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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차별금지법안' 의미와 파장

입력 : 2006.07.28 17:57

차별 구체적 명시, 법적 장치로 차별 감소 예상


국가인권위원회가 24일 국무총리에게 입법권고한 '차별금지법'이 원안대로 제정된다면 인권위는 시정명령권을 갖게 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시행돼 사회 전반의 차별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용과 관련된 전 분야에서 차별금지와 관련해 제재조치가 남발될 경우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국가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 입법과정에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인권위가 확정한 법안은 차별의 범위를 성별, 장애, 인종, 나이, 학력 등 20가지로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직접차별 뿐만 아니라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지만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간접차별과 성별·장애·인종·성적지향에 따른 괴롭힘을 포함했다.

인권위는 "각종 차별이 사회에 만연해 있으나 기존의 차별금지 관련 법률은 특정분야에 한정돼 있었고 구제방안이 미흡했다"며 "차별금지법에서는 차별의 사유를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실효성 있는 법적장치를 마련해 국민인권의 전반적인 향상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인권위가 그동안 강제력 없는 조정이나 권고를 표명해온 것과 달리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정해진 기간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인권위는 '시정명령권 도입은 인권위의 권한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분쟁해결 기구의 권한이 조정이나 권고에 한정될 필요가 없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 제한된 범위에서 시정명령권을 행사해 차별행위의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정명령에 불복한 사람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은 법원에서 내려지는 만큼 인권위의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혀 위상이 훼손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법안이 채택한 차별구제 수단을 놓고도 논란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중대한 사안인 경우 인권위가 소송을 지원하도록 했고 악의적인 차별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손해액 외에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금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했으며 소송시 증명책임을 가해자가 지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영미법 체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우리나라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고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개념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통상적인 손해배상으로는 시정 효과가 크지 않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강행했다.

또 차별한 사람이 피해자보다 정보가 많고 간접차별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증명책임을 가해자에게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처럼 인권위는 강제력을 갖고, 차별구제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법안에 포함했으나 실제 법안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차별금지라는 원칙과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에 달려있다.

최근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혼혈인차별금지법, 고령자고용촉진 및 연령차별금지법 등 각종 차별금지법이 추진되고 있는 데다 차별금지법이 기업활동의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재계의 압박 때문에 정부가 인권위의 법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인권위의 입법권고에 따라 각종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부의 통합적인 논의가 촉진돼 내년 3월까지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