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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지구촌 리더십-기상이변 ⑤

김문환

입력 : 2006.08.13 09:10|수정 : 2006.08.13 14:59


클린턴, 온실가스 감축과 기상이변 대처에 나서

미국의 대통령이 퇴임 뒤 무슨 일을 하는지 들여다 보자. 1976년부터 1980년까지 민주당 대통령을 지냈던 땅콩 장수 출신 카터는 영화배우 출신 레이건에게 패한 뒤 평화 지킴이로 말을 갈아탔다. 미국 대통령 자리는 1945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의 힘에 의한 질서와 평화 유지) 체제 아래서 당연직 지구촌 평화지킴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이후 각종 국제 정변에서 보여준 자세에 그렇지 못한 경우도 여럿 있었는데... 이를 반성하기 위함인가. 카터는 미국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누비며 인권과 평화를 위해 제 몸을 아끼지 않는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유의 함박웃음은 그래서 더 정감어렸다. 그가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피워올리는 평화와 인권의 웃음꽃은 패권 강국 미국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

그의 뒤를 이어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지구촌 양극화 시대의 마지막을 서방측 대표를 지냈던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은 잘 생긴 얼굴이나, 멋진 목소리에 버금갈 뚜렷한 활동을 펼치지 못 했다. 특히 워낙 고령에다 말년에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불운한 시절을 보내다 저승으로 떠났다. 레이건의 황태자로 부통령을 지낸 뒤 다시 대통령까지 오른 부시(현 부시의 아버지).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 난 뒤 거부(巨富) 출신답게 이런 저런 기업의 로비스트 역을 맡아 기업들 돈 벌어주는 일에 열심이다. 건강 체질에다 아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 그를 모시기 위해 혈안이 된 기업들 위해 얼굴 마담 해주며 이런 저런 이권을 챙기는 중이다.

어른답지 않은 해맑은 미소에 달변으로 혜성처럼 나타나 현직 대통령 부시를 누르고 1992년 당선된 클린턴. 여성들과의 숱한 추문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해 동구 공산권이 붕괴된 상황에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을 8년이나 지낸 뒤 2001년 부시에게 물려주고 자리를 떴던 그는 인권 운동가 카터와도 기업 홍보 대사 부시와도 좀 달랐다. 우선 돈 버는 방법이 그랬는데, 이런 저런 강연과 자서전을 통해 막대한 돈을 모았다. 그리고는 암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는데 이번에 두드러졌던 활동 하나가 바로 환경 지킴이의 역할이다.

런던, 22개 세계 대도시 그룹의 기후변화 문제 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촌 기상 이변을 막아 보자는 취지의 칭찬받을 일이다. 그 동안 번 돈에 기부금 등을 모아 만든 클린턴 재단(Clinton Foundation)이 이달 초 LA에서 지구촌 기상이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깃발을 들고, 의욕적인 출항의 닻을 올렸다. 민주주의 확대, 평화 정착, 빈곤 퇴치 등과 함께 지구촌의 새로운, 그리고 어찌 보면 지구촌의 운명과 관련해 가장 강력한 과제로 떠오른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보자는 발상이 기특하고 갸륵하다. 지구촌을 손 안에 넣고 호령했던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퇴임 뒤에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공화당은 제외한다 해도 민주당 출신 선배 대통령 카터가 평화와 인권에 매진했다면 21c 새로운 과제, 환경 문제에 도전하는 그의 자세에 시대의 흐름을 읽는 지혜와 용기가 담겨 있다. 지난해 우리나이로 환갑을 맞아 나의 인생(My Life)라는 자서전을 낸 그의 또 다른 인생의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은 세계 대도시 22개로 구성된 대도시 기후리더십 그룹을 이끈다. 왼쪽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른쪽에 블레어 영국 수상. 

클린턴 재단의 활동은 혼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어찌 지구촌 문제를 전직 대통령의 힘으로 다뤄 나갈 수 있을까. 각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클린턴 재단이 손잡은 대상은 지구촌을 대표하는 22개 대도시다. 대도시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많은 인구가 적은 장소에 밀집돼 살다 보니... 거리를 가득 메우는 자동차, 주택과 건물의 냉난방, 각종 공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통제수준을 넘어 지구촌을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아직도 개발도상국 대도시는 공업화로 급속히 팽창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구촌 온실가스 배출의 75%는 도시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온실가스에 이은 기상이변의 해법을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서부터 찾아보자는 발상은 일단 앞뒤가 맞는다. 22개 도시가 모인 단체는 대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Large Cities Climate Lidership Group). 이 모임의 대표가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이다.

서울시도 참여,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시야를 넓혀 지구촌으로

리빙스턴 시장은 2일 열린 출범식에서 "현재 지구촌에서 파멸적인 기상 이변(catastrophic climate change)을 막는 것 보다 더 절박하고 큰 일은 없다"면서 "세계의 대도시들이 이 문제에 대처할 수 있고,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기술개발과 새로운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희망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대개 이런 일은 말잔치로 끝나기 십상인데, 그렇지 않다. 각 도시들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 개발과 보급에 나서는 등의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상이변으로 재난을 겪고 있는 지구촌.

블레어 수상도 LA를 방문해 클린턴 재단과 런던 시장이 주도하는 대도시 기후 리더십의 공동 대처에 박수를 보내며 힘을 보탰다. 세게 10대 무역강국,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서울은. 다행스럽게 22개 대도시에 참여했다. 서울 시장에 새로운 인물이 당선됐다. 인구 규모에서만 세계 1,2위를 다툴게 아니다. 시야를 지구촌으로 넓혀야 한다.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이제 한국도 서울도 지구촌의 책임있는 지도자로서의 좀더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자세를 가다듬을 때다. 어찌 서울 뿐인가.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인구 규모로 세계 정상급인 도시들이다. 발전이라는 어려운 걸림돌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살길을 챙기면서도 지구촌 일원으로 책임과 역할에도 관심을 갖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