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영국통신] 런던 테러 1주기와 단일축구팀

김문환

입력 : 2006.07.08 21:46|수정 : 2006.07.09 14:50


런던 지하철 테러 1주기

영국은 7월 7일 하루종일 무거운 분위기였다. 화창해야 할 여름날씨답지 않게 하늘도 찌푸둥 잔뜩 흐린 채 간간이 빗발이 날렸다.

공공기관에는 유니온 잭(Union Jack, 영국국기)을 조기(弔旗)로 내걸었다. BBC 1,2를 비롯해 5개 지상파 TV 채널은 생방송으로 1주기 추모현장을 연결했다. 뉴스에서도 당시 희생자 가족들의 인터뷰를 전하며 테러의 참상과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비극으로 남는 아픔을 보여 줬다. 엘리자베스 영왕은 물론 블레어 수상과 리빙스턴 런던시장등 주요 인물들도 모두 고개 숙여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테러 추방 의지를 다졌다. 12시 정오에는 영국의 상징 빅벤(Big Ben, 국회 의사당)의 큰 시계가 종을 울리자 1분간 일제히 묵념에 들어갔다.

2005년 7월 7일 발생한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1주기의 런던 풍경이었다.

<런던 지하철 테러 1주기를 맞아 묵념하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김문환

<런던 지하철 테러 1주기를 맞아 묵념하고 있는 블레어 수상과 각료들. ⓒ김문환>

 

테러가 주는 교훈은?

지난해 발생한 런던 지하철 폭탄테러 사건.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곰곰 생각해보자. 한편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끝없는 공격과 미국의 방조 내지 도움, 나아가 이슬람 문명권 전체에 대한 미국 신보수주의(Neo-conservative, 네오콘) 집단의 높아지는 적개심과 이라크 전쟁. 다른 한편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전사들의 자살테러, 나아가 두 나라를 돕는 국가까지 테러전선 확대. 서방 언론에서는 이슬람 전사들의 테러만 강조하며 테러의 추방을 역설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인가?

<헌화하는 리빙스턴 런던 시장. ⓒ김문환>

<빅벤(국회의사당) 시계 종소리에 맞춰 12시에 묵념에 들어갔다. ⓒ김문환>

양심과 진실을 숭상해야 하는 언론 본연의 자세에서 본다면 중동 사태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물리치기 급급한 상황에서 영국이 유대인과 이슬람세력 모두에게 팔레스타인땅에 나라를 세워준다는 약속하면서 비롯됐다. 한 남자가 두 여자에게 결혼한다고 약혼한 것과 같다. 2차 세계대전 뒤 영국을 이어 세계 왕자로 등장한 미국 역시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유대인이 세운 나라 이스라엘편만 들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불거지고 중동에 전쟁이 시작됐으며 이슬람권의 테러에 불이 지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민간인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무차별 테러는 중단돼야 한다. 하지만, 근원적인 해결책 마련은 뒷전인 채 테러만 하지 말라는 강대국의 주문은 문제해결의 길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애꿎은 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는 런던 테러 1주기가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영국은 4개 지방정부가 합쳐진 연방국가

분위기를 바꿔서...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 일고 있는 흥미로운 주장 하나가 눈길을 끈다. 수상 토니 블레어(Tony Blair)까지 나선 일인데... 바로 '대영국(大英國) 축구팀'(Great Britain football team)을 만들자는 의견. 여기서 "이번 월드컵에서 영국팀이 8강까지 갔는데, 무슨 소리인가?"하고 의아해 할 수 있다. 영국이란 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우리사회에 그만큼 낮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 8강은 영국이 아니라 엄밀히 잉글랜드(England)다. 먼저 영국이 어떤 나라인지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블레어 수상의 대영국 축구팀 의견을 보도한 더 타임즈>

영국은 6천만명(한국 4천8백만, 남북한 6천8백만)의 인구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4개가 여왕 아래 하나의 국가이며 하나의 정부(현 토니 블레어 수상의 정부)를 구성하지만, 각자 분권의 지방자치를 실시한다. 자체 의회도 있고 무엇보다 축구팀을 달리 운영한다. 이번 월드컵 8강은 잉글랜드 팀이다. 다른 3개 팀은 지역 예선에서 모두 탈락했다. 에딘버러, 글래스고의 스코틀랜드. 카디프의 웨일즈. 벨파스트의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 팀의 8강 진출과 무관하다. 영국인이지만, 자기팀이 아닌 것이다.

영국이 월드컵 결승에 올라 우승을 다툰다면 루니, 오웬, 베컴, 람파드, 제라드, 콜 같은 스타 플레이어에 레논, 크라우치 같은 조커들까지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왠지 2% 부족해 보인다. 이것을 메우고자 함인가? 2%를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북아일랜드에서 채우자는 취지다. 마치 우리가 북한에서 한 두 선수나 두 세 선수 채우면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이것 잉글랜드 사람들한테는 먹히는데, 스코틀랜드나 웨일즈 사람들한테는 자신들의 정체성 훼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포르투칼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패한 뒤 망연자실해 있는 영국 선수들. ⓒ김문환> 

블레어, 대영축구팀(Great Britain football team) 주창

그래서 수상이 나섰다. 7월 6일자 더 타임즈(THE TIMES)는 블레어 수상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대영국 축구팀'(Great Britain football team)팀 결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블레어는 4개 연방정부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잉글랜드나 북아일랜드 축구협회는 동의하는데 스코틀랜드와 웨일즈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은근히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를 겨냥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칼에 고배를 마신 뒤 일고 있는 아쉬운 분위기를 이용해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축구협회에 무언의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영(大英) 축구팀 결성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나의 꿈은 끝났다면서 주장 반납한 베컴의 기사를 실은 데일리 미러. ⓒ김문환>

우리도 남북 단일팀 필요

축구는 스포츠는 이제 스포츠에 머물지 않는다. 토니 블레어의 말대로 정말 "스포츠는 중대하고 중대한 것(Sport is a major, major thing)이다. 국가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비록 우리가 16강에 못올랐지만,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와 비기면서 우리의 국가 이미지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보면 쉽게 이해된다. 또 민족적, 국가적 재앙인 분단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일팀 결성의 여파가 축구에만 머무를 것이 아님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2012 올림픽에서 잉글랜드(England) 팀이 아니라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 팀이 나올 것인가만 얘기할 것이 아니다. 우리야말로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는 남북 단일팀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축구협회에만 맡기지 말고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가 적극나서 남북 단일팀 결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지. 이번에 절감했지만, 월드컵 16강 쉬운 게 아니다. 본선은 커녕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조차 중동과 중국세에 밀려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감정만 세우지 말고 남북 단일팀 결성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6월 24일 2006 독일월드컵 한국-스위스전. 한국응원단이 하노버 경기장이 떠나가라 응원했지만, 결과는 2-0 패배. ⓒ김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