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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로 만든 펭귄?…기발한 전시회

입력 : 2006.06.30 16:11

반쪽이 최정현의 '고물자연사 박물관' 전시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가 이렇게 유쾌할 수가 있을까.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머리 부분이 납작하게 눌린 채 네다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죽어있는 야생동물을 폐타이어로 만들었다.

작품 제목은 '로드킬'.

이동로를 찾지 못해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숨진 동물들의 모습이다.

컴퓨터 자판으로 만든 뱀이 빨간 혓바닥을 낼름거리고 있는 작품은 '네티즌'이다.

뱀처럼 먹잇감이 있으면 집어삼키는 요즘 네티즌들을 살짝 비꼬았다.

'네티즌 2'는 아예 자판으로 수류탄을 만들었다.

목욕갈 때 들고다니는 하얀 플라스틱 바구니를 뒤집어 놓고 변기를 뚫을 때 쓰는 까만 고무압착기를 올려놓으면 '국회의사당'이 된다.

눈을 돌려보면 숫가락과 포크를 구부려 만든 홍학떼, 못쓰는 엔진을 몸통으로 달고 있는 양, 빨간 소화기에 포크레인 발톱과 철근을 붙인 펭귄이 있다.

평등 부부를 그린 만화 '반쪽이'시리즈에서 촌철살인의 해학과 상상력을 과시했던 최정현(46).

서울대 서양화과를 나왔지만 만화를 그렸던 그는 이번에는 맥가이버로 변신해 산업폐기물을 소재로 만든 조각과 설치작품을 모은 '반쪽이의 고물 자연사 박물관'전을 가회동 북촌미술관에서 시작했다.

가끔 재활용 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300여 점을 한꺼번에 펼쳐놓기는 처음이다.

시장 한 켠에 설치된 작은 고슴도치는 이중삼중의 의미가 있다.

20년간 만화를 그리면서 사용한 펜촉을 모아 만든 고슴도치는 주둥이가 작은 종(鐘)이다.

"이제 만화 그리던 것 종쳤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고슴도치는 15년간 아이 키우면서 생긴 고슴도치 사랑이고."

반쪽이가 낳은 온쪽이 딸 하예린이 벌써 고등학생이니 육아도 종친 셈이다.

화성 봉담에 철공소와 다름없는 작업실을 차려놓고 하루종일 용접하고 나사를 조이고 구부려 예술작품으로 바꾸는 작업의 강도와 작가 자신도 만들면서 키득거렸을 듯한 기발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최정현의 작업은 작업량은 많지만 재료 값이 특별하게 적게 든다는 게 특징이다.

"화성의 고철 거리에 가면 종류 상관없이 ㎏당 200원이에요. 직원들이나 대형 거래처들의 출입이 적은 낮 12시 정각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고른 뒤 차에 싣고 통째로 무게를 잰 후 나오는 거죠."

약 2㎏정도 되는 펭귄 한 마리에 든 재료비는 400원이란다.

아내 변재란씨가 온갖 행사에 다니면서 모아놓은 ID카드에서 떼어낸 납작한 클립으로 벌레를 만들었고, 못쓰는 신용카드는 빗모양으로 홈을 파놓고 '카드빚'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집에서는 재활용품을 별도로 모으고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날에는 다른 집에서 내놓은 것들을 집어오기도 한다.

그가 "가장 초기작이에요"하며 애착을 보이는 작품은 '짭새'.

최루탄으로 만든 새가 둥근 새장에 갇혀있다.

'장수거북이'는 미군용 도시락과 철모를 쓴 거북이 두 마리가 하나는 바로 있고 하나는 뒤집어져있다.

그냥 웃고만 넘길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들이 작품에 숨어 있다.

이런 전시는 어린이들에게는 좀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의외로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더 빨리 이해할 때가 있더라"고 말한다.

그와 절친한 소설가 이윤기는 추천문에서 "환경파괴, 동물학대, 침략 전쟁에 대한 반쪽이의 증오는 강경하고 야유는 통렬하다. 그런데도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웃음이 나오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만화가로서 체질화한 풍자와 해학의 끈을 잠시도 놓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썼다.

9월 24일까지. 환경재단 공동주최.

어린이를 위한 전시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