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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민주주의창-군산복합체④:군비증강의 배경

김문환

입력 : 2006.08.29 15:20


1) 세계대전 시기: 세계 경찰, 팍스 아메리카나

앞선 글에서 본 것처럼 미국은 전세계 군사비의 50%라는 엄청난 돈을 사용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군사비로 지출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는지 근원을 더듬어 본다. 고상하게 표현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다. 지구촌 경찰이 돼 미국의 안전은 물론 세계 전체의 평화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다. 시점은 제 2차 세계 대전이다. 1940년대 이전까지 미국은 미국 본토 방어에 주력했고, 다른 국제사회 문제에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라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를 유지했다. 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도 세계 문제를 주도하기 위해 만든 국제연맹에 국회반대로 가입하지 못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1822년 이후 유지해오던 먼로주의(Monroe Doctrine)에 따라 미국은 미국내 아메리카 대륙 안으로만 행동반경을 제한한다는 취지다. 그러던 미국이 달라진 것은 1941년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Pearl Harbour)을 공격한 뒤부터다. 

미국의 이익과 미국 동맹국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제 미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전쟁을 치른다는 정책으로 전환한다. 진주만 공격이 갖는 가장 큰 역사적 의미는 단순히 "미 함대가 무슨 무슨 피해를 입고..." 이런 데 있지 않다. 미국의 대외정책과 역할 전환에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하와이 공격 뒤 정책을 전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세계 제국으로 나갈 힘을 갖고 있던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세계 경찰국가 등극을 결정해 놓고 때를 기다리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이를 표면화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사실을 알고도 일부러 대비를 하지 않고 일본의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이 널리 알려진 대로 그 증거라고 한다. 아무튼 세계 경찰 미국의 등장으로 유럽은 나찌즘과 파시즘의 횡포에서 아시아는 일본 군국주의의 야욕으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와 독립을 지키거나 얻어낼 수 있었다. 미국의 엄청난 군사비 지출과 노력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인류역사에 던져 준 미국의 공적이다. 

2) 냉전시대: 자유 민주주의 수호자

1945년 5월 유럽에서 2차 세계 대전이 끝났다. 8월에는 원자폭탄 2발로 아시아 태평양에서도 끝났다. 1918년의 1차 세계 대전 같으면 이제 미국군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미국은 전시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미국은 바뀌어 있었다. 역할을 줄일 생각이 없었다. 때마침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이라는 적이 물러난 자리에 새로운 강적이 자리를 차고 들어 앉았다. 유럽에서는 1945년 동유럽 공산화와 소련 주도하의 공산 블럭화, 소련의 베를린 봉쇄. 아시아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1949년의 중국 공산화. 뒤이은 1950년 한국 전쟁 발발. 

불과 몇 년 전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독일, 일본과 싸우던 미국과 소련은 이제 등을 진 채 손을 잡을 수 없는 적국이 됐다. 원자탄 개발이후 서로의 괴멸적인 파괴를 잘 알고 있는 미소(美蘇) 두 나라는 2차 세계 대전과 같은 재래식 열전(熱戰, Hot War)을 피하고, 서로 으르렁 거리며 세대결을 펼치는 냉전(冷戰, Cold War)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민주주의 진영을 대변하는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소련과 맞서는 정책을 이어갔다. 자연스럽게 공산진영에 맞서 지구촌의 평화를 지키는 팍스 아메리카나 정책을 유지해 나갔다. 그리고 그런 미국의 위상과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나라가 없었다. 시대적인 요청이었다고 할까. 이 기간동안 앞선 글에서 보았듯이 미국은 엄청난 군사예산과 전쟁예산을 쏟아부었다. 

3) 탈 냉전시대: 유일 초강대국의 팽창정책

그러나 미국의 위상과 힘의 정당성은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면서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미국이 세계 경찰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그 동안의 명분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련과 공산주의라는 범인이 없어졌는데, 경찰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차 세계 대전이후 미국을 지탱해온 군수산업의 피해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로 이행하는 순간부터 군수자본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군수자본이 붕괴되지 않는 조건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세계 경찰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경찰의 간판을 달고 있으려면 사라진 소련과 붕괴된 공산주의를 대신해 새로운 범인이 나타나 줘야 한다. 나타나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 필수적이다. 소련이 사라진 뒤 세계 유일 초강대국(the world hegemon and status as the world's only hyperpower)이 된 미국은 새로운 범인을 찾아 지구촌을 누비기 시작했다. 이제 평화수호가 아니라 자신의 영향력 확대와 이익추구를 위한 팽창정책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제국주의다. 소련 붕괴 뒤 냉전이 가면서 평화가 오기를 기대했던 수많은 지구촌 시민들의 기대가 무너진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더 큰 문제는 평화가 오지 않는 차원에 멈추는 게 아니라 범인을 찾고 새로 만들다 보니 지난달 냉전시기 보다 전쟁이 더 많아진 것이다. 과거엔 소련의 비호가 있어 작은 나라라도 미국이 함부로 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말 그대로 전쟁 아닌 전쟁, 즉 냉전이 지속된 것이다. 무기로 싸우는 열전(熱戰)이 아니라 뜸만 들이며 으르렁대다 마는 냉전(冷戰). 그러나, 유일 강국 미국을 견제할 나라가 없는 가운데, 이제 미국 마음 먹기에 따라 전쟁여부가 결정됐다. 이미 전 세계 어디서도 선제 공격을 가하고, 필요할 경우 동시다발로 전쟁도 수행할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이 붕괴한 1990년까지 45년간 미국이 직접 개입한 전쟁은 한국전과 베트남전 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한 90년대 이후 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16년 사이 3개나 된다. 더구나 이번 레바논전쟁의 측면 지원까지... 90년대 이후 모든 전쟁이 공교롭게 부시 가문의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에 재임할 때 일어났으니 부시가문은 둘 가운데 하나다. 평화의 사도이든지 전쟁의 화신이든지... 전쟁이 많아지는 근본 이유는 미국의 팽창정책이고, 미국은 이런 전쟁을 통해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지켜 나간다. 미국은 제국주의적 팽창 정책 대신 상대의 선제 공격에 대해 미국과 세계 각국의 평화를 지키는 정책으로 전환해도 충분히 모든 세력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군사비 지출도 크게 줄일 수 있건만... 그러나, 이는 군산복합체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