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60. 민주주의 창-보수당 정책①

김문환

입력 : 2006.10.09 16:42


권토중래 노리는 보수당...호기 맞아
영국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 영국은 현재 보수당.(Conservative)과 노동당(Labour)의 양당 구도에 제 3당인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이 제 3지대를 달리는 정치구도다. 이 가운데 보수당부터 살핀다. 1997년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 뒤 야당으로 물러앉은 지도 9년째. 다우닝(Dowing)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비롯해 주변에 포진한 주요 공관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0월 1일부터 나흘간 잉글랜드 남부의 바닷가 휴양도시 본머스(Bournemouth)에서 전당대회를 가졌다. 9월 마지막 주 노동당이 전당대회를 가진 다음주에 바톤을 이어 전당대회를 가진 보수당은 그만큼 노동당과 자신을 비교하며 국민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유리한 입장이었다.

더구나, 노동당의 블레어가 당내 인사들로부터 심각한 퇴진 압력을 받으며 뒤숭숭해진 터여서 보수당으로서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적의 분열은 덤으로 챙기는 승리의 요인이니 말이다. 아직 총선까지 가려면 3년(2009년)이나 남았다. 하지만, 노동당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무엇보다 내년에 블레어가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공언한 터여서 새로운 노동당의 주자와 대결해야할 보수당수 카메론 입장에서는 보수당의 역량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절실한 전당대회였다. 무엇보다 카메론이 유구한 역사의 보수당 당수직을 맡고 난 뒤 처음 치르는 전당대회여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성이 큰 대회였던 만큼 안팎의 관심도 높았다.

보수당의 전략 1… 노동당 실정 공략: 의료 보건분야
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당이 펼친 전략을 보면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1. 노동당 공략을 통한 비교우위 확보  2. 보수당의 비젼 제시를 통한 절대우위 확보. 먼저 노동당을 공략해 노동당보다 상대적으로 보수당이 더 훌륭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했다. 방법은 노동당의 실정을 찾아내는 것. 국민들이 일상에서 늘 접하며 피부로 느끼는 정책 가운데 노동당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데 당력을 기울였다. 보건 의료분야 실정(失政). 카메론과 보수당은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10여 년 전 노동당의 블레어가 집권을 위해 사용한 방법을 차용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10여 년 전 국민들이 보수당에 느끼던 불만 가운데 하나는 경제도 경제지만, 교육이었다. 교육의 기회가 불평등하고 가진 자만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기득권을 유지한다는 불만이 다수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블레어는 이를 간파하고 앞으로 노동당의 지향점을 3단어로 소개한다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셋째도 교육"이라고 교육개혁을 통한 사회개혁을 내세웠다. 카메론은 4일 행한 전당대회 연설에서 자신의 지향점을 3글자로 소개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N, H, S"라고 한자씩 또박 또박 발음했다. "나도 세 글자로 말할수 있습니다. N, H, S(Well, I can do it in three letters: NHS)." 보수당원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NHS는 우리 나라로 치면 일종의 건강의료보험 공단 같은 조직으로 영국인들의 의료 보건 분야를 책임지는 국가 기관으로 [국립 건강 센터](National Health Service, NHS)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공공 병원을 비롯한 의료서비스를 직접 관장한다. 국립 의료보장체계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도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민들 부담을 늘리듯 영국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심각한 적자로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의료비 지원을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연일 국민들 시위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막대한 재원을 정부가 더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노동당을 궁지로 몰아넣기 충분한 소재다. 

의료복지 줄이지 않아, 효율을 높이자는 것.
카메론은 노동당 정권아래 NHS가 제대로 굴러 갈리 없으며, 다음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자신의 손, 보수당의 손으로만 NHS를 정상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다음이 중요하다. 핵심 선결과제(key priority)인 NHS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방법론. "우리는 NHS를 지원할 것입니다. 절대로 자금 사용을 줄이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납세자들이 내는 돈이 더 잘 쓰이도록 하겠습니다.("We will serve and support the National Health Service. We will never jeopardise the NHS by cutting its funding. But we will make sure the money is well spent.)." 정부에서 지출하는 복지비용이 과다해 이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돈은 그대로 쓰면서 NHS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보수당이 감세를 약속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카메론의 말을 들어 보자. "NHS에 자금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책임한 감세정책은 나의 의제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Irresponsible tax cuts were not part of my agenda because of the need to maintain funding for the NHS). 카메론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물론 그의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특수한 가정적 특수상황 속에 있고, 그래서 더 자주 NHS를 이용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 하나, 이제도가 보수당의 전임 마가렛 대처 총리때 만들어진 것이어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할 처지이기도 한 것이다. 2006년 전당대회를 통해 집권노동당을 이길 카드로 제시된 영국 보수당의 핵심 정책이 "감세가 아닌 지속적인 재정 지출을 통한 국민 복지 향상"에 있다는 현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게 된다. 더도 덜도 아닌 2006년 10월 영국의 모습이다.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국민복지까지 챙길 수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