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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상술' 산삼의 두 얼굴

김태훈

입력 : 2006.08.06 20:55|수정 : 2006.08.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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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발견될 때마다 큰 화제가 되는 백년짜리 산삼. 한뿌리에 억대를 호가하기도 하는데 SBS의 오랜 탐사취재 결과 놀랍게도 상당수가 가짜였습니다. 유통 과정에 충격적인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김태훈 기자입니다.

<기자>

한 산삼 감정협회가 공개한 희귀 산삼들입니다.

백열두 뿌리가 모두 한 곳에서 발견된 이른 바 가족 삼으로, 이중 가장 오래된 모삼의 나이는 무려 2백년이라고 협회 측은 설명합니다.

[황모 씨/모 산삼협회 감정위원장 : 이게 180년 된 아들 삼. 아들 삼이란 건 이 씨가  떨어져서 자란 것을 아들 삼이라고 그러고. 이 씨 가 떨어져서 자란 것이 여기, 그 아들삼. 이것도
약 150년 정도에서 120년 정도.]

산삼의 나이와 값을 정하는 감정 위원들이 복도 한 켠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눕니다.

[(지금 이쪽 저쪽 다 와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요.) 아 근데 실제 방송을 타면 몰라요. 직접 실물 꺼내 놓으면 모른다니까요. (에이 알텐데.)]

곧이어 열린 감정위원회.

[황 씨/감정위원장 : 9천이란 숫자가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겠지만 가격이 그렇게 형성됐으니까. 그러면 9천만원으로 통일하는 것으로...(네)]

백 열두 뿌리의 값이 감정위원장 뜻대로 정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일이백년 된 산삼일까.

노련한 심마니와 산삼 전문가들은 가짜라고 입을 모읍니다.

[심마니 : 삼이 대체적으로 굉장히 큰 편이에요. 자연 삼은 이렇게 클 수가 없거든요.]

[한영채 박사/고려산삼연구소 소장 : 이식삼 아닙니까 이거. 이거하고 이거하고 색깔이 다르지 않습니까. 여기에서 이식해서 자랐다, 이런 얘기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대부분 장뇌 삼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6월에는 또 다른 산삼협회가 앉아있는 동자 모양을 한 희귀 산삼인 '동자삼'을 공개했습니다.

[정모 씨/모 산삼협회장 : 박모 할아버지인데, 31일날 기도 올리러 갔다가 (발견했습니다.)(저번 달 5월 31일날요?) 네. 5월 31일날 태백산에서 발견된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 동자삼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산삼을 캤다는 날보다 먼저 언론사에 제보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 씨 : 이 삼만 가지고는 6천만원을 받기 힘드니까, 그러면 내가 다섯 뿌리를 더 좋은 것으로 섞어서 내가 방송은 내주마...그래서 이게 (가격이) 올라간 겁니다.]

수입이 금지된 중국산 장뇌삼이 국산 산삼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기껏해야 40~50년 된 우리나라 숲에서 백년 이상 된 산삼이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권오만/약초 재배 업자 : 좋은 조건의 산림이 있어야 100년이고 200년이고 살아남을 거 아닙니까. (40년 된 숲에서 100년짜리 산삼이 나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죠?) 말도 안되는 얘기죠.]

죽은 사람도 일으킨다는 신비의 영약 산삼.

일부 산삼 관련 협회의 거짓 상술에 휘둘리며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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