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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루니·호나우도 한솥밥

김문환

입력 : 2006.08.02 09:49|수정 : 2006.08.02 09:50


루니, 호나우도, 축구팬 우울한 7월

리-유나이티드(Re-United). 누가 다시 뭉쳤을까. 70년대 집집마다 부르던 노래, "어제의 용사들이" 아니라 "지난 달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어디에서 뭉쳤을까.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다. 어제의 적으로 그것도 월드컵에서 악연을 안고 떠난 포르투칼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도와 영국의 웨인 루니가 다시 만났다.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다 각자 고국이란 이름으로 돌아간 뒤 적이 돼 서로에게 씻지 못할 아픔을 안겼던 루니와 호나우도. 조국이란 참 무서운 존재다. 축구만이 아니다. 강고한 정신력과 동지애로 이름 높은 사회주의자(Socialist)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1848년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는 공산주의 운동을 기폭제로 각국에 퍼져간 사회주의자들은 국제적인 연대를 거듭 다짐하며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을 설립했다. 그러나 1차세계 대전이 터지자 제2 인터내셔널은 각자 자기가 속한 고국의 현실에 휘말려 결국 국제연대는 지지부진 되고, 민족과 국가별 사회주의로 옮아간다. 그만큼 민족이나 국가라는 이름은 엄청난 흡인력을 갖는다. 하물며 이념이 아닌 돈 벌자고 모인 프로 축구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21세기 판 축구전쟁에서 만났으니 적으로 돌변할 수 밖에.

7월 한달 호나우도는 신변위협을 느껴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2차례나 밝혔다.

다시 월드컵 8강전으로 돌아가 보자. 루니가 반칙 판정을 받았을 때 호나우도가 루니를 자극했고, 게르만족 특유의 다혈질인 루니가 화를 내면서 퇴장당했다. 이후 10명으로 잘 싸웠지만 패한 영국(잉글랜드) 국민들은 루니를 퇴장시킨 원흉으로 호나우도를 지목하고 그에게 화살을 돌렸다. 성난 영국팬들은 다시는 호나우도가 영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를 버려라. 그는 더러운 선수다. 잉글랜드는 그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재능이 없다. 쇼나 하는 조랑말이다. 그가 시뮬레이션하다 다리나 부러졌으면 좋겠다. 1펜스라도 있다면 그 대신 1펜스를 줍겠다." "퍼거슨은 그를 보내고 박지성이나 리차드슨을 날개로 써야 한다." "그를 2부 리그의 울버햄튼으로 임대해라"

호나우도 "영국 위협 느껴" 루니"그가 갔으면…"

호나우도 역시 신변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I fear for my safety if I return to united)면서 영국에 가기 싫고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행을 원한다고 두차례나 밝혔다. 마침 호나우도의 백만파운드 짜리 집에 폭도가 들어 현관을 박살내는 사건도 발생해 그의 두려움을 부추겼다. 루니는 루니대로 자괴감에 휩싸였다. 자기가 퇴장당하면서 영국팀의 패배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생각에 괴로움을 잊지 못한 것이다. 그는 월드컵 뒤 곧장 남 프랑스 지중해안으로 날아가 애인, 친구들과 해수욕을 즐기며 시름을 달랬다. 그러나 파파라치들이 찍어 전해오는 사진은 늘 우울한 모습의 루니였다. 

월드컵 뒤 애인과 프랑스 남부로 휴가를 떠난 루니. "자기야, 호나우도 그애 계약이 겨우 4년밖에 안 남았어. 걱정마." 애인의 위로에도 루니는 우울한 표정.

견공(犬公)의 사랑 방법이 다른 왕년의 육체파 여배우 브리지뜨 바르도가 사는 동네 남 프랑스의 셍  트로뻬(St. Tropez)에서 루미의 애인 콜린 맥루글린(Coleen McLoughlin)은 우울증에 걸린 듯한 그래서 웨인 루니(Wayne Rooney)가 아니라 웨인 글루미(Wayne Gloomy)라고 불린 루니를 달래느라 바빴다. 수영복 차림으로 루니의 등을 두드리며 "자기야! 걱정마. 호나우도 그애 말야. 계약이 겨우 4년 밖에 안 남았어(Don't worry darling he's only got four years left on his contract). 우리 나이로 22살의 호나우도, 21살의 루니, 21살의 콜린은 그렇게 7월을 보냈다.

감정 대신 화합, 국내외 정치권 배울 수는 없는지…

호나우도, 루니, 팬 모두가 불편했던 7월이 가고 8월이 왔다. 인생살이가 어디 자기 좋다고 하고 싫다고 하지 않을 수 있나. 떠나고 싶은 호나우도나 그가 떠나기를 바라는 루니와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의 생각은 더 큰 목표를 내다보고 있었다. 호나우도를 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호나우도를 살 의향이 있다는 레알 마드리드에 이렇게 통보했고, 2010년까지 장기 계약을 들먹이며 호나우도를 설득했다. 퍼거슨은 "호나우도가 가장 유망한 축구선수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를 파는 일에 전혀 관심없다" 면서 루니에게도 협조를 당부했다. 루니에게 주장을 맡긴 것도 그런 계산이 깔린 것인지도 모른다. 스트라이커 루니에 전천후 공격수 호나우도의 결합이 있어야만 삼성이 후원계약을 맺어 유니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부자구단 첼시(Chelsea)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7월 3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캐링턴 복합 훈련센터(Carrington training complex)에서 마침내 지난달의 용사들이 만났다. 아주 짧았지만, 의미있는 만남. 루니와 호나우도는 다시 평상심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호나우도는 특별 경호가 붙었고, 루니는 주장을 맡았다. 주장을 맡은 루니는 연습경기서 골까지 터트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의 리 유나이티드(Re-United)는 일단 성공적인 출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도 가세해 좋은 성과가 나면 올 여름 극심한 수해로 고난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희소식이 될 수도 있다. 그나저나 감정적으로는 밉지만, 팀을 위해 다시 뭉치는 20대 혈기방장한 축구 신동들에게서 한국, 세계 정치권 어른들이 공존을 배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