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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급 인사에게 제기되는 도덕성 의혹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는 관행이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인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논문의 표절, 중복게재 및 실적 부풀리기’ 등의 의혹을 받아 결국 낙마한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례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교수사회의 ‘관행’을 들어 반박했었고, 언론 보도도 그의 행위가 관행이냐, 부정이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7월 30일 SBS 8시뉴스는 제기된 의혹과 이에 대한 김 부총리의 해명을 보도하면서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는 “관행상 문제가 없다”는 그의 해명과 함께 “관행이라기에는 도가 지나쳤다”는 학계의 평가를 전했습니다. 지난 1일 그를 불러 논전을 벌인 국회 교육위원회는 그동안 국회 밖에서 진행된 공방전의 결정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날 SBS 뉴스는 그가 논문 표절과 이중 게재 의혹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논문과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이 동일한 조사 자료를 사용했고, 같은 논문이 여러 학술지에 이중 게재된 것은 사실입니다. 구청이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그 구청의 장이 논문을 만들어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연구용역의 책임자도, 구청장의 논문 지도교수도 바로 김 부총리 자신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는 이런 사실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통용되던 관행이고, 범죄가 아니라고 반박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습니다. 교수사회의 관행이라면 어떤 비리도 용납되느냐 하는 의문입니다. 그는 교수시절 특별히 부정을 행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잘못된 관행을 답습했던 것은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이제 뉴스의 초점은 당연히 이 관행을 일반인의 상식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맞췄어야 합니다.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은 그가 교수사회의 그런 관행을 들어 억울하다고 항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잘못된 관행임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단순한 교수가 아닌 공직자, 그것도 교수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하는 교육의 수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7월 31일 SBS 뉴스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관행에 비춰 타당한 측면도 있으나 지금은 새로운 관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난 1일 뉴스는 “김 부총리의 거취는 이미 정치 이슈가 돼 있다”는 한명숙 총리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그의 행위가 관행이냐 아니냐 하는 사실 확인의 차원을 넘어 일반인의 상식을 토대로 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뉴스는 여전히 사실 확인의 미로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퇴의사를 밝히면서도 국회 회의를 통해 의혹들이 대부분 해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이 제기한 문제의 결말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사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인으로서의 그의 행위에 대한 엄정한 평가입니다.
7월 30일 열린우리당의 김 의장이 재계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뉴딜을 제의했습니다. 재계가 서민경제 회복에 힘을 보탠다면 재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언론들이 그의 제의를 보도하면서 이와 같은 친 기업적인 정책노선이 청와대, 정부 및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충분히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SBS 8시뉴스는 이날 그의 제안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다른 방송들보다 하루 늦게 31일에야 이를 보도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열린우리당이 민심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를 드러내 줍니다. 그가 제안한 재계인사 사면, 출자총액 제한 제 폐지, 경영권 보호 장치,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며, 그가 기업에 요구한 국내투자와 신규인력 채용 확대에 대한 기업의 입장은 무엇인지 등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뉴스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보도하면서 그의 제안을 분석함으로써 ‘개혁’을 상표로 내세웠던 열린우리당의 변신의 의미를 함께 짚어보았어야 합니다.
이밖에 SBS 뉴스는 김 교육부총리에 대한 논문 표절의혹도 7월 25일 처음 제기되었을 때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 뉴스가 그의 논문 관련의혹을 처음 보도한 것은 이틀 뒤인 27일 그가 논문 실적 부풀리기를 “실무자의 실수”라는 전제를 달아 시인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날 뉴스는 “논문 표절시비에 이어”라는 말로 시작되었지만, 표절 의혹이 어떻게 제기되었는지 하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전문건설 노조원들의 포스코 농성이 계속되고 있던 7월 16일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하중근 조합원이 포항시내에서 열린 집회 과정에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보름만인 지난 1일 사망했습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방패로 하씨의 머리를 내리쳐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하며,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1일까지도 이 사건을 묵살했습니다.
언론은 노조원들의 포스코 농성사건을 시위대의 폭력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 바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하씨가 만일 경찰 폭력의 희생자라면 언론은 이 사건을 통해 공권력의 폭력성도 고발해야 합니다. 경찰은 하씨가 넘어져서 다친 것인지 부딪힌 것인지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경찰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그의 죽음이 묵살해도 좋을 만큼 작은 뉴스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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