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전문건설 노조원들의 포스코 점거 농성이 끝난 21일 SBS 아침뉴스는 이들이 백기 투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의 포스코 농성을 언론은 불법이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원들이 법적인 협상 당사자가 아닌 포스코를 점거함으로써 여론의 역풍을 불러 온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왜 이 같은 극한적인 투쟁을 선택했는가 하는 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언론이 환기시키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SBS 8시뉴스는 전문건설 노조원들이 지난 13일 포스코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처음으로 파업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13일 째 파업 중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주요 건물 점거농성과 같은 극한적 행동으로 나가기 전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사례입니다. 파업 보도에 으레 따르는 경제적 손실 추산에서 SBS 뉴스는 “점거가 장기화 돼 제품 출고업무가 중단될 경우 하루 130억 원씩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스는 그러나 18일, 출고업무가 어떻게 되었는가도 밝히지 않고, 점거 농성이 6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20일이라는 파업시작부터의 날수를 계산하여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하루 1백억 원씩 지금까지 2천억 원”이라는 숫자를 들면서 “국가 기간산업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고까지 비약했습니다.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이 지속되자 18일 뉴스는 “직접 협상 당사자도 아닌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한 포항 건설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들이 지난 달 임금 15% 인상안 등을 놓고 하청회사와 협상을 벌이다 파업했다고 전하고, “포스코가 파업 기간동안 기계, 설비 공장에 대체 인력을 투입해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이들의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뉴스가 보도한 이들의 농성 사유는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 정도의 이유를 가지고, 그것도 남의 회사에 들어가 농성을 하는 노조원들을 이해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포스코를 점거한 배경에는 SBS 뉴스가 짚어주지 않은, 절실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핵심 요구사항으로 주 5일 근무제 실시와 관련, 토요일 유급휴일제를 요구했는데, 이것은 대부분 일용직인 이들에게는 주 5일 근무제가 바로 임금의 대폭적인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한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단체협상 때마다 사용자 쪽인 전문 건설업체는 상위 원청사인 포스코 건설에, 포스코 건설은 또 발주처인 포스코 핑계를 대고, 포스코는 다시 사용자인 전문건설업체와 얘기를 하라는 식으로 ‘뺑뺑이’를 시켜 온 것이 노동자들의 극렬투쟁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집중호우가 몰고 온 엄청난 재앙 속에서 SBS 뉴스는 피해상황과 이재민의 고통을 다른 언론보다 더욱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특히 수재가 나자 바로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동강댐 건설 등을 들고 나오는 일부 언론에 비해 18일 SBS 뉴스가 댐 부족이 문제냐, 난개발이 문제냐 하는 논란을 보도하면서 난개발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은 훨씬 균형 잡힌 태도였습니다. 그러나 오락가락한 지난 15일의 일기예보는 문제였습니다. 이날 8시뉴스는 강한 비구름대가 경기도를 벗어나 남하했다고 했다가 강원도를 강타한 집중호우가 경기북부로 옮겨올까 주민들이 불안해한다고 했다가, 다시 비구름이 남쪽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하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갈피를 못 잡은 기상예보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뉴스끼리 서로 충돌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산사태나 수재를 악화시킨 원인 분석이 소홀했다는 점입니다. SBS 뉴스는 20일 아침에야 산사태를 막기 위해 절개지에 철망을 씌워야 한다거나 하천 상류에 작은 둑, 곧 사방댐을 설치했다면 마을 침수를 막을 수 있었다는 등의 분석을 보도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이미 며칠 전 다른 언론에서 다뤘던 내용들입니다.
대표경선 과정에서 폭발한 한나라당 내분사태는 이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당 대표 경선이 대선 후보들의 대리 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SBS 뉴스가 보도한 것은 지난 10일. 다음 날인 11일 경선에서 강재섭 의원이 승리하자, 이재오 후보는 “한나라당이 더 이상 색깔론이나 대리전이나 구태정치에 휩쓸리지 않도록 온몸을 바쳐 노력하겠다”고 연설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이 후보가 승복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잘못 보도했습니다. 뉴스가 인용한 그의 발언 자체가 승복과는 반대의 방향이었습니다. 뉴스는 반대로 경선 다음 날인 12일에는 이 최고위원이 신임 지도부 첫 회의에 불참하자 그가 “잠적”했다고 보도하면서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18일 당무에 복귀했습니다. 갈등이 잠재하기도, 폭발하기도 하면서 진행되는 정당 내 계파간의 경쟁의 특성을 파악해야 이런 보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노동법의 촘촘한 법망을 피해가며,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불법 사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뉴스의 파업보도가 파업이 합법이냐, 아니냐 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사실보도는 될지라도 진실보도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의 파업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느냐 하는 판단은 파업사유의 핵심을 들춰내어 공론에 부칠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