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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갈등, '친노-비노' 대리전 비화 조짐

입력 : 2006.08.04 11:11|수정 : 2006.08.04 12:17

대통령 인사권 놓고 여권갈등 복잡다기화


김병준(金秉準) 부총리 사퇴에 이어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문제를 둘러싼 여권내 갈등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청 모두 공개적 언급을 삼가며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내부 기류를 보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전선도 복잡해지고 있다. 단순히 당.청갈등 차원을 넘어 당내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반노(反盧)그룹간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비화되는 조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대통령 탈당 논란까지 등장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추후 '관계정리'에 대비하려는 듯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당초 '문재인 비토론'의 기치를 들었던 당 지도부는 일단 숨을 고르는 표정이다.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청관계와 관련해 한마디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

다만 김한길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라며 "상호존중과 신뢰에 입각해 소통한다면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성공할 것"이라는 원론적 언급만 내놨다.

그러나 밑바닥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불만과 비판이 점증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문병호(文炳浩)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없는 권한이라고 말하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얘기이고 너무 구태의연하다"며 전날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정봉주(鄭鳳株) 의원도 "청와대의 심기가 불편하더라도 민심을 전하는 당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며 "당은 민심의 얘기를 듣고 '아이 새드(I said)'가 아니라 '데이 새드(They said)'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청와대가 너무 과민반응한다"고 꼬집었다.

이병완 실장이 총대를 메고 당을 향해 날선 반격을 폈던 청와대는 이날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고 있는 당내 친노그룹들이 대신 나서 "지도부가 도를 넘었다"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친노직계의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이 매우 불쾌하고 당혹해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에 대해 섭섭해 한다"며 "이성적으로 논의해야지, 국민여론이 이렇고 저렇고 하면서 비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냐"고 지적한뒤 "김의장이 도를 넘어서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친노성향의 한 비대위원은 "문재인은 흠이 없는 인물이어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도부가 사사건건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문제삼으면 되느냐"고 동조했다.

친노 외곽그룹까지 속속 가세하고 있다. 국민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지도부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고, 노사모의 노혜경(盧惠京) 대표는 "장관은 인기투표로 뽑는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권내의 이같은 갈등은 대통령 탈당 논란으로 번지는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겉으론 "지금 대통령이 탈당한게 말이 되느냐"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김 부총리 거취파문 이후 미묘한 상황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표정도 보이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상식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탈당한다는건 말이 안되고, 그렇게 안되게 만들어야지"라고 말했지만 다른 초선의원은 "이미 마음의 거리가 한참 멀어진 것 아니냐"면서 "지금은 같이 살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당·청간 '소통의 채널'을 회복해 원만한 수습을 꾀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4선 중진인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당청이 내면적으로 대화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인사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좋다, 안좋다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재성(崔宰誠) 의원은 "당이 문제제기하는 방식도 깔끔하지 못했고, 청와대에서 인식차를 드러낸 것도 문제"라며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