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여권인사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정말 문제다. 인적구성이 심각하게 동종교배다. 언론감시단체와 언론감시 역할을 한다는 언론사 출신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 동종교배의 가장 큰 문제는 편협한 시각이다. 정권을 홍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홍보수석실이 이렇게 운영되는 것이 현재 참여정부가 전방위 공격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실제로 그런가 싶어 청와대 인사에게 물었더니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각 비서실마다 언론감시를 목적으로 운영된 언론사와 시민단체 출신들이 포함돼 있었고, 최근에는 청와대를 출입하던 해당 미디어 감시 언론사 기자가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했습니다.
언론인들의 정·관계 진출을 강도높게 비판해 왔던 언론사의 기자들도 청와대 행정관,비서관 등으로 최근 많이 채용됐더군요. 그 가운데는 언론인들의 정·관계 진출에 관해 직접 비판기사를 썼던 사람도 포함됐고요. '나는 괜찮고 너는 안 된다'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생각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인사청탁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이번에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특정인사를 아리랑 TV에 앉히도록 압력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아리랑 TV의 인사권자는 아리랑 TV의 사장이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인사와 관련한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도 말이죠. 더욱이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며 외부공모제도까지 도입했는데도 말입니다.
과거 기자들이 정권에 부역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척 기자로 활동하다가 며칠 뒤 정권의 떡고물을 받는 자리로 간 언론인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고 각 언론사들이 자체 윤리 강령에 이를 방지하는 내용까지 담기도 했습니다.바람직하지 않은 처세이기 때문입니다.
언론계의 부끄러운 과거의 모습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가 다르고 정권의 성격이 다르다고 당사자들은 항변할 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냉정히 물어본다면 본질은 같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시민단체 인사들이 속속 자신들이 감시하던 기관이나 공직에 진출하는 모습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국회의원이나 자지단체장 같은 선출직으로 나섰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절차라도 있겠지만 '채용'은 그런 과정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언론인과 시민단체 인사들의 순수성이 국민들에게 의심받게 하는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문득 최근 인사청탁 논란의 배경에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원칙'이 원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