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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뉴스비평] '짓밟히는 공권력'?

입력 : 2006.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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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SBS 8시뉴스는 몇 가지 흥미 있는 토론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짓밟히는 공권력, 시민의 압력으로 끝난 노동자들의 농성, 새 주택청약제도의 형평성 시비 등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은 무시되고 있는가, 아니면 군림하고 있는가, 시민과 노동자들은 어떤 관계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더 어려운 이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제도를 얼마나 허용하며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난 24일 SBS 8시뉴스는 10대 폭주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한 폭주족 멤버를 붙잡아 둔 경찰서로 몰려가 순찰차를 부수고 난동을 부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공권력이 땅에 떨어지다 못해 짓밟히고 있다”면서 공권력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청소년들의 겁 없는 행동은 공권력을 무시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면서 전문건설 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 현장을 그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일부 폭주족들이 경찰서 앞에서 어처구니없는 행패를 부리고 달아나다 붙잡힌 사건을 두고 공권력이 짓밟히고 있다고 해석한 것은 지나쳤습니다. 경찰 스스로 “순찰차를 발로차고 위협하고 도주하는 것을 추격 검거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뉴스는 “순찰차를 부수고 난동을 부렸다”고 상황을 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행패를 부린 이들은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이며, 이것은 공권력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폭주족들의 무분별한 탈선을 절박한 생존권 싸움인 시위현장의 폭력적 충돌 사태와 같은 차원에서 비판한 것도 문제입니다. 시위대의 폭력성은 다른 차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시위 진압에 나선 공권력의 폭력성도 함께 지적해야 균형 잡힌 뉴스입니다. 폭주족이 아무리 날뛰어도 아직 더 많은 시민들이 생활현장에서 공권력 앞에 주눅 들어 있다는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 21일 SBS 뉴스는 전문건설 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농성 자진해산에는 시민들의 힘이 컸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역경제가 무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절박한 호소가 큰 압력이 됐다는 것입니다. 뉴스의 이 같은 해석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언론이 농성 노조원들에게 가한 일방적인 비난이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어야 합니다. 농성 노동자들도 대부분 포항 시민일 것입니다. 이들과 시민들을 대립시킨 뉴스의 관점이 옳았던가, 포항경제를 좌우하는 포스코에는 문제가 없었던가를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이날 SBS 뉴스는 노조원들이 빠져나간 포스코 본사 건물 안의 쓰레기 더미를 클로즈업시키면서 농성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난장판, 아수라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것은 사실보도의 형식을 갖췄지만, 사실은 노조원들이 시민의식이 낮은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기사였습니다. SBS 뉴스는 주로 지방방송 기자의 기사를 활용하여 포스코 사태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는 지방 네트워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체 기자를 파견했어야 합니다.

SBS 뉴스가 지난 13일 이후 중동 사태를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해 온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SBS 뉴스는 경쟁사들의 뉴스를 양적으로 압도하면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상황을 소상히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또 이스라엘의 레바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비판하는 국제여론도 적절하게 반영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침공 현상 보도에 너무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헤즈볼라와 그 배후로 알려져 있는 이란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정부 차원에서는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국토가 전쟁터가 되어버린 레바논의 입장은 무엇인가, 다시 말하면, 이번 중동 사태의 배경은 무엇인가 하는 심층 분석이 필요합니다. 

지난 25일 SBS 뉴스는 주택청약제도가 2008년부터 현행 추첨제에서 가족 수와 무주택 기간 등에 따라 가중치를 주는 가점제로 바뀐다고 보도했습니다. 새 제도에 따르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의 경우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점수를 받아 당첨 확률이 훨씬 커진다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새 청약제도가 넓은 아파트로 옮기려던 소형주택 소유 청약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 올 것이 예상되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전에도 가점 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뉴스는 당첨을 전적으로 운에 맡기는 추첨제와는 달리 가점 제는 가장 큰 혜택이 무주택자에게 돌아가는 제도라고 보도했습니다. 가점 제는 집은 있지만, 더 큰 아파트로 옮기겠다는 사람보다도, 평생소원인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점이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 SBS 뉴스의 지적입니다. 뉴스가 제기하는 가점 제의 형평성 문제는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정책적 선택의 문제이고, 가치관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가점 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나라의 주택 청약제도에 처음으로 사회정책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