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성인오락실에서 사용하는 경품용 상품권의 추정 가능한 시장규모다. 정보기관의 통계로는 음성적인 규모까지 합치면 50조로 추산된다.
그래서다. 이 정도 규모면 이 문제의 본질을 '상품권 게이트'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경품용 상품권 문제에 관해선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를 하고 있었다. 유통과정에서부터 정책입안 과정까지 문화부 실무 국장을 비롯해 여러 담당자들을 취재하고 있었다. 사안이 복잡해 그 당시에는 쉽게 이해가 가질 않았었다.
분명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문화부 담당자들은 '정책실패' 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관된 논리는 "게임시장을 양성화해야한다", "불법 유통되는 것보다는 적어도 통계는 파악하고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시장을 관망하는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나름 명분있는 논리도 된다. 그래서 장관이나 실·국장들이 국회 답변에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이를 주장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을 상품권 업자, 그것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업자의 눈에서 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벤처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는 2002년, 업자 A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점점 늘고 있는 성인오락실을 주목한다. 그리고 성인오락실 경품에 상품권을 포함시키게 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그 뒤 이른바 딱지상품권이 성인오락실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잘 된다는 소문은 경쟁업체들 숫자를 늘렸다. 정부도 이런 딱지상품권의 범람에 문제를 느끼고 지난 2004년 아예 '상품권을 경품에서 폐지'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때 A씨는 이른바 '상품권 인증제'라는 제도를 들고 나온다. 자격심사를 하자는 것이다. 상품권 시장도 살리고 경쟁업체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문화부 입장에서도 양성화해 세수 확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윈윈인셈이다. 그래서 22개 업체가 상품권 인증을 받게 되고 당연히 A씨 회사도 포함된다. 문제는 탈락한 업체들의 불만이다. 돈이 되는 사업임을 이미 체험했는데 쉽게 포기할 리 없다. 더욱이 22개 업체가 그리 경쟁력이 확고하지도 않아 투서도 잇따른다. 솔직히 22개는 좀 많다는 생각을 하던 A씨는 제도의 이름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22개 업체 모두 허위사실 적발로 인증이 취소됐지만 제도가 바뀌었으니 그 제도에 포함만 되면 된다는 논리도 만든다. 마침내 7개 업체로 줄어든 상품권 업계는 엄청난 수요 속에 떼 돈을 벌게 된다.
어떤가? 실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문화부 담당자들이 알았건 몰랐건 현실은 업자의 시각에서보는 상황으로 흘러갔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창동, 정동채 두 전 문화부 장관을 잇따라 보좌했던 정책보좌관은 지금에 와서 보면 "업자들에게 공무원들이 당한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그런데 과연 당하기만 한 것인가? 단순한 정책실패로만 규정할 수 있나? 업자와 정책당국자들이 이 정도의 공감된 논리를 갖추려면 상당한 '스킨십'은 필수다. 로비의혹이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은 범법자는 뇌물을 써서 특혜를 받는다. 그래서 이를 경쟁하던 다른 업체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은 이익을 챙긴다. 하지만 보다 큰 범법자는 제도를 바꾼 뒤 그 시장을 선점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 이 피해는 대다수의 국민과 사회에 이르게 된다.
국민들의 돈으로 나라의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업자들의 의도까지 간파해야한다. 간파했어도 이를 막을 수 없는 '세력'이 있었다면 바로 이것이 게이트다.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이트를 단순한 '무능'으로 돌릴 수 있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며 어딘가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매듭지을 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업자들에게 당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든다면 모든 사안을 가감없이 수사당국에 밝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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