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CT대학원 개설 1년
롤러를 돌려 음량이나 음질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술의 종류와 혼합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칵테일, 휴대용 디제이 믹싱기, 독자가 줄거리를 창조할 수 있는 백설공주 등.
한국과학기술원(KAIST) CT대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대학원생(석사과정 55, 박사과정 22명)들이 도전하고 있는 새로운 분야다.
문화(Culture)와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CT(문화기술)대학원(원장 원광연)이 작년 9월 개강한 이래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부터 회사 CE0로 활동하다 늦깎이 학생이 된 40대 중반의 학생까지 다양한 경력의 대학원생들이 새로운 문화산업을 창조하기 위해 한 솥 밥을 먹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촉망받는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준(34.박사과정)씨는 새로운 개념의 체감형 인터페이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버클리대 출신의 영화음악가 조현일(29.박사과정)씨는 컴퓨터와 로봇, 사람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컴퓨터 음악에 도전하고 있다.
이수진(26.여.박사과정)씨는 올해 초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려 화제를 모은 '로봇, 백남준에서 휴보까지'의 전시기획을 맡았으며 '10년 후' 연작시리즈에도 참여하면서 '우주개발'에 대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 행정고시 기술직에서 최연소 합격자인 이선희(23)씨는 문화산업 정책을 입안하는 일을 하고 싶어 CT대학원의 문을 두드렸으며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고건혁(24)씨는 댄스파티를 열 수 있는 노래방 기계를 고안해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기로 했다.
석사과정 최병국(27)씨는 롤러로 소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 미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호평받았으며 이것을 전선을 사용하는 진공청소기나 유아용 장난감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전공 분야도 서로 다르지만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예술 디자인계가 균형을 갖춰 적당히 분포돼 있다.
예술과 이공, 인문사회 등 특정 분야에 전문가이면서도 편견이 없이 다른 분야까지 아우르는 창의성과 수월성, 국제성 등을 염두에 두고 학생을 뽑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제 간 균형을 갖춘 것이라는 대학원 측의 설명이다.
이들 전공과 경력이 서로 다른 학생들은 입학 후 한 학기를 마치면 전공을 정해 랩으로 자리를 옮겨 자기가 구상한 특정 분야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새로운 한국형 문화콘텐츠 개발이라는 안팎의 관심이 모이면서 작년 8월 1기 선발 경쟁률이 2.8대 1에 이어 2기 모집은 4.9대 1로 치솟았다.
이승연(컴퓨터 음악 작곡) 교수는 "학생들의 대부분 심야형이어서 밤 늦게까지 연구실 불이 꺼지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수업시간에 관심이나 흥미있는 분야에서는 눈 빛이 달라진다"며 "학생들의 개성이 강하고 목적하는 바가 뚜렷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T대학원의 교수진은 전임 9명, 겸임 7명, 겸직 8명 등 모두 24명으로 구성돼 있어 수업시간에 2~3명 이상이 함께 들어가는 교차수업이 진행되는 등 정해진 규칙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수진에는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분야에 잘 알려진 임창영 교수를 비롯해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로 스토리텔러를 집중 연구하는 김탁환 교수, 첼리스트 김정진(공연기획 및 연출)씨 등이 전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코디에(컴퓨터 애니메이션 그래픽스 전공), 라니아 호(인트랙티브 아트 전공) 등 2명의 외국인 교수가 포함됐으며 시사평론가로 더 유명한 진중권(미디어미학 전공)씨가 올 해부터 초빙교수로 합류했다.
각종 문화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유.무형의 기술을 말하는 '문화기술(CT)'은 2010년이면 규모가 20조원에 연간 9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때문에 CT대학원을 통한 고급인력 양성과 문화콘텐츠 개발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박'이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가능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하기도 한다.
원광연 CT대학원장은 "훌륭한 교수진과 좋은 학생들을 받아 애초 계획했던 문화콘텐츠 산업육성을 위한 인재양성이라는 대학원 설립 취지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협력을 비롯해 해외 공동연구 등 새로운 분야 개척을 위한 창작과 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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