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한일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회담에 앞서 EEZ 경계의 우리 측 기점을 독도로 하기로 함에 따라 험난한 협상이 예상된다.
앞서 1996~2000년 네 차례 진행된 경계획정 회담에서 우리 측 EEZ 기점으로 울릉도를 내세웠던 정부는 독도를 새 기점으로 삼아 독도와 오키섬의 중간선을 한일 EEZ의 경계선으로 주장하는 새 협상 전략을 세웠다.
정부가 앞서 회담때 주장한 경계선 보다 좀 더 일본쪽으로 나간 선을 새로운 경계로 주장하게 됨에 따라 독도와 울릉도의 중간선을 한일 EEZ의 경계로 주장해온 일본측과 접점을 찾기는 이전 협상때 보다 더 어려워 졌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왜 '독도기점' 택했나 = 정부가 장고 끝에 '독도기점'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독도문제에 대한 '조용한 외교' 기조를 철회한 정부의 대일 외교 방침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간 일본이 자기 측 EEZ 기점으로 독도를 내세워 왔음에도 우리 정부가 울릉도 기점을 고수했던 까닭은 EEZ 경계획정 협상을 독도 영유권 문제와 분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독도를 기점으로 삼는 일본의 주장에 맞대응하는 양상이 되면 일본의 독도 분쟁화 기도에 스스로 장단을 맞추는 꼴이 된다는 점, 그리고 울릉도와 오키섬의 중간선을 EEZ 경계로 잡더라도 독도가 우리 측 EEZ 안에 들어온다는 점이 그간 정부가 독도기점을 내세우지 않은 주된 이유였다.
또한 독도 기점을 주장했을 경우 제주도 남쪽 암석인 도리시마를 자국의남측 EEZ 기점으로 삼는 일본의 '막무가내식'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독도 분쟁화는 피하면서도 실익은 챙기자는게 '조용한 외교'를 추구하던 시절의 정부 기조였던 셈.
그러나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4.25 대일 특별담화를 계기로 정부가 독도 영유권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분명히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결국 `독도 기점'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일본이 지난 4월 독도 주변 수로측량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독도 영유권에 대한 도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겼던 만큼 정부는 그간의 소극적인 대응방식에서 탈피, 독도에 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키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 찬반 양론 = 전문가들은 정부의 독도기점 방침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엇갈렸다.
찬성하는 측은 독도가 국제법상 섬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독도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는 측면에서 독도기점 주장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에서는 독도를 기점으로 삼을 경우 남해안 등의 암석을 기점으로 삼으려는 일본의 시도에 타당성을 부여할 뿐 실익을 거둘 수 없으며 오히려 일본의 독도분쟁화 기도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는 "독도를 기점으로 바꾼 정부의 방침은 타당하다"면서 "일각에서는 독도 기점으로 갈 경우 남해에서 도리시마를 기점으로 삼는 일본 주장에 힘을 싣게 된다고 하지만 도저히 섬으로 볼 수 없는 도리시마를 독도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우리가 독도기점을 주장하는 것이 실익으로 연결될지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라며 "국제법의 관점에서 독도가 EEZ와 영해를 갖는 섬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EZ 협상 난항 예상= 정부가 그간 울릉도 기점을 주장했을 때도 일본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측 모두 독도를 자기 측 EEZ의 기점으로 삼게될 경우 합의점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양측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섬이 없는 터에 일본에 이어 한국도 독도를 기점으로 삼게 됨에 따라 협상을 통해 의견을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한 이번 협상이 양국 국민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안이다 보니 협상 당사자들이 정부 방침에 철저히 따를 수 밖에 없어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는 점도 협상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협상이 성과없이 결렬될 경우 결국 독도 영유권 문제만 국제사회에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의 주도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창수 센터장은 "양측이 독도기점을 주장하게 되면 협상은 양측이 자기 주장을 되풀이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런 과정이 한동안 진행되면 일본은 독도 주변 공동개발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는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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