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블레어 정부의 주요 현안과 머독
토니 블레어 정부가 당면했던 주요 정책 가운데, 머독이나 머독 소유 언론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자.
가. 유럽 단일통화(Single Currency) 가입
유럽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 온 단절과 분열의 역사를 극복하고 유럽의 역량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아래 유럽 각국을 하나의 국가로 묶는 유럽 연합(Europe Union)을 결성했다. 유럽은 지금 국경도 없고, 여행이나 이주의 제한(국민이 되는 데는 절차가 필요하지만)도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통합은 경제분야. 일단 2001년부터 단일통화 유로(Euro)화를 출범시키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영국. 영국은 유럽연합에는 가입했지만, 유로화는 채택하지 않았다. 블레어는 원래부터 '더 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운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유로화 도입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여기서 머독이 나섰다. 그는 '더 선'을 동원해 유럽 연합 자체를 반대해 왔으며 블레어를 설득해 국민투표로 채택여부를 결정하려던 방침을 철회하도록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영국만 자국 통화(파운드화)를 갖고 있는 배경이다.
나. 유럽 연합 헌법
머독의 언론은 유럽 연합 헌법에도 부정적이다. 유럽연합 헌법에 우호적인 블레어의 정책을 주저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머독의 바람대로 해결됐다. 유럽 연합 헌법이 주도국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국민 투표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자연사(自然死)로 수면아래 잠기고 말았다.
다. 미디어 정책
머독은 영국에서 SKY TV로 대변되는 TV와 '더 선'이나 '더 타임즈'로 대표되는 신문을 소유하고 있다. 많은 노동당 의원들은 당초 신문과 방송 가운데 어느 한 분야만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1998년 공정거래 위원회(Office of Fair Trading)가 머독 언론사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블레어 정부에서 머독이 신문 방송의 교차소유나 이 문제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 블레어는 심지어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y)에게 전화를 걸어 재벌 베를루스코니 소유의 방송사를 머독이 인수할 수 없느냐고 중간다리를 설 정도였다.
통상 노동당 의원들의 정서는 공영방송인 BBC와 맥이 닿아 있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BBC가 블레어의 전쟁 정책에 반하는 보도 태도를 유지하면서 BBC 그렉 다이그 사장이 물러나는 홍역을 겪었지만, 노동당 의원들은 공영방송인 BBC의 입장에서 새로운 미디어 정책을 펴 나간다. 그런데, BBC가 현재 정부에 요청중인 면허료(licence fee) 관련 정책이 머독의 로비로 무산될 것이란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
라. 경제정책
머독은 그의 언론을 통해 친(親) 기업적인 정책, 다시 말해 감세나 정부 규제 완화 같은 정책을 블레어 정부에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물론 머독의 로비와 언론을 통한 주장이 다 받아들여 지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그렇다.
2)블레어, 머독 소유 뉴스 코퍼레이션즈 임원으로...
일부에서는 블레어가 총리 자리를 물러날 경우 머독이 운영하는 미국 뉴스 코포레이션에서 한자리를 맡을 것이란 설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인디펜던트 7월 29일자 보도). 지금 노동당 안에서 퇴임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지만, 그가 밝힌 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중 물러나게 된다. 고국인 영국에서는 날로 이지러져 구름에 가린 그믐달처럼 인기가 시들한 블레어는 미국에서는 인기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정책을 가장 잘 추종하는 국가가 영국이고, 그 수반이 블레어이니 미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뉴스 코퍼레이션에서 일자리를 얻고 돈 되는 행사인 미국 내 각종 강연회를 병행하면 블레어가 경제적으로 윤택해 질 것이란 전망이다. 10년 넘게 총리 자리를 지켰으니 풀어놓을 얘기 보따리는 제법 묵직할 것이다.
머독은 이미 스페인 총리 출신의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를 지난 6월 뉴스 코퍼레이션에 영입했다. 그가 영입하면서 밝힌 변(辯)은 "아즈나르 총리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테러에 불굴의 투쟁(unflinchihg stand against domestic and international terrorism)을 벌였기 때문"이다. 머독의 시각과 입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머독과 블레어의 밀월이 강산도 변하는 10년 세월을 넘었다. 그 동안 머독과 블레어, 머독 소유 언론과 블레어 정부는 밀월 그 자체였다. 지금 블레어의 총리직 지속여부를 놓고 영국 정계 특히 노동당 내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둘의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언론과 정치의 관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자못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