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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 박탈감에 딸 상습 성폭행

입력 : 2006.10.11 14:49


수년간 세 딸의 해외 유학생활을 뒷바라지하던 기러기 아빠가 아내와 딸들에게 느낀 배신감과 박탈감을 이유로 딸을 상습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학원강사 A(50)씨의 아내와 중3이던 큰딸, 초등학생 두딸은 지난 2002년 캐나다 토론토로 조기유학을 떠났다.

맞벌이를 한 덕택에 한달 수입 1천만원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던 A씨는 "차라리 한국에서 고액과외를 시키는 편이 어떠냐"며 유학을 만류했지만 결국 아내와 딸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A씨는 교육비와 생활비를 대려고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학원일은 물론 과외까지 하며 매달 600만원을 벌었지만 아내에게 송금하기로 한 800만원에 못 미쳐 부족한 돈을 구하기 위해 부모와 친지를 찾아다니며 손을 벌려야 했다.

가족을 위해 갖은 고생과 수모를 견디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 A씨는 기러기 아빠 생활이 길어질수록 캐나다에 있는 아내와 딸들에 대한 박탈감과 서운한 감정이 커져갔다.

특히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임대를 거부하고 수억원 짜리 고급주택을 구입해 살고 고급차를 굴리는 아내에게 느끼는 서운한 감정이 커져 이들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져갔고 심한 다툼도 잦아졌다.

급기야 캐나다 가족을 찾아간 A씨는 아내.큰딸과 다툼을 벌이다 현지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격리조치를 당했고, 아내는 1년에 한두 번씩 캐나다에 찾아오는 대신 그 경비까지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2003년 5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큰딸이 유학생활을 잘 하지 못하고 있으니 자신이 직접 키우겠다며 한국으로 불러들였고 이때부터 A씨는 큰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아내에 대한 복수심과 큰딸에 대해 걸었던 기대감이 무너진 허탈함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 같다"며 "내가 왜 그랬는 지 생각하면 귀신이 씌였던 것 같다"고 뒤늦게 범행을 후회했다.

큰딸은 이때부터 2년간이나 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리다 고3이던 지난 2005년 캐나다의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돌아갔지만 재정 문제로 더 이상 유학을 계속할 수 없게 된 A씨 아내와 세 딸은 지난 5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사는 와중에서도 A씨의 성폭력이 계속되자 큰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았고, A씨는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 지난 10일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서 체포됐다.

유학에 실패하고 돌아온 A씨 아내와 딸들은 갖고 있는 재산을 모두 써버려 현재 성남의 한 반지하 월세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러기 가족의 문제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이 사건을 수사해 보니 실상은 더 심각했다"며 "한국의 교육문제가 빚은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한탄했다.

경찰은 11일 A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성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