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일간지 미사일 기사 제목
1. "North Korea defies world pressure with launch of missles(북한이 세계의 압력에 미사일 발사로 맞서다)" THE TIMES가 7월 5일자.
2. "North Korea defies US with missile tests(북한 미사일 발사로 미국에 맞서다)" THE INDIPENDENT, 7월 5일자.
3. "Bush crisis talks as North Korea fires missile that could reach U.S.(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부시 '위기회의'" Daily Mail, 7월 5일자.
4. "Emergency UN talks as N Korea test-fires six missiles(북한의 미사일 6기 시험발사에 유엔 긴급회의)" Evening Standard, 7월 5일자 9면.
| 북한 발사실험을 자세히 전한 영국 신문들. ⓒ김문환> |
국제사회 위기, 특히 한민족의 명운(命運)이 걸린 한반도에서 긴장 고조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어서 각국 언론이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력한 일간지 더 타임즈(THE TIMES)를 비롯해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데일리 메일(Daily Mail),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등이 일제히 주요기사로 다루며 각종 분석과 논평, 사설을 내보냈다. 우리네 스포츠 신문과 비슷한 대중지 선(THE Sun)만이 비껴갔을 뿐이다. 월드컵 준결승(semi-final) 독일과 이탈리아의 빅 이벤트, 그리고 특히 윔블던 테니스 대회라는 영국인들의 정서에 호소력이 큰 뉴스거리들 틈바구니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특히 석간 이브닝 스탠다드의 경우 5일 새벽(영국 시간) 쏟아진 폭우와 번개 피해로 철도가 탈선하는 등 국내적인 대형 사건이 터졌음에도 국제면에 기사와 논평, 사설까지 실었다.
우리 한반도 문제가 이제 한반도를 벗어나 국제 사회 관심사임을 실감케 해준 보도들이다. 논조는 한마디로 "미사일 발사"라고 규정하면서 우려가 크다는 점에 모아진다.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 보자.
더 타임즈(THE TIMES) 7월 5일자
영국의 가장 유력한 일간지 더 타임즈는 도쿄 특파원 리차드 로이드 페리(Richard Lioyd Parry)의 기사로 32면 국제면에 다뤘다. "North Korea defies world pressure with launch of missles(북한이 세계의 압력에 미사일 발사로 맞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각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 < 더 타임즈 기사 제목. "North Korea defies world pressure with launch of missles(북한이 세계의 압력에 미사일 발사로 맞서다)" ⓒ김문환 |
'고립된 스탈린주의 국가'(isolated Stalinist state) 북한이 어떤 종류의 미사일을 몇 발 발사했는지 다양한 주장이 엇갈린다는 전제 아래 최소한 5발 이상이 시험 발사됐다고 전한다. 미 국방부(Pentagon) 관리의 말을 인용해 그 중 1발이 일본은 물론 하와이나 알래스카를 강타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ntercontinental missile) '대포동 2호' 라면서 발사한 지 40초만에 실패했다고 소개한다.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 특히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맞춰 발사한 점에 주목한다.
| <[우리 힘과 지혜로 인공 지구위성 발사]라는 북한 선전 포스터. ⓒ김문환> |
| < 동해 / 일본해 표기. 다른 신문들이 일본해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더 타임즈만 동해를 앞에 넣어 일본해와 병기했다. ⓒ김문환> |
아울러, 북한 미사일 보유 능력을 도표로, 또 한반도 주변을 지도로 나타내 이해를 도왔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의 선전 포스터를 실은 것. "우리 힘과 지혜로 인공 지구위성 발사"라는 그림이다. 특기할 것은 한반도 주변 지도를 그리면서 동해(東海)를 East Sea/Sea of Japan 이라고 표현해 동해부터 표기한 점. 다른 신문들은 일본해로 전한다.
인디펜던트(THE INDIPENDENT) 7월 5일자
| <인디 펜던트 기사 제목. North Korea defies US with missile tests(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국에 맞서다) ⓒ김문환> |
인디펜던트는 워싱턴 특파원 발로 기사를 다뤘다. 그런 만큼 제목도 더 타임즈가 "북한이 각국에 맞서다"로 다룬 데 비해 "North Korea defies US with missile tests(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국에 맞서다)"로 미국에 맞선 북한을 강조한다.
'미사일 6발'로 단정 지으면서 모두 40초 안에 일본해(Sea of Japan)에 추락했다고 적는다. 더 타임즈와 달리 동해 병기가 없다. 그러면서 그중 2발이 사정거리 3천 5백 마일 대포동 2호 모델이라고 추정한다. 이어 일본의 아베 신조와 미국의 유엔대사 존 볼튼의 반응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볼튼의 사진까지 실었다.
특기할 것은 맨 마지막 문장. "미국이 북한을 움직일 충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데 실패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비난"을 소개한 점. 원문은 "Some observers have accused the US of failing to offer North Korea sufficient incentives to act". 북한의 행동을 미국이나 일본 시각 일변도에서 벗어나 바라본 유일한 문장이다. 한국 정부의 멘트나 북한의 반응 역시 싣지 않고 있다. 특기할 것은 북한군 군사 행진 장면. 사진 설명에 Korean military라고 북한을 명시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다.
| 북한군 행진 사진. 설명에는 한국군(Korean military) 으로만 표기 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김문환 |
데일리 메일(Daily Mail), 7월 5일자
| < 데일리 메일 기사 제목. "Bush crisis talks as North Korea fires missile that could reach U.S.(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부시 '위기회의'" ⓒ김문환 |
1면을 윔블던의 샤라포바에 내준 데일리 메일은 2면 머릿기사로 비중있게 다뤘다. 주어를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다룬 점이 눈에 띈다. "Bush crisis talks as North Korea fires missile that could reach U.S.(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부시 '위기회의'". 표현이 자극적이다. 하와이나 알래스카도 물론 미국이지만, 마치 미국 본토가 공격당할 것 같은 그런 인상을 준다. 소제목으로 "grave and provocative(중대하고 도발적)이라고 표현한 점도 그렇다. 부시 대통령이 긴급 보좌관 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한다. 5발이라고 규정한 데일리 메일은 첫번째 발사가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기 몇 분 전에 이뤄졌다고 보도한다.
이어 미사일이 미국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대포동 2호(1998년 발사 미사일을 대포동 1호)라고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적는다. 데일리 메일은 북한의 반응을 한줄 넣었다. 북한의 유엔 대표부 대표 한성렬의 "We diplomats do not know what the military is doing(우리 외교관은 군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반응. 그리고, 한국정부도 회의를 소집했다고 한 줄 덧붙였다. 데일리 메일만이 한국과 북한 반응을 다룬 것이다. 사진은 '실패한 시험 발사(test failure)'라면서 이번에 발사된 것과 같은 유형의 대포동 2호라고 소개한다.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 7월 5일자
| < 이브닝 스탠다드 기사 제목. "Emergency UN talks as N Korea test-fires six missiles(북한의 미사일 6기 시험 발사로 유엔 긴급회의"ⓒ김문환 |
5일 새벽(런던 시각) 런던 주변은 뇌성 벽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번개 피해가 잇따랐다. 4만명의 시민들이 기차에 갇혀 지각 출근하는 소식이 주요 기사였다. 이어 이탈리아의 결승진출 소식... 이런 가운데 9면에 발사소식을 다뤘다. ("Emergency UN talks as N Korea test-fires six missiles(북한의 미사일 6기 시험 발사로 유엔 긴급회의". 3천7백30마일을 갈 수 있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이 42초만에 추락했다면서 만약 탄두를 장착하면 35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고 겁을 준다.
이 신문에서 특기할 점은 한국의 입장을 한 줄 적어준 것. "South Korea said the launches gave an excuse for an arms race in north-east Asia(한국은 이번 발사가 동북아시아에서 무기 경쟁에 구실을 줬다고??단체 회원들이 인공기를 불태우는 장면이다. 그리고, 앤드류 길리건(Andrew Gilligan)의 "Third 'axis of evil' casts a shadow on America's Independence Day(악의 3번째 축이 미국 독립 기념일에 그림자를 던지다)"라는 논평을 실었다.
| 인공기 불태우는 극우 단체 회원들. 이브닝 스탠다드에 실렸다. ⓒ김문환 |
영국의 주요 신문을 들여다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북한은 실패할 줄 알면서도 세계적 비난을 받을 발사실험에 왜 나섰을까? 이브닝 스탠다드에 실린 앤드류 길리건의 표현 처럼 미국의 관심(Washington's attention)을 끌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힘을 과시해야 미국과 대화 통로가 열리고 이를 통해 무엇인가 거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 당국의 속셈일 것으로 여겨진다. 발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그 신호를 보냈으며 이제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주고 받기를 통한 실익 찾기에 나설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이렇다면 일본이나 미국, 중국, 러시아는? 북한에게 주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이 호들갑에 가까울 정도로 발사실험을 상세하게 전하고 위기상황을 고조시키는 이유는? 북한의 발사실험과 위기고조는 일본이 그렇게 바라는 재무장, 그리고 부시 행정부가 오매불망 원하는 스타워즈 MD를 실현시킬 둘도 없는 기회로 작용한다.
국제 관계의 엄혹한 현실이 이럴진대, 지혜를 모아도 부족할 상황에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부 사태는 이역만리에 나와 있는 기자의 마음을 짓누른다. 뇌리를 스친 두번째 생각이 이것인데, 바로 국내의 일부 반응. 이브닝 스탠다드에 실린 극우단체 회원의 인공기 불사르기 장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정작 영국 언론에 비친 북한의 발사실험은 북한과 일본, 미국의 이야기일 뿐이다.
또 냉정히 따져 본 손익 계산서도 그들에게만 관계되는 점이 크다. 북한과 강대국들은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이렇게 분주한데 우리는? 힘이 모자라 주체가 될 수 없다면, 손해 볼 일이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법. 국내 상황에서도,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별 도움이 안되는 불태우기 행동은 마치 한반도와 한국을 연일 불사르기가 난무하는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의 전시 상황의 나라 쯤으로 격하시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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