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 단가 아끼려 황산암모늄 사용…불 끄는 성분 없어
<8뉴스>
<앵커>
집이나 직장에 소화기 비치돼 있으십니까? 불길이 번져가는 상황에서 비치된 소화기를 급히 찾아 뿌렸는데 불이 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진다면 그 다음은 상상하기도 끔찍하지요.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분말 소화기 상당수가 불을 전혀 끌 수 없는, 엉터리 소화기인 것으로 SBS 취재결과 밝혀졌습니다.
먼저 하대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소방기구 판매업소.
분말 소화기를 찾았습니다.
[가게 주인 : (이거 제품상은 하자는 없어요?) 하자가 없죠. 하자가 있을 수가 없죠.]
국가검정 합격 필증이 붙어 있습니다.
소화기가 제대로 불을 끄는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타오르는 불길을 향해 2.5kg짜리 분말 소화기를 분사했습니다.
불이 꺼지기는 커녕 불꽃이 더욱 거세집니다.
용량이 더 큰 3.3kg짜리 소화기를 분사했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
불이 전혀 꺼지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다른 업체의 소화기를 쏴 봤습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사라집니다.
왜 이럴까?
불을 끄지 못하는 소화기의 분말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불을 끄는 성분인 제1인산암모늄이 단 1g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박영기/한국소방검정공사 소화기구팀 차장 : 인산암모늄이 없으면 소화기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재가 났을 때에도 진압할 수 없습니다. 이 인산암모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볼 수 있습니다.]
소화기 제조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원가가 비싼 제1인산암모늄 대신 단가가 싼 황산암모늄을 채워넣었다고 털어 놓습니다.
[업체 사장 : (소화기는) 생산원가로 유통이 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과당경쟁으로 인해서 일단 물건 팔아야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엉터리 소화기가 지금까지 20만 대가 넘는다고 업체측은 밝혔습니다.
한국소방검정공사는 이 업체가 만든 모든 소화기에 대해 승인을 취소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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