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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로우는 왜 쫓겨나는가?

이성훈

입력 : 2006.07.25 15:33


1. 제 칼럼에 여러 차례 등장한 주제로부터 또 이야기를 시작해야 겠습니다.

야구에서 공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살아 나가야 합니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시간 제한이 없는 스포츠입니다. 야구에서 시간은 팀 당 27개씩, 이닝당 세 개씩 주어진 '아웃'이지요. 이 '아웃'을 까먹지 않고 살아나가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즉 '출루 능력'이 중요합니다.

둘째, 가능하면 많은 베이스를 쟁취해야 합니다.

한번 안타를 쳐도, 가능하면 홈런을 치는 게 득점에 유리합니다. 똑같은 좌익선상 안타로 2루까지 가는 타자보다는 3루까지 가는 빠른 선수가 좋습니다. 즉 '장타 능력'이 중요합니다. 장타를 치면 먼저 나가 있던 주자들의 득점 확률도 높아집니다.

위의 이유 때문에, 타자의 공격력을 측정함에 있어 타율은 약점이 많은 통계입니다.

첫째, 모든 안타를 똑같은 걸로 취급합니다. 단타이든 홈런이든, 타율의 계산 공식에선 '안타 한 개'로 취급됩니다. 장타를 많이 치는 타자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됩니다. 즉 '장타력'의 측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 볼넷이라는 중요한 공격 방법이 계산되지 않습니다. 볼넷을 얻어내는 건 분명히 타자의 능력이고, 출루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타율 계산의 공식(안타/타수)에선 볼넷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때문에 '출루 능력'의 측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때문에 타율보다는 출루와 장타 능력이 정확히 반영되는 OPS 같은 통계가, 타자의 공격 능력을 더 정확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타율 0.353인 타자보다, 타율 0.281인 타자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A타자 : 타율 0.353  출루율 0.387  장타율 0.507  OPS 0.894
B타자 : 타율 0.281  출루율 0.389  장타율 0.607  OPS 0.996

 B타자는 A타자보다 7푼 2리나 모자라는 타율을 더 많은 볼넷과 장타로 보충해서 더 많은 공격 공헌을 했습니다.

A는 프레디 산체스, B는 데이빗 오르티즈입니다. 

 

2. 이번엔 C와 D, 두 명의 타자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C타자 297타석 출루율 0.374  장타율 0.538  OPS 0.912
D타자 269타석 출루율 0.396  장타율 0.457  OPS 0.853

C타자는 장타율에서, D타자는 출루율에서 앞서지만, A타자의 장타율 우위가 더 두드러져 OPS에서 앞섭니다.

하지만 비교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두 선수가 활약했던 '시대적 배경'입니다.

C 선수는 한국 야구가  타고투저의 시대가 끝나기 전인 2003년에 위와 같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2003시즌에 한국 야구에선 경기당 9.27점이 났습니다. 방어율 1위에 오른 바워스의 방어율은 3점이 넘었지요. 이승엽과 심정수는 약해진 마운드를 상대로 세기의 홈런대결을 펼쳤습니다. (아마도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투수 유망주 대거 유출의 악영향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할 겁니다) 

다른 타자들의 기록이 워낙 좋았기에 A타자의 기록은 '정상급'은 아니었습니다. 규정 타석을 채웠다고 가정하면 C타자의 OPS는 전체 10위에 해당합니다. 숫자로 표현하자면, C타자의 OPS는 리그 평균보다 21%높았습니다.

반면 D타자가 활약했던 2006년은 한국 야구가 갑자기 '투고타저'로 돌변한 시기입니다.

25일 현재 경기당 평균 점수 7.96점은 2003년보다 1점 이상 낮아진 점수입니다. 투수 방어율 순위에는 여섯 명의 2점대 투수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전체 일정의 60% 가까이 지나갔지만 홈런 15개를 넘긴 선수는 단 한 명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괴물 신인 류현진, 장원삼을 비롯해 몇년간 해외로 유출되지 않은 어깨들이 마운드의 높이를 높였습니다. 외국인 선수도 투수들의 숫자가 타자보다 많고, 노장 투수들도 특별한 부상 없이 온전히 마운드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두 구장의 인조 잔디가 천연잔디로 바뀌며 투수 친화적 환경으로 변했고(이 부분은 다음 칼럼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 보겠습니다), 광주 구장은 리그 최고 수준의 홈런 공장에서 투수들의 천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타자들이 죽을 쑤고 있습니다. 2003년에 6명이 OPS 1.000을 넘겼지만, 올시즌엔 아무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D 선수가 기록한 OPS 0.853은 전체 9위에 해당합니다. 또 리그 평균보다 23%가 높은 수치이지요.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두 선수의 홈구장의 파크 팩터입니다.

C 선수가 뛰었던 구장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타자에게 조금 유리한 구장'으로 측정됩니다. Jim Furtado 식으로 구한 파크 팩터에 따르면 C선수의 홈구장의 파크 팩터는 2003년에 1.095, 2004년과 2005년엔 1.047입니다.

반면 D 선수의 홈구장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입니다. 2003년 0.934, 2004년 0.918, 2005년 0.868의 파크 팩터로 잠실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파크 팩터를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의 '상대적 차이'는 지난해까지의 쿠어스필드와 다저 스타디움의 차이와 거의 비슷합니다. (올해는 양상이 좀 바뀌었습니다. 역시 다음 칼럼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이러저러한 걸 고려해 보면, C 선수와 D 선수의 실제 공격 공헌도 차이는 별로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C 선수는 짐작하시겠지만 브룸바이고,
D 선수는 역시 짐작하시겠지만 마이로우입니다.

브룸바는 재계약에 성공해 2004년 리그 최고의 타자에 오른 뒤 일본행에 성공한 반면, 마이로우는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두 선수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짐작하시겠지만 타율이었습니다.

브룸바는 0.303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한 반면 마이로우는 0.231로 바닥을 기었지요.

위에 쓴 대로, 이 타율 차이는 두 선수의 기량 차이보다는, 두 선수의 '공격 성향 차이'를 보여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행히도 마이로우는 한국야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공격 성향 (많은 볼넷-삼진, 적은 안타-많은 장타) 때문에, 브룸바와 비슷한 공격 공헌을 하고도 쫓겨났다고 보입니다.

게다가 마이로우가 6월 13일 이후 타율 0.293으로 조금씩 한국 투수들의 공에 '컨택'하는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고, 삼진-볼넷 많은 마이로우의 성향이 마이너리그 시절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으며(즉 예측 가능했으며), 마이로우를 대신할 용병 존 갈이 마이로우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레벨의 성적을 내온 걸 감안하면, 롯데의 선택은 빈약한 타선을 보강할 확실하고도 어려운 방법, 즉 '트레이드를 통해 3-4-5번을 제외한 나머지 타순의 공격력 높이기'를 포기하고,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용병 교체라는 '티내기'로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존 갈은 마이너리그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1년 선배 마이로우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할 겁니다. 그래서  이 용병 교체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율이라는 통계의 약점이 만들어 낸 또다른 허상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