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시장에서 거품 논란까지 일던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 열기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에서 야심 차게 진행한 아시아 동시대 미술경매는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투자가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였다는 게 미술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3월31일 소더비의 봄 메이저 경매에서 중국 미술이 244점 출품돼 89%의 낙찰률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경매에서 중국 미술은 223점이 출품돼 69.5%인 156점만 낙찰됐다.
서울옥션 중국미술 스페셜리스트 권선희 과장이 분석한 이번 경매의 특징은 ▲양적증가, 질적하락 ▲톱 10 작가들의 강세 유지 ▲해외에 덜 알려진 작가 상승세 ▲아방가르드 설치작가, 사진, 조소작가 부상 ▲현대 중국의 정치나 사회상을 담은 작품 강세 등으로 요약된다.
뉴욕 경매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질적 하락'은 세계 미술계의 열광적인 사재기로 이른바 톱 10에 속하는 최고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그만큼 시장은 냉정했다.
인기 절정인 팡리쥔의 작품이 5점이나 출품됐지만 겨우 1점만 낙찰됐고, 위에민쥔의 작품 5점 중 1점이 유찰된 것이 단적인 예.
유찰작들은 모두 작가의 전형적인 특징이 약한 작품들이었다.
장샤오강의 작품은 총 7점이 출품돼 '망각과 기억'이 가장 높은 가격인 88만4천 달러에 팔렸지만 3월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인 97만9천200달러에 팔린 '동지 넘버120'보다 높지 않았다.
그러나 크기가 다소 작았던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가격대로 분석된다.
리우샤오동, 마오옌, 인자오양, 링지엔, 천원보 등 톱 10 이하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최고가보다 최고 2배에 가까운 가격에 작품을 팔아낸 것도 이번 경매의 특징이다.
한마디로 말해 최상위 블루칩 작가들은 수작의 경우 높은 가격대를 유지했지만 좋지 않은 작품의 경우는 외면받는 등 시장이 무분별한 사재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투자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했고,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에도 진지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번 경매에 대해 수요는 많았고 톱 작가들의 아성은 유지됐지만 뉴욕 미술상들이 "소더비가 충분히 작품을 고르지 않았고, 매우 근시안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경매의 매출총액은 1천820만 달러로 3월 경매보다 500만 달러 이상 늘었지만 전화응찰이 많아 현장은 썰렁했던 데다 유찰이 이어져 활기가 적었다는 분위기도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욕과 런던에서 활동하는 딜러 마이클 고디우스는 "경매 시장에 오는 것은 좋은 작품을 찾으려는 열망 때문인데 좋은 작품이 드물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딜러 막스 프로테치는 "중국 작가라고 모두 훌륭한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옥션의 권선희 과장은 "이번 경매를 통해 중국 미술도 이제는 덮어놓고 사기보다 인기작가의 수작을 고르는 등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미술에 대한 국제 미술시장의 평가는 10월 홍콩 소더비 경매,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또 한 번 드러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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