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만평과 사설... 비판일색
더 타임즈 두번째 코너다. 본기사에 이어 사설, 해설기사, 만평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사설과 해설, 만평은 한국서도 일반기사와 달리 신문사의 논조에 따라 의견을 담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문사의 이념적 지향이나 색채를 읽기에 좋은 시금석이다. 타임즈에서는 카메론 연설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이는 블레어를 지지하기 때문일까. 꼼꼼히 들여다 보면 이와 무관한 비판임이 잘 드러난다. 먼저, 사설. 카메론 사설의 제목이 "멋진 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Nice is not enough)"이다. 여기에 부제로 "카메론은 내년에 얘기거리를 더 많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Cameron will have to have much more to say next year)"라고 붙였다. 사설의 첫 문장은 "스타일에 관해서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보수당은 지금단계에서 카메론이 널리 선전할 정책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There is no problem with style, as long as you are stylish. David Cameron's party does not, at this stage, have many policies for him to advertise...). 스타일로 멋만 부리지 말고 무엇인가 메시지가 담긴 알맹이를 채우라는 지적인데, 이보다 혹독한 비판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 더 타임즈에 실린 만평.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카메론 당수가 연설한 내용에 알맹이가 없음을 풍자하고 있다. |
"보수당의 본령"으로 돌아가라는 비판.
만평 옆에 실린 해설기사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카메론의 정체성과 카메론이 추구하는 새로운 보수당의 이미지를 비판하는 분석기사다. 타임즈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보수논객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의 기사다. 올해 우리나이 55살이지만 실제보다 더 들어 보이는(아마도 대머리 탓 일듯) 그는 경제, 특히 금융 시장 분야와 정치에 걸쳐 분속기사를 쓴다. 타임즈 부 편집인(Associate Editor), 칼레츠키의 기사 제목은 "이번 연설은 역사상 가장 긴 쇼핑 목록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This speech was the longest shopping list in history, and it' ll cost you dear)" 노골적으로 카메론의 정책과 보수당을 비난하는 논조다.
왜 비난하는 지 그 이유가 기사 중간에 놓인 2개의 소제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카메론은 보수당을 반(反)기업, 고율의 세금, 국가 관리주의로 바꾸려고 시도한다(Cameron is trying to turn the new Tories into an anti-enterprise, high-tax, statist party)". 반기업, 고율 세금, 경제의 국가 관리주의(statism)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대표한다. 보수당이 표방해온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나 국가의 바람직한 역할과는 정 반대다. 루퍼트 머독 소유언론의 보수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시도는 참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보수언론들이 카메론의 변신, 보수당의 변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들에게는 대처 시대의 공기업 민영화, 노조 무력화, 감세, 정부 역할 축소 같은 정책에 깊은 존경과 신뢰를 보내며 이를 영국사회, 나아가 인류사회의 구원책으로 받아들이는 가치관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 미국의 신 자유주의와도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 10년째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끈 데 이어 새로 등장한 보수당의 지도자 마저, 대처 이후 마련된 전통적인 보수당의 정책을 포기하려 하자 이를 참을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칼레츠키류(類)의 보수논객이나 그가 기사를 쓰는 타임즈의 시각은 민간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세금을 줄여 기업활동을 장려 하며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정책과 정부를 학수고대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이후 신봉돼 온 자유주의(Liberalism) 아래서 자유방임(自由放任, laissez-faire)적 야경국가(夜警國家)라고 표현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작은 정부 주문
칼레츠키가 해설기사에서 왜 "역사상 가장 긴 쇼핑목록"이라고 표현했을까. 카메론은 4일 당수로서 첫 전당대회 연설을 통해 핫 이슈였던 감세 문제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은 주장으로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어, 영국의 보건 의료 복지를 상징하는 병원체계 NHS에 대해 블레어의 실정을 바로잡겠지만, 동시에 더욱 튼실하게 키워 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이는 보건 의료분야의 복지 자금을 줄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행복한 영국 가정 건설을 위해 자녀 보육기금도 늘리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정부가 할 일(쇼핑목록)을 늘리는 방향이다. 이는 자유 방임국가와 거리가 멀다. 또, 이렇게 하자면 무엇보다 재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칼레츠키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제목도 모라자 기사에서 "만약 카메론이 총리가 되면 불가피하게 역사상 가장 큰 증세 요인이 발생할 것(What would inevitably follow if Mr Cmeron became prime minister would be the biggest tax demands in history)"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다.
그렇다 보니 이런 소제목이 두 번째로 나온다. "당황스럽게도 국가가 자신의 권력을 자제하려는 시도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Disconcertingly, there was hardly one example of self-restraint by government)" 큰 정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보수적인 시각이다. 세금을 늘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를 키우려 하지말고, 국가의 힘을 줄이라고 거듭 주문하는 것이다. 타임즈가 왜 초록동색(草綠同色)의 관계인 보수당이나 카메론을 비판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블레어?? 보수당 지도부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본령으로 돌아가라는 따끔한 충고를 위한 비판이다. 영국 보수언론 특히 타임즈의 시각을 정확히 읽을수 있는 대목으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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