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필름마켓 프로듀서 워크숍에서 열띤 논의
"아시아의 빅 스타라 할지라도 미국에서는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매우 재능 있는 미국 배우라도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모릅니다. 각국 배우들의 다양한 해외 진출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16일 오전 그랜드호텔에서는 눈길을 끄는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을 비롯, 미국과 일본, 홍콩 등지에서 활약 중인 매니저와 캐스팅 디렉터들이 모여 캐스팅의 중요성과 국가간 교류, 즉 인터내셔널 캐스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듀서 워크숍이 열린 것.
다국적 합작 영화의 증가로 배우들의 활동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요즘이지만 사실 이는 몇몇 스타급 배우들에게 국한돼 있다.
그러한 기회의 확대를 위해서는 작품에 배우를 추천하고 기용하는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과 안목이 매우 중요하다.
독일 거장 빔 벤더스와 함께 일하는 등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 인아 리가 사회를 맡은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의 정영범 대표와 홍콩 캐스팅 디렉터 매델리나 챈, 미국 배우 매니저 윌리엄 최, 미국 캐스팅 디렉터 존 잭슨, 일본 캐스팅 디렉터 요시카와 다케후미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각국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캐스팅의 현실에 관한 설명이 이뤄졌으며 이어 인터내셔널 캐스팅의 효과와 필요성에 관한 의견 논의가 진행됐다.
리즈 위더스푼, 토비 맥과이어 등 A급 스타가 소속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에이전시 '매니지먼트360'에서 활동중인 윌리엄 최는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배우가 매니저와 에이전트를 동시에 두고 있다. 에이전트 없이 캐스팅 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에이전트가 제작에 관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수애, 한채영 등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정영범 대표는 "한국에서는 매니저와 에이전트간에 별다른 경계가 없다. 보통 매니저가 두 가지 일을 오가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 웨이' 등의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한 존 잭슨은 "미국에서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나리오를 받으면 등장인물별로 캐릭터를 나눠 분석에 들어간다. 이후 그 시나리오를 여러 매니저와 에이전트에 보내 신선하고 좋은,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를 찾으려 한다"면서 "감독과 프로듀서는 캐스팅 후보자들을 일일이 만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캐스팅 디렉터는 그들을 대신해 배우들을 필터링하는 기능을 한다. '사이드 웨이' 역시 그런 작업을 하는 데 4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캐스팅 디렉터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감독이나 작가가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인물을 캐스팅해 기회를 제공하는 즐거움 역시 크다. 프로듀서나 감독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내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정영범 대표는 "한국에도 캐스팅 디렉터는 존재한다. 단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이라며 "한국에서는 작품 세팅 초기 단계에서 캐스팅 디렉터가 배우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관계자를 만나지만 정작 중요한 계약을 할 때는 배제된다. 매니지먼트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러시아워2', '울트라 바이올렛' 등에서 캐스팅를 책임졌던 매델리나 챈은 "캐스팅에서 가장 첫번째 알아야 할 것은 작품의 예산 규모다. 그것을 알아야 그에 맞춰 배우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이 적은 영화가 류더화를 원한다면 곤란하다"면서 "그 다음에는 배우들의 능력과 스케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아 리는 "'사이드웨이'의 캐스팅은 미국에서도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특히 샌드라 오가 맡았던 역은 시나리오에서는 아시아인으로 설정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존은 그녀를 선택했고 그것이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었음이 증명됐다. 그것이 바로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이다. 그런 배우가 있다는 사실을 존이 몰랐다면 '사이드웨이'의 그런 캐스팅은 이뤄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존 잭슨은 "내 눈은 그런 면에서 항상 열려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에서 적재적소에 아시아 배우를 기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인들, 특히 아시아 남자 배우가 미국에서 다양한 역을 맡기란 힘들다. 거의 무술을 하는 역에 한정돼 있다. 아시아 여배우들은 그나마 기회가 좀 있다. 그러나 아시아 남자 배우는 드라마 '로스트'의 대니얼 대 김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쿵후를 하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만큼 편견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스타를 발굴해 미국 시장으로 데려오는 것은 매우 신선하고 흥분된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 자신이 재미동포 2세인 윌리엄 최는 "나 역시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미국 작품에서 출연하는 아시아인들을 통해 내 역할 모델을 찾을 수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러한 분위기가 좀 나아졌다. 그것은 나 같은 아시아인이 아시아인들에게 더욱 폭넓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덕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창설한 아시안필름마켓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아시안필름마켓에서는 영화를 사고 파는 일 외에도 '스타 서밋' 등의 행사를 통해 아시아 각국 배우들의 활발한 교류의 장 역시 마련된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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