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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뉴스비평] 노 대통령의 '당·청' 갈등

입력 : 2006.08.1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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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연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당·청 갈등과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갈등과 논란에서 그가 보여주는 역할은 통상적인 대통령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상황을 주도하기보다는 논쟁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김병준 부총리 사퇴에 이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을 놓고 다시 날카롭게 부딪힌 청와대와 여당의 갈등은 지난 한 주 동안 최고조에 달했다가 일단 봉합되었습니다. SBS 8시뉴스에 따르면, 지난 3일과 4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남춘 인사수석이 잇달아 나서 대통령 인사권 흔들기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하라"고 여당에게 요구했습니다. 지난 6일 SBS 뉴스는 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을 계기로 당청이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섬으로써 대통령 인사권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한고비를 넘겼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확인하면서 당의 조언과 건의는 대통령이 경청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날 당청간의 합의에 대해 뉴스는 서둘러 갈등을 덮는 수준일 뿐, 불씨는 여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8일 뉴스는 노 대통령이 문재인 카드를 접음으로써 당·청 갈등이 일단 매듭지어 졌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여당이 대통령에게 제압당했다고 해석한 일부 언론과는 달리 지난 6일 오찬을 비교적 균형감 있게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당·청 합의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카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고 해석한 것은 오판이었습니다. 이날 당·청이 합의한 것은 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당 건의를 경청한다는 것입니다. 인사권 존중이라는 것이 인사권자의 인사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면, 인사권은 지금까지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존중되어 왔습니다. 이날 합의 중 실제로 중요한 부분은 당의 건의를 대통령이 경청한다는 내용입니다.

합의 내용에 당의 건의를 대통령이 경청한다는 대목을 포함시킨 것은 대통령이 당이 반대하고 있는 문재인 카드를 더 이상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뉴스가 이번 사태를 '대통령 인사권을 둘러싼 당청 갈등'으로 규정한 것도 방향이 틀렸습니다. 당청 갈등은 대통령의 인사 내용을 둘러싸고 조성된 것이지, 인사권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일 핵심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한 말이 사흘 뒤인 5일에야 알려졌습니다. 5일 뉴스는 "마지막 남은 것이 인사권인데 당이 이를 무력화시키면 안 된다. 절대 탈당할 생각이 없으며, 싫으면 자기들이 나가라"고 말한 것으로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말을 했습니다. 특히 SBS 인터넷 판에서만 보도한, 대통령이 당청 갈등 상황을 "권력투쟁"이라고 규정하면서 "대통령 한번 하려고 그렇게 대통령을 때려서 잘 된 사람 하나도 못 봤다"고 말했다는 대목은 대통령의 생각을 읽는데 매우 중요한 대목이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행사하게 되어 있는 국군의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에도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전직 국방장관들이 7일 작전통제권 환수의 문제점을 현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충고하고, 8일에는 미국이 작전통제권 반환을 한국이 희망하는 2012년보다 3년 앞당길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작통권 환수를 미국이 희망하는 2009년으로 앞당겨도 상관이 없다면서 작통권을 환수해도 좋을 만큼 우리의 방위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스는 그의 발언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서 작통권 환수에 차질을 빚는 것을 차단하려는 뜻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작통권 환수의 정당성을 대통령이 직접 옹호하고 나서자 전직 국방장관들은 10일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결코 이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미군이 떠날 것이라고 그 파장을 과장하는 일부 신문들과 달리 SBS 뉴스가 이 문제를 사실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작통권 환수에 대한 찬반 주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작통권 환수의 의미와 우려사항에 대한 독자적인 추적 취재로 나아가야 합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 내용에 대한 여당의 반발을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작통권 환수와 같은 고도의 전문적인 문제를 "주권국가" 등의 대중적 호소력이 강한 개념을 들어 설명했습니다. 뉴스는 노 대통령이 최종적인 결정자로 남아 있지 않고, 논란에 스스로 뛰어들어 논쟁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를 심충분석하고 그 장단점을 지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