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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의 계절이 왔다

남상석

입력 : 2006.07.15 08:17|수정 : 2006.07.20 09:47


여름철은 공포영화가 활동하는 주무대입니다. 방송에서도 납량특집이다 뭐다 해서 공포드라마나 공포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편성하지만 영화계도 공포영화를 집중적으로 개봉합니다. 공포영화는 왠만하면 기본 이상은 하기 때문에 흥행변수가 많은 영화계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장르라는 매력과 특별히 대형 스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타캐스팅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당연히 제작비도 낮아집니다. 신인 배우들과 감독들의 데뷔무대로도 많이 활용됩니다. 4편까지 나온 [여고괴담]시리즈 제작 당시 출연 여배우들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낮은 수준의 개런티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출연 배우들이 이 영화를 발판으로 성장해 나갔으니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겠지요.

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이나 [옥녀]를 보고 여름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떨었던 이후 저는 공포영화 장르를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 아니 절대 돈내고 보러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 때문에 공포영화 시사회를 가는 것이 고역스럽습니다. 남자 체면에 비명을 지를 수도 없고 참 난감합니다. 귀신이 나올 듯 하면 옆사람 눈치 못채게 한쪽 눈은 감고 다른 쪽 눈은 가늘게 뜨고 스크린을 응시합니다. 무섭다고 완전히 안볼 수도 없고 뭐가 나오는지만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극장의 냉방이 그렇게 센 것도 아닌데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제가 서늘하게 느낄 정도이니 더위를 잊는데는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는 특히 10대 소녀층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공부와 학교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공포영화를 보며 손을 마주 잡고 비명을 내지르며 해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열혈팬층 덕에 올해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 [아파트], [아랑]이 허술한 이야기 구조와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평단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아랑]은 제가 보지 못했고 [아파트]의 경우 [폰], [분신사바] 등으로 공포영화 전문감독 타이틀을 얻게된 안병기 감독에다 [이중간첩]이후 4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고소영이 주연을 맡았지만 고소영의 생동감 없는 연기와 밋밋한 연출,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 등으로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또 [스승의 은혜]와 [어느날 갑자기]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무심하게 했던 말과 행동이 학생들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가 성인이 된 뒤 피의 복수극이 펼쳐진다는 내용입니다. 또 [어느날 갑자기]는 4편 연속 시리즈인데 CJ엔터테인먼트와 SBS가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로 [2월 29일], [4번째층]등의 부제가 붙고 신인감독을 기용하고 극장 개봉 뒤 곧바로 TV에서 방영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채택했습니다. 제작비도 편당 5-6억원으로 상당한 저예산 규모입닌다. 공포영화가 대박나서 극장에서 롱런할 성격은 아니니까 같은 시즌에 극장과 TV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간간이 봐온 공포영화 가운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에서 잭 니콜슨의 광기에 가까운 연기와 일본 공포 [링]의 우물 귀신의 섬뜩한 관절꺾기, [주온]에서 얼굴에 회칠하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사내아이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둠속 공포를 느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