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한반도와 주변국들 간의 긴장 속에서 청와대의 태도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미사일 사태에 대해 일본 정부처럼 기민한 대응을 하지 않았으며, 거꾸로 일본의 대북 강경 자세를 앞장 서 비판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처지에 스스로 빠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제기하는 청와대 비판은 미사일 발사 사태를 너무 단순화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미사일 사태에 대해 왜 침묵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받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홍보수석실의 글을 통해 이 사태를 보는 자신의 생각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이날 SBS 8시 뉴스는 청와대가 이 글에서 일본 정부의 미사일 사태 대응을 "야단법석을 떤 것"이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일본이 이번 사건을 미사일 방어체제, 곧 MD 구축을 비롯한 군사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속셈이 있다는 판단도 글에 녹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홍보수석실의 글은 뉘앙스가 약간 달랐습니다.
홍보수석실이 올린 글 중 뉴스가 지적한 부분과 관련된 대목은 "한국의 입장은 정치적으로 셈을 할 일도 없고, 이 사건을 군비강화의 명분으로 이용할 일도 없다. 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이러저러한 판단이 글에 녹아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문장이 아닐뿐더러 논리적 비약입니다. 청와대의 글이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대목에서 굳이 "일본처럼"이라는 표현을 붙인 것도 성숙되지 않은 태도이지만, 이 대목을 청와대가 "일본이 야단법석을 떤 것"이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한 뉴스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며, 게다가 이를 청와대 글의 핵심으로 부각시킬 일은 더욱 아닙니다.
이 글의 취지는 일본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왜 일본처럼 기민하게대응하지 않았는가 하는 여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대응한 대통령의 생각을 설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뉴스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문제는 안보차원의 위기나 비상사태와 항시 존재하는 위험과의 혼동입니다. 우리는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번에 비로소 돌출한 위기가 아니라 항시 존재해 온 위험입니다.
SBS 뉴스는 문제의 청와대 글 중 "국민들이 안보 불감증에 걸렸다고 나무라는 것은 안보 독재 시절에 재미를 보던 사람들이 그 옛날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는 대목을 전했습니다. 국민의 안보 불감증에 대한 걱정에는 일리가 있으며, 이를 옛날의 망령 운운하는 청와대의 글은 지나친 표현입니다. SBS 뉴스는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발사된 미사일 7기가 한미일 어느 누구도 겨냥하지 않은 정치적 압박이라는 인식에 터 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이를 토대로 "청와대가 사건의 군사적 성격을 지나치게 가벼이 여기고 있다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당연해 보인다"는 결론으로 이끌어 간 것은 또 하나의 논리적 비약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청와대 글이 던진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나라의 안보차원의 위기였는가?"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어 항상 위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상사태나 위기 등의 상황과는 구별되어야 하고, 그 대응도 새롭게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게 되는 나라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2일 SBS 뉴스가 보도한 바와 같이,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 측이 "군을 모든 것에 앞세우는 선군정치가 남한의 안전도 도모해주고, 남한의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항시 존재하는 위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기를 구별하여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가 북한의 오판과 오만을 불러 온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오판에는 청와대의 태도에 대한 언론의 일방적 보도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11일 SBS 뉴스는 일본 각료들의 대북 선제공격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위험하고 도발적인 망언"이라고 규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뉴스의 바탕이 된 청와대의 발표에는 뉴스가 전하지 않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히 저해하는 도발적 행위로서 이를 용인할 수 없다"는 대목도 들어있습니다. 청와대 쪽의 북한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뉴스에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엄밀히 말하면 누구를 겨냥한 '발사'가 아니라 미사일 테스트입니다. 뉴스에는 이 차이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지난 11일 SBS 뉴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제재까지 받아야 하는 국제법, 협약 위반은 아니며 유엔의 상징적인 결의안으로 끝내야 한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강력한 영향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기사였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