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한국 등 주변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복절이자 종전 기념일인 15일 태평양전쟁의 원흉인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자 전국이 분노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공동체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위안부 할머니(9명)들은 이날 오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소식을 TV로 지켜보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옥선(79)할머니는 "사죄 한번 하지 않는 저 사람의 고집을 꺾을 수 있나. 한국정부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라며 "그러나 이 일로 또 양국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안되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유족회 홍영숙(61) 회장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 총리가 그것도 종전기념일을 기해 참배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모두 우롱하는 처사인 만큼 단호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분개했다.
홍 회장은 이어 "일본강점기 때 강제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태평양 전쟁은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며 "진심어린 사죄만이 일본이 국제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사죄를 촉구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민자 광주지부장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현상"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일본식 만화와 음악 등을 많이 접해 일본에 문화적인 우호감을 상당히 가지고 있는데 이번 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비판했다.
전북대 권혁남 교수(신방과)는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과 중국 등의 반대에도 신사참배 날짜를 8월 15일로 잡은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특히 일본이 미국과의 밀월관계를 통해 대외적으로 힘의 자신감을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태일 교육선전국장은 "고이즈미 신사 참배를 저지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나 노무현 정부의 일본 정책이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 일본의 우경화를 저지하기 위한 일관된 외교정책을 정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꾸준한 활동과 감시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동(27.청주대 법학과 4년)씨는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가 계속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일본의 국력이 강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고 "무작정 일본의 행위를 비난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국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원.춘천.광주=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