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이사를 가야 했고 저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 조차 두려웠습니다. 저는 도망자처럼 살았습니다"
회계사 김모(30)씨는 지난해 4월 여자 친구가 자살한 뒤 2주후 자신이 네티즌들 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가 여자 친구에게 낙태를 강요한 뒤 여자 친구를 찼으며 심지어 여자 친구와 여자 친구의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인터넷에 돌면서 김 씨는 악의적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살해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네티즌들은 심지어 김 씨가 다니는 회사에 김 씨를 해고하지 않으며 이 회사 제품 을 불매하겠다고 위협했으며 김 씨가 다니는 야간 대학 사이트에도 항의 메일이 쇄도 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김 씨 등 사이버 폭력 사례를 소개하면서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사이버 폭력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불만 건수는 4만2 천643건으로 2003년의 1만8천31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실시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65세 한국인 10명 중 1 명 가량이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사무국장은 "지난 몇년간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다른 나라보다 더 일찍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20대 여성은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개똥녀'라는 별명과 함께 온갖 욕설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국회는 사이버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이번달 국내 30개 주요 포털사이트와 신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릴 경우 신원을 확인토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 법안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웹사이트에서도 사이버 폭력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황우석 박사의 연구논문 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도 익명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이라며 "익명의 내부고발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은 물론 인터넷의 정신인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천800만 한국 국민 가운데 약 3천30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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