견이 들어간 이 분석 기사에서는 카메론의 연설에 대해 일정부분 비판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4일 전당대회 연설이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여전히 평이하고, 특정한 지향이 없었다. (he made a more substantial address, but the speech was flat and without direction)"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두 개의 평범한 것을 말하기 보다 하나의 좋은 것을 말해야 했다. (Cameron should aim to make one good speech instead of two medicore ones)"고 비판한다. 이는 NHS 등의 문제에 있어서, 여러 좋은 얘기를 하지만 결정적인 자신만의 메시지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웬지 충고에 가까운 비평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