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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민주주의창-정치와 언론①: 머독과 전쟁

김문환

입력 : 2006.09.07 10:37


언론사와 '시각'

호주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귀화한 머독. 영국에서도 많은 신문과 방송을 소유한 머독이 신문시장 장악을 위해 영국에서 거리 무료신문을 창간한 사실을 들여다 봤다. 머독이 지향하는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고, 머독이 머리 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정치관은 무엇일까. 머독이 소유주로서 자신이 운영하는 언론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론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며 정부나 사회를 감시하는 기능을 갖지만,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는 민주사회 언론이 갖는 근본적인 속성이다.

북한같은 전체주의 독재체제에서는 특정 단일 논조만이 존재하지만, 다양한 가치관의 공존을 인정해야 하는 민주주의는 다르다. 기자들이 주주인 경향신문이나, 국민주주인 한겨레신문, 재벌 주인인 중앙일보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거대 재벌로 언론을 소유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머독의 철학을 선악(善惡)의 잣대로 들여다 보는 것은 민주사회의 질서에 반(反)한다. 단, 재벌 언론인의 언론 철학, 사회철학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파악해 그 속성 그리고 그 언론이 추구하는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거꾸로, 기자주주인 신문과 국민주주인 신문의 속성을 이해해야 하듯이...

왜냐하면, 대부분의 언론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의 가치관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며 정보를 전달하지만, 실상은 누구의 가치관도 꼭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반 독자나 정보 수용자들이 민주사회 언론의 한계를 정확히 짚지 않고, 편하게 자신이 애용하는 특정 언론의 시각을 진리로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을 막고, 언론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명 역시 언론인이 지고 나가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다소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다. 자기 스스로 특정 가치관을 담은 기사를 쓰면서 독자들이 그런 가치관에만 함몰되지 않도록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언론인의 길이 힘든지도 모른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영국신문 시장의 장악을 노리는 머독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그가 그리는 바람직한 영국사회의 모습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꼭 필요하다.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과 정치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한 척도(尺度), 시금석(試金石)이 된다. 머독은 영국에서 블레어를 일방적으로 지지한다. 일견 모순된다. 머독은 대재벌이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블레어는 노동당이다. 영국 정치지형은 크게 보수당(Conservative)과 이보다 진보적인 노동당(Labour)이 대립하는 가운데, 둘 사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자유민주당(Liberal-Democrat)이 비교적 세가 딸리는 형국으로 가마솥 다리 서듯 정립(鼎立)한 구도를 보여 준다.

정책과 사안마다 달라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기존의 제도와 여건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회 상류층이나 기득권층, 재벌은 질서 유지를 원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보수당을 지지하기 쉽다. 지금 보다 좀더 살기 편해지는 사회를 지향하는 중하류층이나, 지금보다 사회적 여건이 진보하고 개선되기를 바라는 지식인층은 상대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하는 경향이다. 이 가운데 특정 정책 하나로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도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문제, 교육문제로...

영국은 사립학교의 전통이 강하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유명 사립학교 출신들이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같은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무상교육의 공립학교들은 뒤처진다. 좋은 대학 진학과 더 나은 사회건설은 상류층이 맡고, 하류층은 그저 일하는 계층에 머물게 되는 구도다. 블레어의 노동당 정권이 1996년 집권하면서 메스를 들이댔다. 이른바 교육개혁을 시도했다. 공립학교를 강화해 공립학교 출신들도 유명대학에 들어가고 사회발전의 인재로 양성하자는 취지다. 국민다수에게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보수당은 불만이다. 우리 상황과 아주 유사하다. 고교 입시 부활해서 사립고등학교 육성하자는 한나라당과 평준화를 유지해 공립학교 교육을 지키자는 열린우리당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머독의 블레어 지지…왜?

그렇다면 재벌이자 최상류층 머독은 보수당을 지지해야 하는데, 이 사람이 블레어를 끔찍이 생각한다. 이유가 궁금해질 것이다. 원인은 바로, 블레어의 대외정책에 있다. 블레어가 국내문제에서 진보적인 것과 달리 대외정책에서 미국 추종이라는 친미 정책을 취하고 머독이 이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지지를 보낸다. 영국을 미국의, 블레어를 부시의 푸들 강아지(Poodle)로 묘사하거나, 이라크전쟁이나 레바논전쟁을 부적절한 전쟁으로 규정하는 시각과 정반대다. 머독은 이라크전과 레바논전을 비롯한 부시의 대 테러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바로 이런 시각에서 블레어를 영국에서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규정한다. 머독은 미국의 CBS TV에 출연해서 노골적으로 현 보수당의 카메론 당수보다 블레어나 노동당의 차기 총리 후보인 고든 브라운 장관을 추켜세울 정도다.

참고로 머독은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을 지휘했던 토미 프랭크(Tommy Franks) 장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머독은 미국에서 좀더 유연한 가치관과 국제평화적인 마인드를 가진 민주당(Democrat)보다 공화당(Republican)을 지지한다. 특히 2008년 대선주자로 나선 공화당의 아리조나주 상원의원 존 매케인의 팬이다.

머독 소유 언론, 테러와의 전쟁 정책 고무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머독이 많은 언론을 소유하고 있는 대목. 그의 철학은 그가 소유한 언론에 그대로 투영된다. 머독은 전 세계 그가 소유한 매체를 총동원해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제정세의 논조로만 얘기를 국한시켜 본다면 미국 부시의 팽창주의적 외교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블레어의 추종 외교정책을 고무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우호적인 지지기사가 주를 이룬다. 머독이 영국에 소유하고 있는 신문들. 일간지 '더 타임즈(THE TIMES)'와 '더 선(The Sun)',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와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는 무료 일간지 '더 런던 페이퍼(the London paper)'도 포함되겠지만...

특정 언론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는지 예리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진실이 어디 있고, 언론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어디 있는지 가려 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영국에서 언론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좀더 내밀하게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