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문화공간 윔블던
윔블던(Wimbledon)은 런던 남서부에 자리한다. 런던은 빠리나 프랑크푸르트, 쾰른 같은 유럽의 대도시처럼 주변에 산이 없다. 눈만 들면 하늘 밑에 높은 산을 보고 살아온 한국인에게 아무리 사방을 돌아봐도 언덕조차 발견하기 힘든 정경은 참 이국적이다. 산은 없지만 앞서 독일환경 편에서 살펴봤듯이 사방이 숲이다. 나무가 무척 많은 것이다. 산이 없는 런던 지형에서 남서부로 야트막한 구릉지대가 자리하는데 윔블던이다. 런던 남부지방과 유럽 대륙의 프랑스와 벨기에로 떠나는 국제 열차 출발역 워털루에서 남서부선을 타고 4번째가 윔블던 역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뉴몰든(New Malden)과는 2정거장 거리로 아주 가깝다.
| 윔블던 역. ⓒ김문환 |
| 역에서 골프장을 왕복하는 특별 버스. ⓒ김문환 |
윔블던역에서 윔블던 테니스 코트까지는 걸어서 가기 힘들다. 택시로 10파운드 그러니까 우리 돈 1만8천원 정도 요금이 나오는 거리다. 그래서 대회 기간 중에 특별 버스가 다닌다. 영국 특유의 붉은 색 2층 버스인데 윔블던 역에서 테니스 코트까지 왕복표를 2.5파운드 받는다. 4분의 1 가격이다. 4명이 타는 합승 택시도 다니고 윔블던은 쉽게 말해 복합 테니스 문화공간이다. 런던이 내려다 보이는 구릉 지대 부유한 집들 사이로 잔디 코트(Lawn Court) 17면이 각자 별도의 관중석을 갖고 있는 대형 단지다. 우아한 식당과 휴식공간도 갖췄다. 테니스 박물관도 자리한다.
| 테니스 코트와 박물관 안내 표지. ⓒ김문환> |
| 윔블던의 17개 코트 배치도. ⓒ김문환 |
| 센터 코트 옆의 구장과 많은 관람객으로 붐비는 내부. ⓒ김문환 |
대회 기간 2주일 동안 매일 남자 단식, 여자 단식, 복식 등의 다양한 경기가 하루종일 열린다. 영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은 이 경기 저 경기 관전하면서 식사도 하고, 마치 관광 온 기분으로 즐긴다. 우리처럼 장충 코트에서 구경하고 썰물 빠지듯 쫙 빠져 나가는 게 아니다. 코트에 온 관람객은 그렇게 테니스를 즐기고, 집에 있는 팬들은 하루종일 BBC나 기타 유료 채널의 중계를 통해 테니스와 만난다. 언뜻 낯설어 보이지만, 윔블던 대회를 대대적인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철이나 버스만 타고 윔블던에 올 수 있을까. 힘들다. 가자용도 많이 타고 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윔블던 테니스 코트의 주차 공간은 밀려드는 관람객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골프장을 주차장으로
재미있는 것은 주위로 눈을 돌리면 바로 발견된다. 윔블던 테니스 코트 바로 맞은 편에 18홀 짜리 윔블던 골프장이 자리한다.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쪽은 윔블던 테니스 코트. 북쪽은 윔블던 골프장이다. 윔블던 테니스대회 기간 중, 2주일 동안 골프장은 폐쇄된다. 폐쇄까지는 좋지만, 다음이 참 낯선 정경이다. 글쎄, 한국의 골프팬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진다. 18홀짜리 윔블던 골프장이 주차장으로 변한다. 골프장 내 주차장을 테니스 코트 주차장으로 개방하는 게 아니라 골프장의 골프 코스가 주차장이 된다. 드넓은 잔디밭은 차를 대기 아주 이상적인 장소다.
| 윔블던 골프장 곳곳에 테니스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주차한차량이 가득하다. 벙커에 빠지지 말라고 친절하게 줄까지 쳐 놨다. ⓒ김문환 |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잔디 위로 차가 지나다니고 그렇게 관리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안된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골프코스를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이번 브리티시 오픈 골프가 열린 호이레이크(Hoylake)골프장도 그랬지만, 코스가 그리 아름답지 않다(물론 영국인들은 환상적인 코스라고 호평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아니올시다'다). 주변에 고풍스런 집들이 자리해 풍광은 좋지만, 잔디 자체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심지에 그린 근처에도 잔디가 듬성한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 윔블던 대회 기간중에 잔디 좀 훼손시킨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쓸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는 잔디 살린다고 환경 마구 훼손하고 산도 깍아내면서 농약도 뿌린다. 영국에서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골프란 게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영국의 불모지 키 작은 관목이나 덤불 숲, 잡초 밭을 활용하던 운동이다. 따라서 굳이 "스스로 그러해야하는 자연(自然)"에 역행해 가며 산을 깎고, 농약 뿌리는 행위는 낯설다.
| <주차장이 된 골프장 ⓒ김문환> |
영국인들이 이해하고 안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 내부 문제다. 맹독성 농약 쳐가면서 잔디 살리기에 전력투구하는 한국의 골프문화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골프장 만드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수요가 있으면 만들면 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권위의 골프대회도 잔디 듬성한 코스에서 펼치는데 건강과 친교를 위해 운동한다면서 자연을 활용하지 않고 파괴하거나 오염시키는 행위는 건전한 상식에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골프를 하되 굳이 여건이 안되면 잔디 듬성한 코스에서 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골프 종주국이자 세계적인 권위의 대회를 주최하는 영국에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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