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쟁의 체계적인 접근
레바논 전쟁이 전 세계인의 화두로 떠올랐다.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내적으로 민주주의를 달성한 국가의 대외적 전체주의,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라고 하는 종교갈등... 인류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런 가치들이 레바논이라고 하는 용광로에 뒤섞여 일찌기 아름다운 여인 판도라(Pandora)가 열다 닫았던 복마전(伏魔殿)의 지구촌 인류사회를, 추악한 음모가 판치는 아귀다툼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와중에 용광로의 쇳물이 녹아 튀는 레바논만, 레바논의 선량한 시민들만 지은 죄도 없이 연옥(煉獄)의 고통을, 아수라장(阿修羅場)의 끔찍한 불행에 시달리고 있다. 레바논전쟁을 체계적으로 들여다 보기 위해 시리즈로 글을 적으려 한다. 전쟁의 원인과 휴전이 안되는 이유, 전쟁이 남길 결과, 그래서 결국 누가 무엇을 얻는지 살펴본다.
레바논이 빠진 어이없는 레바논 전쟁
이스라엘이 공세의 고비를 더욱 바짝 죄고 있다. 무엇인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레바논-이스라엘 전쟁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무릇 전쟁이라 함은 이권을 달리하는 두 나라가 서로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벌인다. 그런데, 이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경우가 다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의 전투 상대는 헤즈볼라(Hizbollah)다. 1983년 창설된 헤즈볼라는 이란의 시아파 정권 지원을 받으며 시아파 이념을 중심으로 한 단일 이슬람 국가를 꿈꾼다. 이슬람 권의 연대를 강조하는데 본부를 레바논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헤즈볼라가 지난 7월 12일 이스라엘 북부지방에 포공격을 하면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을 이유로 레바논을 침공한 것이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영국언론의 표현처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레바논 양민 학살이 얼마나 이치에 맞지 않는 전쟁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헤즈볼라를 잡는 과정에 이스라엘을 공격한 적도 없고, 공격할 의사도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이는 부적절한 행위다.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를 공격할 때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와 손잡고 이들을 비호했다는 혐의라도 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원한 적이 없다.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 아닌 국가 대 소규모 정치 결사체와의 전쟁이 이번 레바논 전쟁의 아이러니다. 헤즈볼라가 악의 제국이어서 소탕해야 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에 옥토를 내준 레바논의 비극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인명 손실과 절망적인 파괴...
이스라엘(골리앗) 대 헤즈볼라(다윗)의 군사력 비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군사력을 비교해 보면 이스라엘의 가공할 공격이 얼마나 부적절한 것인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헤즈볼라의 구성원은 2천 명, 많게 3천 명까지 잡는다. 중동 각국에서 헤즈볼라의 이상에 공감해 레바논으로 몰려든 시아파 회교도들이다. 국민도 없고, 당연히 세금도 없고, 국가 형태도 아니니 영토가 있을 리도 없고...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대포와 기관총 등의 무기가 전부다. 비행기도 없고, 정밀한 전자 유도 무기도 없고... 더구나 TV화면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야간의 트럭 움직임까지 포착해 이스라엘 전투기가 정밀 조준 폭격한다. 설혹 이란이나 시리아가 도와줄 형편도 못 되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99% 불가능한 현실이다. 간헐적인 반격이나 숨어 지내다 나중에 자살 테러는 가능하겠지만, 그이상은 어렵다. 나중에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전쟁이 장기화 됐을 때는 상황이 달라지지만...
| 이스라엘 국기로 옷을 입은 거인이 삼나무의 레바논 국기를 입은 소인을 깔아 뭉개는 장면. 인디펜던트 만평. 글귀는 "너의(레바논의)코에 붙은 빌어먹을 종기(헤즈볼라)떼내려는 거야". 비교할수 없는 군사력, 여기다 명분없는 부적절한 전쟁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그림이다. |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력을 보자. 50기로 추정되는 핵무기는 제외하자. 레바논에 사용할 리는 없을 테니. 우선 헤즈볼라를 끝장내겠다고 레바논으로 진격한 지상군의 숫자가 헤즈볼라의 두 배가 넘는 6천 명이다. 현재 레바논 안에 모두 만 명이 주둔하고 있다. 최첨단 F-16전투기가 2백36대, F-15전투기도 89대나 된다. 미국이 최신 전자장비를 모두 제공해 한국의 기종과 이름만 갖지 성능은 앞서는 것들이다. 여기에 근접 지상 공격이 가능한 AH-1 코브라 헬기와 AH-64 아파치 헬기가 95대다. 세게 최고수준 성능을 자랑하는 탱크는 무려 천 500대나 된다. 여기에 155mm 포가 1천문에 이른다. 전함은 76척이다. 여기에 미국이 지속적으로 이번 전쟁기간 중에도 신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병기 숫자는 인디펜던트 8월 2일자 자료).
이스라엘 국민 "전쟁을", 레바논 국민 "평화를"
전쟁일 수도 없는 이런 전력차이니 희생자 수는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남한의 6분의 1밖에 안되는 작은 땅에 37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사는 레바논. 이렇다 할 국방력도 없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잡는다고 국토를 멋대로 유린하며 자국국민 학살해도 손 하나 쓸 수 없는 그야말로 불쌍한 나라다. 레바논 국민의 사망자는 지금까지 617명이다. 그 가운데 헤즈볼라 전사가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선량한 국민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51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가 크다.
쉽게 이웃집 깡패가 와서 자기집 세든 사람 두들겨 패며 자기 식구까지 도와줬다고 마구 때리는데 구경만 해야 하는 형편의 집주인이 레바논 정부다. 이런 결과가 미리 예견된 또, 자기와 아무런 이권이 없는 전쟁에 대해 레바논 국민의 경우 당장 중지할 것을 요청한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휴전을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 국민의 90% 이상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리앗의 국민들은 전쟁을 원하고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다윗의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 전쟁의 질곡(桎梏)에 갇혀 모진 풍상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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