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여 관객 앞에서 큰절하자 팬들 '감동'
류시원(34)이 무대에서 큰절을 올렸다.
고개를 들자 눈엔 이슬이 가득 맺혔다.
일본 도쿄 부도칸을 채운 1만여 팬들의 가슴도 저려 왔다.
이들의 볼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
류시원이 12일 오후 6시30분 부도칸에서 일본 7개 도시(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센다이, 니가타, 히로시마, 나고야) 13회 공연인 '류시원 재팬 라이브 투어 2006'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에게 2년 연속 오른 부도칸은 꿈의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후 그는 "꿈이 이루어졌다"며 목이 메었다.
일본 데뷔 3년째.
류시원은 이날 일본서 발표한 석 장의 싱글·석 장의 정규 음반 수록곡을 총망라해 100% 일본 곡으로 공연을 이끌었다.
앙코르 무대만 두 차례.
3시간 30분간 21곡의 레퍼토리가 끝나고도 류시원은 무대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5분간 객석을 둘러보며 "미나 상, 아리가토 고자이마시타(여러분 감사합니다)" "사요나라(안녕)"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수십 번 외쳤다.
그가 떠난 후 영상 메시지가 나오자 팬들은 엉엉 울어버렸다.
류시원과 팬들의 교감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팬들은 데뷔곡인 '야쿠소쿠(약속)'를 비롯해 '사쿠라(벚꽃)' '나쓰노 유메(여름의 꿈)' 등 히트곡을 함께 노래했고 댄스곡 '렛츠 겟 투게더(Let's get together)'의 율동을 모두 따라했다.
객석 파도타기도 선보였다.
공연을 보며 '류시원이 일본서 왜 인기가 많은지' 감지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친근함과 겸손함, 솔직함이 키워드였다.
꽤 유창한 일본어로 말하던 그는 모르는 단어나 발음이 나오면 팬들에게 묻고 배웠다.
또 공연으로 찾았던 7개 도시를 상징하는 명소(거리, 박물관 등)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소감을 얘기했다.
그때마다 객석에선 히로시마, 후쿠오카 사투리로 '좋아합니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플래카드 등 각종 응원 도구를 준비한 팬들의 정성도 일일이 챙겼다.
공연 도중 캠코더로 1~3층 객석을 훑으며 플래카드 문구를 하나하나 읽기도 했다.
'제 딸과 결혼해주세요' '이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한국에 데리고 가, 나를 가방에 넣어' 등 팬들의 재치는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낮추고 90도로 인사하는 깍듯한 무대 매너, 가사가 틀리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오늘 머리가 땀에 젖어도 신경 쓰지 않겠다"(그는 헤어 스타일에 신경 쓰기로 유명하다)고 말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팬들의 감동은 내내 신선도를 유지했다.
여성 팬인 시나가와 노리코(41) 씨는 "류시원의 부드러운 미소는 무척 정직한 것 같다"며 "그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 마음의 병이 낫는 것 같다"고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내, 어린 딸과 함께 온 남성 팬 시마다 노부루(41) 씨도 "오늘 공연은 최고였다. 남자가 봐도 멋있다. 춤추는 모습도 귀엽고 매력적이다. 무척 착해 보여서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날 공연에는 류시원의 부모, 여동생이 함께 했다.
류시원의 어머니인 김혜영 씨는 "아들이 무대에서 춤추는 걸 처음 봤다"며 "'우리 아들이 저런 구석도 있구나'라고 느꼈다. 한국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지 않나. 아들은 오리지널 가수가 아니어서 토크를 많이 접목한 공연 구성도 좋았다. 지난 해 부도칸 공연 때보다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무대 불이 꺼진 후 머리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 하나 있다.
객석에 만발한 해바라기다.
팬들은 해바라기 풍선·해바라기 조화를 연방 흔들었고, 얼굴을 해바라기처럼 치장한 관객도 눈에 띄었다.
류시원의 히트곡 '히마와리노(해바라기) 랩소디' 덕택도 있다.
하지만 팬들은 류시원을 향한 무언의 사랑 고백을 하는 듯했다.
"평생 태양을 바라보고 사는 해바라기 처럼 변함없이 당신만을 바라볼게요"라고.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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