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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뉴스비평]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

입력 : 2006.06.24 14:39|수정 : 2006.06.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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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둘러싼 논란이 지난 주 모처럼 월드컵을 제치고, 우리나라 신문 방송의 머리기사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이 논란의 진상은 거의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들 요란하게 보도했지만, 발사 준비의 마지막 단계인 연료주입을 했는지조차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소리는 큰데 실체는 보이지 않는 북한관련 보도의 전형적인 사례를 또 한번 만든 것입니다.

SBS 8시뉴스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부각시키기 시작한 것은 이를 머리기사로 보도한 지난 16일. 뉴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아주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면서, 미사일 발사의 고비는 이번 주말, 곧 18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준비설의 근거는 미국이 북한 땅의 건물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찍어, 필요할 때 일본 한국 정부와 공유하고 있는 위성사진에 나온, 미사일이 설치된 장면과 그 주변에 연료통으로 보이는 물체가 몇 개 놓여 있는 장면이 전부입니다.

이를 가지고 일본 언론은 북한이 대포동 2호로 “보이는” 미사일을 발사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하고, 발사의 최종 단계인 연료 주입이 이미 끝났다고 일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전했으며, SBS 뉴스가 일본 언론 보도를 근거로 “확인”되었다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이날 SBS 뉴스가 이어 보도한 한국 정부의 설명은 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주입한 것이 아니라 “주입 직전 단계”에 있다는 것으로 일본 언론들을 인용한 머리기사와는 보도방향이 달랐습니다. 한 일 두 나라 정부의 위성사진 판독이 왜 이렇게 서로 다른가 하는 궁금증이 당연히 일어납니다.

뉴스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 보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두 나라 정부의 속셈에 대한 심층보도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연료주입” 여부에 대해 SBS 뉴스는 연료주입을 “끝냈다”에서 “끝냈을 가능성이 있다”로, 다시 “끝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로 점점 후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뉴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붙들고, “북한이 발사 준비를 모두 마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확대해석했습니다. 

발사 초읽기에 대한 강한 선입견이 사실 판단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보여 준 것입니다. 일본 언론들이 조금씩 후퇴하여 연료주입 여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는 동안에도 미국계 외신들은 여전히 미사일 연료 주입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는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이를 아무 설명 없이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미사일 발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던 18일이 지난 뒤 19일 SBS 뉴스가 전한 우리 정부의 판단은 발사가 초읽기 단계라고 보기는 이르며 그것은 발사 직전 단계인 액체연료 주입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종래의 입장 그대로였습니다. 같은 위성사진을 다르게 판독하고 있는 한미일 세 정부의 입장 차이가 SBS 뉴스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로 뒤범벅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SBS 뉴스는 20일에야 한미일 세 나라 정부의 입장 차이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발사체에 이미 연료가 주입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연료 주입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며, 미국은 또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지만 우리 정부는 신중하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한미 간의 입장차이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고들어야 할 단계인데, 뉴스는 여기서 한미일 간의 균열을 걱정하는 쪽으로 흘러버리고 말았습니다. 한편 21일 SBS 뉴스는 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침묵을 지키고 있던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대북 금융제재를 풀기 위한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22일 뉴스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한성렬 유엔 북한 대표부 차석대표의 제안에 대해 미국이 공식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과 한미일 사이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재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를 SBS 뉴스는 스쳐지나가기만 했지, 이를 붙잡아 활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제, 곧 MD가 그것입니다. 뉴스는 그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이 MD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MD를 가동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논란을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과열시키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MD에 대한 일본의 관심과 미국 방위산업체들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신문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SBS 뉴스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와는 달리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데까지는 나갔지만, 그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해 주목하지는 않았습니다. 뉴스를 구성하는 ‘6하 원칙’ 중 “왜”라는 원칙을 건너뜀으로써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도 부족한 뉴스, 그래서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는 뉴스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