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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반도'-민족주의의 직접화법

남상석

입력 : 2006.07.10 13:41|수정 : 2006.07.10 13:54


영화전문지가 한국영화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를 하면 항상 1,2위를 차지하는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개봉됩니다. 북파공작원의 비극적인 최후를 그리며 잊혀진 현대사를 정면으로 조명한 [실미도]로 한국영화 최초의 천만 관객시대를 열었던 강 감독이 이번에는 제작비 96억원을 들여 한반도 100년 근·현대사를 다뤘습니다.

가까운 미래 남북간의 합의로 경의선 철도 개통을 하는 행사장에서 대통령(안성기)은 총리(문성근)로부터 '일본 외상이 경의선 개통을 허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 듣습니다. 일본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1907년 경의선 철도 부설권과 함께 그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일본에 넘긴다는 고종황제와 일본제국 사이의 조약문서입니다. 외교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과 중국도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고 남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됩니다. 일본 외상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일본이 제공한 모든 첨단 기술을 회수해가고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157조원의 차관도 제공할 수 없다고 협박합니다.

고종황제의 국새가 가짜이고 진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재야사학자 최민재(조재현)는 국새를 찾아낸다면 이 조약을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민족 우선 입장을 주장하는 대통령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밀리에 최 박사에게 국새 발굴작업을 지시합니다. 최 박사는 고종황제를 끝까지 모셨던 내관 김흥순(최종원)의 후손이자 도굴꾼인 김유식(강신일)과 함께 발굴 작업에 착수합니다. 총리는 실용적, 경제적 측면에서 외교적 대립이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면서 국정원 서기관 이상헌(차인표)을 시켜 국새발굴작업을 방해하고 필요하면 최박사를 제거해도 좋다고 지시합니다.

[한반도]제작진은 팩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팩션은 역사적 현실을 기반으로  허구를 적절히 가미해서 상상력과 재미의 맛을 낸다는 용어입니다. '우리는 한번도 이땅의 주인인 적이 없었다'라는 도발적인 카피로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기자시사회 이후 기자들과 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크고 말이 많다.','인물들의 연기는 상투적이고 줄거리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등 천만 감독, 흥행의 마법사로 불리는 강우석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그 실망도 컸습니다.

하지만 이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영화라는 극찬도 나오고 있어 기자시사회 이후 자신감을 잃었던 제작진들도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자와 평론가들의 호평이 반드시 흥행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속에 과연 실제 뚜껑을 열었을때 어떤 결과나 나올지 궁금합니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선이 굵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감질나게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접화법으로 발언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공공의 적]입니다. 명확한 선악구도의 대립아래 설경구가 연기한 형사 강철중의 캐릭터가 잘 살아났고 이 사회에 암처럼 퍼질 우려가 있는 화이트 칼라 내지는 가진 자들의 음흉한 범죄와 음모를 박살내 평범한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줬기 때문.

하지만 이 영화는 한반도라는 커다란 스케일로 확대되서 그런지 이런 직접화법이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떨어뜨립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에서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에게 무참하게 시해되는 장면과 고종황제가 독살당하는 장면은 가슴을 울리고 우리가 잊고 살았던 근대사의 비극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지만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에서는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결말부분에서 명백하게 대립했던 선악구도의 대립이 해소되지 않고 끝나버리는 바람에 감독의 의도가 흐려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이는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면서 또 일본에 대한 시각에서는 위험할 만큼 일치된 감정적 분노를 느끼고 민족문제나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또 보수와 진보로만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입장을 보이는 우리 사회의 모순되는 현실을 감독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주제가 적절한가의 문제를 떠나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가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화두라고 할때 과감하고 직설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이 그리 적절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지난 6월 26일 행했던 강우석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을 싣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지금 심경은?

너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찍은 영화라 당연히 잘 봐주실거라고 믿지만 상당히 불안하고 떨리고 그리고 영화속에서 제가 하고자 했던 얘기가 잘 전달이 될지 궁금합니다.
 
-독도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 등 영화 내용이 현실과 일치하고 있는데...?

글쎄요. 이런 사회적인 우리나라 분위기가 꼭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 수많은 일들을 과거를 비추어서 미래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이렇게 해서 가상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찍으니까 어떻게 좀 시국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오히려 영화를 보는 분들은 굉장히 리얼하게 볼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좀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한국 사람으로서 한반도에 사는 국민으로서 좀 당당하자. 예를 들면 백년 전에는 외세의 침략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수동적이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나약한 국가와 국민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끼리 잘 뭉쳐서 긍지를 갖고 한국 사람의 긍지를 가지고 잘 살아보자,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작품들과 다른 점, 강조한 부분이 있다면?  

이전 작품들은 사실 드라마 쫓기가 참 바쁜 영화들이었고 영화의 어떤 색감이라든지 이런 부분 세트 디자인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나오는 공간들이 워낙 뉴스나 우리가 늘 접하는 공공기관 그런 부분들도 많이 나오고 해서 미술 쪽에 굉장히 신경을 썼구요. 그리고 제작비의 상당한 부분이 화면을 처리하는데 썼습니다.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이 되고 5,6월 한국영화가 침체에 빠져 있어서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큰데 앞으로 한국영화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글쎄요. 영화를 잘 만드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하는게 제 생각이구요. 불행히도 스크린 쿼터가 축소가 되서 시행이 됐는데 우리가 스크린쿼터 날짜를 찾기 위해서 노력도 하고 투쟁도 많이 해야 되겠지만 어쨌든 영화로 정상적으로 대응을 하고 날짜가 다시 회복되기 전까지 영화로 막아야 해요. 절박하죠. 한반도의 경우는 아마 흥행에 대한 결과부분이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한국영화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실험적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